[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순간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말로 다하기 어렵습니다. 배우자의 불륜은 단순한 다툼을 넘어 삶의 근간을 흔드는 재앙과도 같습니다. 피해자는 당연히 상간자를 만나 사과를 요구하고, 파탄 난 가정에 대한 보상조로 위자료 합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한 행동 때문에 피해자가 오히려 피의자로 몰려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상간자를 상대로 합의금 약정서를 작성한 후 공갈·헙박·강요미수로 역고소당했으나, 다행히 불기소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상간자와 민·형사상 분쟁이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사건경위
의뢰인은 남편과 2014년 경 결혼한 후 두 자녀를 낳고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건설회사에서 일하면서 평일에는 건설현장에서 있었는데, 주말마다 회사 동료인 고소인과 통화할 때마다 사적인 대화를 하여 의뢰인은 둘의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2024. 11. 경 우연히 남편의 핸드폰을 확인하였는데 두 사람이 단순한 직장 동료가 아니라 내연관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남편을 추궁하였고 남편은 고소인과 수 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시인하였습니다. 극심한 충격에 사로잡힌 의뢰인은 다음 날 고소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처음에 부인하던 고소인은 의뢰인이 추궁하자 불륜사실을 자백하고 잘못을 빌었습니다. 의뢰인은 고소인과 남편이 어느 정도 사이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였고, 고소인은 자신이 의뢰인을 찾아뵙고 사죄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전화한 다음 날 고소인은 의뢰인을 찾아와 용서를 빌었습니다. 의뢰인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누르며 파탄난 자신의 가정과 정신적 피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물었고, 고소인은 5천만원을 지급하면서 합의서를 쓸테니 부정행위를 덮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었던 의뢰인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합의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런데 합의서를 작성한 바로 다음 날, 고소인은 180도 태도를 바꾸어 합의서가 무효이니 5천만원을 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합의서를 근거로 고소인에게 5천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고소인은 민사 소장을 받자 이제는 의뢰인의 협박과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의뢰인이 5천만원을 갈취하였다면서 의뢰인을 공갈·협박·강요로 고소하였습니다.
분명한 불륜의 피해자였던 의뢰인은 도리어 형사 피의자가 되는 억울한 상황에 처하였고, 저를 찾아와 수사대응을 시작하였습니다.

형사법적 쟁점 : 공갈, 협박, 강요죄의 개념
공갈, 협박, 강요는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성립요건과 처벌 수위가 엄격히 구분됩니다.
1. 협박죄 : 공포심의 유발
협박죄는 상대방에게 "너에게 나쁜 일을 저지르겠다."고 말하여, 즉, 해악을 고지하여 겁을 주는 행위 자체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나쁜 일(해악)은 생명, 신체 뿐 아니라 명예나 재산에 대한 것도 포함됩니다.
단순히 욕설을 하는 것과 협박은 다릅니다. "너 죽을래?"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단순한 감정표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고소사실과 같이 "지급기일까지 합의금을 가져오지 않으면 직장에 불륜 사실을 다 알리겠다."는 말은 구체적인 해악고지로 보아 협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83조에 따르면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집니다.
2. 공갈죄 : 협박을 통한 재물, 재산상 이익 취득
공갈죄는 폭행, 협박을 '수단'으로 삼아 상대방으로부터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아내는 범죄입니다. 협박죄가 '해악의 고지'에 방점이 있다면, 공갈죄는 돈을 받아내는 것이 목적인 범죄입니다.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행위자의 폭행, 협박으로 겁을 먹고 그로 인해 돈을 주거나 돈을 주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이 사건과 같이 겁을 먹고 합의서를 작성을 했으나 돈을 주지 않았다면 공갈미수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50조에 따라 공갈죄 행위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3. 강요죄 :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할 의무가 없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과 같이,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하거나, 원치 않는 합의서를 쓰게하는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 제324조에 따라 강요죄 행위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4. 고소사실
고소인은 합의서 작성 과정에서 의뢰인이 다양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가. 공갈미수 : 의뢰인이 고소인에게 "5천만원을 주지 않으면 회사에 부정행위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합의서를 작성하였고, 이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자 했으나 고소인이 돈을 주지 않아 공갈미수죄를 범했고,
나. 협박 : 의뢰인이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고소인에게 "가만히 두지 않겠다. 직장과 고소인 자녀들의 학교에 부정행위 사실을 알리겠다."고 해악을 고지하였으며,
다. 강요 : 의뢰인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합의서를 작성하였으니 강요죄라는 취지였습니다.

상간피해자의 권리행사와 위법성 판단기준
피해 배우자가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입니다. 하지만 권리자라 할 지라도 그 방법이 지나치면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권리행사의 위법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했는바, 권리행사의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는다면 공갈/강요/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갈죄의 수단으로서의 협박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만한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 고지된 해악의 실현은 반드시 그. 자체가 위법한 것임을 요하지 않으며, 또한 그 해악고지의 수단방법은 명시적이거나 직접적이 아니더라도 묵시적으로 피공갈자 이외의 제3자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나, 그것이 정당한 권리자에 의하여 권리실행의 수단으로서 사용된 경우 행위의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지 않는 한 공갈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114 판결
그렇다면 본건과 같이 상간 피해자가 권리행사를 위해 합의서 작성을 할 경우 형사범죄가 성립할까요? 법원은 부정행위의 피해자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그 입장을 폭넓게 이해해주는 추세입니다. 본건과 유사한 몇 가지 판례를 살펴 보겠습니다.
1. 의정부지방법원 2022고정181판결
사건 : 피고인이 상간녀에게 "2,000만원을 주지 않으면 회사 인사과 및 인터넷에 불륜 영상을 올리겠다."고 말하며 3,000만원을 요구하였는데, 공갈미수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무죄 이유 : 법원은 피고인이 남편의 외도를 막 확인한 상태에서 극심한 분노를 느낀 점, 피고인이 부정행위의 피해자로 위자료 청구권을 가지는 점, 피고인이 사용한 표현이 과격했더라도 이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요구를 신속히 이행시키기 위한 것일 뿐 갈취의 목적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고단678 판결
사건 : 피고인은 공무원인 상간자에게 "불륜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직장에서 사임하지 않으면, 직장에 이 사실을 알리고 징계를 요청하겠다."며 1억원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공갈미수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무죄 이유 : 법원은 피해자의 근무지에 징계와 사과를 요구하겠다는 등의 권리행사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
3. 창원지방법원 2021고단2028 판결
사건 :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당신의 자식들에게 불륜사실을 다 이야기하겠다."고 이야기하여 1,800만원을 받았는데, 공갈죄로 기소되었습니다.
무죄이유 :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자료 지급을 다그치는 과정에서 한 말은 피해자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해악 고지로 보기 어렵고, 사회통념상 용인된다고 보았습니다.

변호인 의견서 제출
의뢰인은 상간자로부터 피해 보상을 받고자 합의서를 작성받았으나, 오히려 공갈·협박·강요죄로 고소당해 정신적으로 피폐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치밀한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상 주장을 통해 전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1. 사실관계 재구성 : 고소인의 허위 주장 반박
수사단계 형사변호는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로부터 시작합니다. 고소장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고소인의 공격 포인트가 무엇인지, 어떤 혐의에 대해 방어해야 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소장 정보공개청구 후 의뢰인과의 대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였고, 고소인이 합의서 작성 경위에 관하여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반박했습니다.
▶고소인의 주장 : 고소인(상간자)은 의뢰인이 무릎을 꿇리고 2시간 동안 감금하며 합의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직장과 자녀들의 학교에 불륜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였고, 강압에 못이겨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증거 사진 제시 : 합의서 작성 당시 고소인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편안한 상태로 합의서를 작성하고 있는 사진을 제출했습니다. 합의서를 스스로 작성하고 있으며, 문구를 여러번 썼다 지우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강제로 무릎을 꿇는 등의 강압적 행위 없이 고소인이 스스로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었습니다.
▶변호사의 조언 수렴 : 고소인은 합의서를 쓰기 전 이미 자신의 변호사로부터 합의서 작성에 관한 조언을 듣고 있었습니다. 합의서를 작성하던 와중에도 그에게 전화하여 합의서 문구에 대하여 묻기도 했습니다. 즉, 이미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의뢰인의 말에 겁을 먹어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 아님을 주장했습니다.
2. 고의의 부존재
▶합의서 작성 당시의 상황 : 의뢰인은 부정행위를 안 지 24시간도 안 된 상태에서 고소인(상간자)을 대면했습니다. "가족에게 알리겠다.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은 실제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분노의 일시적 표출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위자료 청구권의 존재 : 고소인이 의뢰인의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것은 녹취록 등의 증거에 의해 입증되었기에 의뢰인은 고소인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을 가집니다. 합의서 상 금액인 5,000만원은 의뢰인이 아닌 고소인이 제시한 것이며 판례상 인정되는 위자료를 크게 상회하도 않았는바, 의뢰인이 정당한 손해배상 청구권자임을 주장했습니다.
3. 다수의 하급심 판례 제출
본건과 사실관계가 유사한 여러 건의 하급심 판례를 제출하였습니다. 상간 피해자가 위자료 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언사가 다소 과격하더라도 바로 공갈/강요/협박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판시하고 있었습니다.

불기소 결정
경찰에서는 제가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자 의뢰인의 혐의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하였습니다.

고소인은 이후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출하였는데 중간에 양자의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검찰은 공갈미수와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혐의없음) 결정을, 반의사불벌죄인 협박에 대해서는 합의가 되었으므로 공소권없음 결정을 하여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고통에 못 이겨 몇 마디 험한 말을 하였을 뿐인데, 도리어 공갈범으로 모여 역고소를 당한다면 감당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법원은 상간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주라면 범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신에게 정당한 청구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하는지, 초기에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진술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분명히 부정행위의 피해자인데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렸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형사·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서 700건 이상의 형사사건을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분의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고 정신적 피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아낼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