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가맹사업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 간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계약 관계입니다. 그러나 가맹점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로 인해 가맹점사업자가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는 종종 가맹본부의 계약해지로 이어집니다. 특히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및 동법 시행령은 가맹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 연속하여 영업을 중단하는 경우, 가맹본부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가맹계약서에도 동일, 유사한 규정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때 핵심 쟁점은 무엇이 영업중단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문제로, 실무에서 자주 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는바, 이하에서는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실제 분쟁 사례에서 법원이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판단하였는지 그리고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 소재에 대한 설명을 하려 합니다.
관련 법령
가맹사업법 제14조 제1항 본문은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원칙적으로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혀 시정을 요구하는 서면을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해지 절차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맹점사업자의 지위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영업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으로 법원은 강행규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가맹사업법 제14조 제1항 단서는 "가맹사업의 거래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맹사업법 시행령 제15조는 즉시 해지가 가능한 구체적인 사유들을 열거하고 있으며, 그중 제10호는 “가맹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연속하여 7일 이상 영업을 중단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맹사업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시행령_15). 따라서 가맹점사업자가 7일 이상 영업을 중단하면 가맹본부는 이를 근거로 즉시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분쟁의 핵심은 영업중단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여부로 귀결됩니다.
'정당한 사유'에 대한 판례의 입장
법원은 가맹점사업자가 주장하는 영업중단의 사유가 계약 해지를 막을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1. 정당한 사유가 부정된 사례
가. 예상 매출 부진 또는 수익성 악화
단순히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수익성이 낮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5. 3. 31. 선고 2014가단xxxx 판결은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가 제공한 상권분석보고서의 예상 매출액에 비해 실제 매출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영업을 중단하였는데, 법원은 상권분석보고서에 ‘참고자료일 뿐 성과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고, 계약상 최저수입보장제도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들어,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의 차이를 이유로 한 영업중단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고,
수원지방법원 2024. 3. 5. 선고 2023가단xxxxxx 판결은 가맹점사업자가 ‘하루 매출이 저조하여 가맹점을 운영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며 영업을 중단한 사안에서, 법원은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영업을 중단하는 데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가맹본부의 계약 해지를 인정한 사례도 있습니다.
나. 가맹본부의 선행 귀책사유와 가맹점주의 영업중단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경우
가맹본부에게 일부 귀책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중단을 정당화할 만큼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5. 1. 17. 선고 2023가합xxxxxx 판결은 가맹본부가 부당하게 물품공급을 중단하자 가맹점사업자가 자점매입을 시작하였고, 이후 가맹본부가 공급중단을 시정했음에도 자점매입을 계속하다가 결국 영업을 중단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가맹점사업자가 7일 이상 무단으로 영업을 중단한 것은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의 선행된 물품공급 중단 및 영업방해 행위 때문에 폐업에 이르게 되었다고 항변하였으나, 법원은 ① 가맹본부가 물품공급 중단을 스스로 시정한 점, ② 영업방해 행위와 매출 감소 사이의 실질적 영향이 불분명한 점, ③ 영업방해 행위 시점과 폐업 시점 사이에 상당한 기간이 지난 점 등을 들어 가맹본부의 행위와 가맹점의 폐업(영업중단)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영업중단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을 배척한 바 있습니다.
2.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 사례
가. 가맹본부의 부당한 행위 또는 계약상 의무 위반이 원인이 된 경우
법원은 가맹본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계약의 본질적인 의무를 위반하여 가맹점주의 영업중단을 초래한 경우, 그 영업중단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24. 11. 5. 선고 2023가단xxxxx 판결은 법원은, ① 가맹점주가 지병 및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② 가맹본부가 식자재 공급방식을 ‘선공급 후결제’에서 ‘선결제 후공급’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영업에 지장을 초래하였고, ③ 가맹점주가 계약해지를 희망하며 어려움을 호소했음에도 가맹본부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 없이 압박만 한 사정을 종합하여, 가맹점주의 영업중단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법원은 식자재 공급업체가 가맹본부의 이행보조자 지위에 있으므로 그 행위는 가맹본부의 행위와 동일시된다고 판단하며, 가맹본부의 행위가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1호의 ‘부당한 공급 거절 또는 제한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2. 7. 20. 선고 2021나xxxxxx 판결은 가맹본사가 ‘국내산 조개’만을 사용한다고 홍보하고 이를 계약의 전제로 하였음에도 실제로는 ‘중국산 조개’를 공급한 사안에서, 법원은 조개의 원산지가 서비스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전제하였습니다. 따라서 가맹본사가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하여 중국산 조개를 공급한 이상, 이를 이유로 한 가맹점주의 영업중단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가맹본부의 위약금 청구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나. 가맹점주의 '부득이한 사정'을 인정한 사례
가맹사업법 이외에도 본래부터 상법에서 가맹계약관계를 규정하고 있는데, 상법 제168조의10은 “가맹계약상 존속기간에 대한 약정의 유무와 관계없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각 당사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예고한 후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판례는 이를 원용하여 가맹점주의 질병, 심각한 경영 악화 등 영업을 지속하기 현저히 곤란한 객관적 사정이 있고, 이를 가맹본부에 알리고 협의를 요청하는 등 신의칙에 입각한 노력을 다하였다면 영업중단의 정당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
법원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제15조 제10호의 내용 및 규정 형식 등을 종합할 때, “가맹점사업자인 피고가 정당한 사유 없이 영업을 중단하였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가맹본부 측인 원고에게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 영업을 중단한 사실만을 주장했을 뿐, 그 중단에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가맹점사업자는 가맹본부의 부실한 경영지원, 식재료 강매 등을 영업중단의 이유로 주장하였고, 가맹본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가맹본부가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의 적법성을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는바, 이 같은 하급심 판결의 입장에 따르면, 가맹점주의 영업중단의 부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가맹본사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결론 및 시사점
이상의 법령과 판례를 종합하면, 가맹점사업자의 7일 이상 연속된 영업중단은 가맹본부에게 즉시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강력한 사유가 됩니다. 그러나 이 권리는 영업중단에 ‘정당한 사유’가 없을 때에만 유효합니다.
법원은 단순히 매출이 부진하거나 수익성이 낮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따라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의 계약상 중대한 의무 위반(예: 필수품목 공급 중단)이나 위법행위로 인해 더 이상 가맹점 운영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맹본부의 귀책사유를 주장하더라도, 해당 사유와 영업중단 결정 사이에 직접적이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가맹본부의 위반행위가 시정되었거나, 시간적으로 상당한 간격이 있는 경우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영업중단의 ‘정당한 사유가 없음’에 대한 입증책임을 가맹본부에게 지운 판례의 입장에 비추어 가맹본부가 단순히 7일간의 영업중단 사실만으로 안심하고 계약을 해지해서는 안 되며, 해지의 적법성을 주장하기 위해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중단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음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가맹점사업자가 영업중단을 고려할 경우, 그 사유가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 신중히 검토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맹본부는 계약 해지 전, 영업중단의 배경과 이유를 파악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입증할 자료를 준비하는 등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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