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업비밀을 해외로 빼돌렸다.' '기술유출사범' 이라는 식의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범죄수익금을 외국으로 빼돌리는 재산도피사범보다 더 나쁜 범죄인 것처럼 인식되어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국가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경우이고, 이는 매우 엄한 처벌을 받는 사안이라고 보면 될 것인데, 다만, 오늘 소개드릴 사안은 국내 기업간에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취득하여 사용하는 다소 소소 한(?) 경우입니다.
영업비밀을 취득, 사용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이유는 한 기업이 쌓아올린 기술적, 경영적 노하우를 다른 기업이 무단 사용하여 이전 기업이 쏟은 노력과 비용을 전혀 들이지 않고 상당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해당 기업에게 손해를 입히게 되는 상황은 공정한 거래질서에 심히 반할 뿐만 아니라 결국 전체 사회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영업비밀이란 무엇일까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에 의하면,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이때,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함은 그 정보가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자 등 이를 가지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지 않는 것을 뜻하고(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8278 판결 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그 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 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 도6223 판결).
통상 일반인들은 특허와 영업비밀을 혼동하는데, 특허는 특허출원서에 그 특허발명의 구체적 내용과 정보가 기재되어 있기 때문에, 공개된 정보로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특허된 발명 또는 기술은 공개되지만, 특허권자 등이 상당한 기간 동안 독점적으로 그 발명과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실시권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특허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특허법위반으로 처벌되는 것이지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위반으로 처벌되는 것이 아닙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이 인정되려면, 해당 기술 정보 등을 습득하기 위하여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들어야 합니다.
즉, 영업비밀을 침해당하는 기업으로부터 직접 입수하지 않으면 이를 스스로 습득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라면, 그 기술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전제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아무리 중요한 기술 정보라도 해당 기업이 이를 비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해당 기업이 비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접근 가능하여 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므로 이를 취득한 행위를 비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부정경쟁방지법을 연혁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비밀로 되는 기준에 관하여, 2015. 1. 28. 이전에는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으로 규정되었는데, 2015. 1. 28.부터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으로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었고, 2019. 7. 9. 시행된 개정법에 의하여 현재와 같이 '비밀로 관리된' 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만큼 영업비밀의 중요성이 커지자 큰 노력을 기울이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비밀로서 관리되고 있다는 모양새를 띠기만 하면 이를 영업비밀로 인정하겠다는 입법자의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겠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통상 어떤 기업으로부터 퇴사한 기술자들이 동종기업을 설립하여 동종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경우, 기존 기업은 경쟁사가 늘어나게 되어 결과적으로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기존 기업이 새로 창업한 동종기업 관련자들을 영업비밀 침해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곰탕집은 그 국물의 비법을 오로지 사장만이 알고 있어 이를 종업원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하였는데, 한 종업원이 몰래 사장이 국물을 만드는 부엌에 침입해 카메라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그 비법을 알아낸 경우, 이는 '영업비밀 취득'에 해당하고, 이후 곰탕집을 그만두고, 비슷한 곰탕집을 연 경우라면 이는 '영업비밀 사용'에 해당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 그 종업원이 몰래 촬영된 동영상을 제3자에게 넘기게 되면 이는 '영업비밀 누설'에 해당하겠지요.
그런데, 곰탕을 만드는 레시피는 일반적으로 공개되어 있으므로 어떤 곰탕집에서 일하던 종업원이 퇴사한 후 그 곰탕집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다른 곰탕집을 창업한다고 하더라도 이전 곰탕집 사장이 그 종업원을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고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기술이나 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동종업계의 사람이 그 기술이나, 정보를 흉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면 되는데, 만약 그 기술이나 정보를 비교적 쉽게 흉내낼 수 있다면 그 기술이나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만약 어떠한 회사의 제품을 다른 회사가 그대로 만들려고 하였는데, 성능이나 기능을 동일하게 구현할 수 없다면, 그 제품에는 기존 회사의 영업비밀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상대방을 영업비밀 침해로 고소하려는 사람은 어떤 부분 또는 공정에서 어떠한 영업비밀이 사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주장하여 이를 입증하여야 하므로 상대회사가 단순히 동종제품을 생산한다는 점만으로는 영업비밀 침해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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