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부동산 신탁이 활발하게 도입되면서, 신탁된 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부동산 신탁에 있어 부동산의 소유자는 위탁자가 아닌 수탁자이므로, 수탁자의 동의나 양해 없이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추후 계약의 효력이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에 있어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탁된 부동산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는 이러한 점을 임차인에게 명확히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은 공인중개사가 신탁된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 체결을 중개하면서 임차인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판결 사안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 사안의 개요
A는 B(부동산신탁사로 추정됨)에게 본인 소유 건물을 담보신탁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원고는 신탁된 건물 중 X호실에 관하여 위탁자인 A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X호실에 입주하였는데, A와 B가 체결한 담보신탁계약에 따르면 A가 신탁된 부동산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는 B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러나 원고와 A의 임대차계약에 관하여 수탁자 B의 동의가 이루어진 사실은 없었습니다.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A는 사망하였으며 A의 상속인들은 상속을 포기하였습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X호실의 소유자는 B이지 A가 아니므로, B의 동의 없이 원고와 A가 체결한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B에게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원고는 B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고 A의 사망 및 A 상속인들의 상속 포기로 인하여 A에게도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였습니다. 원고는 임대차계약 체결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위와 같은 신탁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고, 그로 인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반화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3. 법원의 판단 – 서울북부지방법원 2025. 5. 13. 선고 2024가단111852 판결
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신탁관계가 설정된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로서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와 신의성실로써 신탁관계에 관한 조사·확인을 거쳐, 중개의뢰인에게 신탁원부를 제시하고, 신탁관계 설정사실 및 그 법적인 의미와 효과, 즉 대상 부동산의 소유자가 수탁자이고, 임대인 소유 아닌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는 것이며, 수탁자의 사전승낙이나 사후승인이 없다면 수탁자에게 임대차계약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면서, 원고의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
다만 원고에게도 중개의뢰인으로서 거래관계를 조사, 확인할 책임을 게을리한 부주의가 인정되고, 그것이 손해 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면서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하였습니다.
4. 시사점
이 사건의 경우, 임대차계약서에 ‘신탁된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라는 점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법원은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공인중개사가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공인중개사에게 신탁된 부동산에 관하여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리스크를 설명할 의무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입니다.
신탁이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명만 믿고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신탁된 부동산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수탁자인 부동산신탁사의 명시적인 동의 등 신탁계약에서 정한 절차가 모두 이행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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