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직장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2019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민사 사건의 숫자도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오늘은 가장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피해근로자가 행위자 또는 사용자를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쟁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법적 근거
직장내 괴롭힘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의 법적 근거는 모두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신적 피해의 경우, 피해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인격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으로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신체적 피해의 경우 가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침해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피해근로자에게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여 직접적인 신체적 고통을 가한 경우에는 당연히 형법상 폭행죄나 상해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고, 피해 발생 사실이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민사상 불법행위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해근로자에게 욕설이나 명예훼손적 발언을 한 경우에도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불법행위와 손해배상책임이 인정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피해근로자에게 부당한 지시, 차별 대우 등을 하여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 경우에는 그러한 행위가 ‘불법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다소 애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컨대 특정 근로자를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업무능력에 비해 지극히 단순한 업무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신적 고통을 가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정식으로 도입되고, 그러한 ‘직장내 괴롭힘’이 명시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라는 점도 법에 명시되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다소 애매하였던 위와 같은 행위들도,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는 행위로서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점만 확인된다면 이를 이유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대법원 역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라고 하여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되면 곧바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3.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법적 근거
직장내 괴롭힘에 따른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근로자는 사용자인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실무상 우리 법원은 사용자책임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가해자의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대체로 회사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회사가 가해자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가해행위가 발생하였다면 예외적으로 회사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데, 실무상 회사의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4. 손해배상액의 산정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체적 피해를 입은 경우 당연히 치료비, 약재비 등을 손해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부당한 인사이동이나 전보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받는 경우, 그에 따른 소득 감소분, 추가로 소요된 교통비 등의 비용도 손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장 문제되는 것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인데, 실무상 우리 법원은 위자료 가액 산정에 있어 다소 소극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법원에서 고려하는 기준으로는 i) 가해행위의 내용 및 정도, ii) 가해행위의 기간 및 반복성, iii) 당사자의 지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iv) 피해의 정도 등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괴롭힘의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소액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고 괴롭힘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한 경우에도 2,000만 원을 넘는 액수가 인정된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5. 시사점
직장내 괴롭힘 사건의 경우 1차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인사팀, 감사팀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 원만하게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또는 내부 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괴롭힘 행위 자체는 중단되었으나 그로 인한 적절한 피해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등에는 결국 법적 절차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 내부 절차에 문제가 있거나 손해배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 적절한 법적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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