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쟁점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에 따라 시행사로부터 신탁부동산을 수탁받은 신탁회사와 사이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영세한 규모의 시행사가 아니라 경제적 자력이 높아 보이는 유명 신탁회사가 계약 상대방이 되면 안전한 거래로 보이고, 계약 체결을 결정하는데 있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탁회사들은 ‘책임한정특약’을 분양계약서에 부동문자로 넣어두고 있습니다. 건물 준공에 문제가 생겨 채무불이행책임을 져야 할 때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것이 책임한정특약입니다. 이는, 신탁회사가 신탁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될 수 있어 신탁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정인 면이 있습니다.
신탁회사에게 너무 유리한 위 책임한정특약이 유효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사건에서 다툼이 있었는데, 아래 대법원 판결에서도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판단이 상반되었기에 대법원에서 어떤 입장을 나타낼지가 궁금하였는데, 대법원은 책임한정특약이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2. 제1심 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20가단5231440 판결]
< 주문사항 >
피고는 원고에게 18,815,1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1.부터 2022. 5.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유한책임신탁 제도의 규정 내용 및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유한책임신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제3자와 계약을 함에 있어 이 사건 공급계약과 같이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진다는 이른바 ‘유한책임특약’을 두는 것은,
① 신탁법상 유한책임신탁을 설정한 수탁자는 신탁법령이 요구하는 많은 의무를 부담하여야 하는데, 만약 ‘유한책임특약’의 효력을 별도로 인정하게 되면 수탁자는 손쉽게 그 약정만으로 각종 의무는 면제받고 이행 책임은 줄어드는 부당한 편익을 누리게 되는 점,
② 더구나 수탁자는 ‘유한책임특약’의 문구가 미리 부동문자로 인쇄된 계약서를 사용하여 상대방과 거래를 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수탁자보다 열후한 지위에 있는 수분양자들이 수탁자와 ‘유한책임특약’의 내용에 대해 교섭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③ ‘유한책임특약’의 내용이 유한책임신탁과 달리 대외적으로 공시되지 않음에도, 그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거래상대방의 채권자들의 경우 신탁회사를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거나 거래상대방을 채무자, 신탁회사를 제3채무자로 하는 보전처분을 진행하는 등에 있어 불측의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는 점
④ 결국 ‘유한책임특약’은 신탁회사가 사업주체 겸 분양자의 지위를 가지는 토지신탁 사업에서 신탁회사의 사업위험 내지 구상위험을 신탁채권자인 수분양자 등에게 전가하도록 만드는 점 등 신탁법상의 유한책임신탁에 관한 규정을 회피하는 것이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제2심 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9. 선고 2022나28040 판결]
< 주문사항 >
피고는 별지 목록 기재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원고에게 18,815,1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7. 1.부터 2023. 10. 1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사건 공급계약 특약사항 제1조 제1항은 이 사건 오피스텔이 피고와 △△△ 사이의 관리형 토지신탁사업에 의하여 공급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피고가 매수인에게 공급계약상의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으며, 매수인은 등기부로 공시되는 신탁원부의 내용을 확인하여야 한다는 점까지 기재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 즉
① 이 사건 신탁계약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신탁 등기의 일부로서 공시된 점,
② 피고가 이 사건 공급계약상 매도인으로서 부담하는 책임은 신탁재산 및 신탁계약의 업무범위에 한정된다는 위 책임한정특약은 이 사건 공급계약 내용의 일부로서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신탁법의 개정(2011. 7. 25. 법률 제10924호)으로 유한책임신탁 제도가 신설되었다고 하여 수탁자와 제3자 사이의 개별적인 책임한정특약이 금지된다거나 그러한 특약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④ 원고는 이러한 특약 등을 포함한 계약의 내용에 관하여 그 조항을 자세히 읽고 설명을 들어 이해하였고 위 계약내용에 동의한다는 취지를 계약서에 자필로 기재한 점까지 종합하여 볼 때,
위 책임한정특약은 계약당사자들 사이의 합의에 따라 이 사건 공급계약의 내용을 이루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공급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원고에게 부담하는 각종 채무에 관한 책임(이는 위 특약사항 제1조 제2항의 공급계약상의 책임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도 위 책임한정특약에 따라서 신탁재산의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함이 상당하다.
4.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99635 판결]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는 수탁자의 일반채권자와 달리 신탁재산에 대하여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신탁법 제22조 제1항). 한편 수탁자의 이행책임이 신탁재산의 한도 내로 제한되는 것은 신탁행위로 인하여 수익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한정되는 것이므로(신탁법 제38조), 수익자 이외의 제3자 중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채권자(신탁법 제22조 제1항)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관한 이행책임은 신탁재산의 한도 내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탁자의 고유재산에 대하여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31883, 31890 판결 등 참조).
다만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가 수분양자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이른바 ‘책임한정특약’을 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이러한 약정도 유효하고, 2011. 7. 25. 법률 제10924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2. 7. 26. 시행된 구 신탁법 제114조 이하에서 유한책임신탁을 도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러한 약정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
5. 시사점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이 책임한정특약도 당사자 사이에서 유효함이 인정되는 이상 분양계약에서 신탁회사가 상대방인 경우 수분양자는 일반적인 분양계약 보다 오히려 더욱 주의가 필요하며, 신탁회사가 책임을 지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알고 계약 체결 여부를 더욱 조심해서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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