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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분쟁이 발생하여 민사 소송을 진행하거나 형사고소를 할 경우 가장 중요한 증거자료가 무엇일까요? 녹취나 문자 메시지, 주변인들의 진술 등이 모두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입니다. 많은 증거 중에서도 가장 큰 증명력을 갖는 '증거의 왕'이 계약서이기 때문에, 계약서가 위조되지 않고 실제 당사자들이 작성한 것이라면 소송의 반은 이긴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오늘은 잘 작성된 계약서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계약서 작성이 왜 신중해야 하는지 사례와 함께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처분문서의 증명력
처분문서란 증명하고자 하는 법률행위가 그 문서자체에 의해 이루어진 문서입니다. 차용증, 대여 계약서, 합의서 등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문서가 처분문서입니다.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문서에 적힌 내용대로 양자간 합의가 있었음이 인정됩니다. 쉽게 말해 계약서에 양자가 실제 서명·날인하거나 도장을 찍었다면, 당사자의 실제 의사가 어떠했든 일단 문서에 적힌 내용이 우선한다는 의미입니다. 처분문서의 증명력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처분문서와 반대되는 내용의 인정은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쉽지 않습니다.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할 것이고, 처분문서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조된 점이 입증되어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그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떄문에 상대방이 먼저 제시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도장을 찍는 순간 진정성립이 인정되므로 법원은 문서에 적힌 내용 그대로 양자가 합의하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도장을 찍지 않았거나 문서가 위조되어 처부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으면, 해당 문서는 아무리 정교하게 작성되었더라도 법원이 믿지 않습니다. 해당 문서가 양자의 합의하에 작성되었다는 것, 즉 문서의 진정성립은 문서를 제출한 당사자가 입증해야 하며,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처분문서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합니다.

실제 사례 검토
처분문서에 기재된 내용을 뒤집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제가 수행한 사례 중 하나를 예로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lawtalk.co.kr/posts/103581
해당 사건은 법인과 그 대표이사가 보유한 부동산 매매계약을 매도하는데 있어, 매매 목적물에 법인의 소유지분 뿐 아니라 대표이사 개인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계약서에는 아래와 같이 기재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도인 주식회사 토방건설
대표이사 김방수 (인)
법인 뿐 아니라 대표이사 개인의 지분까지 매매목적물에 포함되었다고 보려면, 계약서에는 이렇게 기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매도인 김방수(주민등록번호)
00시 00동 00
똑같이 대표이사 김방수의 이름이 들어가 있고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계약서의 문언 그대로를 인정하고, 특히 위 부동산의 매매계약은 50억원이 넘었으므로 계약 당사자가 잘못 기재되어 있는 것은 법원이 보기에 치명적 오류입니다. 때문에 김방수의 개인지분까지 매매 목적물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실제 위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매매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대표이사 개인 지분은 매매목적물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대표이사인 김방수 본인이 직접 나서 자신의 지분을 팔았다고 증언하였음에도, 법원은 이를 믿지 않았습니다. 50억원이 넘는 매매계약에서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냐는 취지입니다.

위 사건은 2심에서 다시 치열하게 다투어졌고 결국 다시 전부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의뢰인은 계약서의 형식상 실수 하나로 3년 넘게 소송을 진행해야 했고, 거액의 변호사비와 소송비용을 지출해야 했습니다.

처분문서의 효력부정
처분문서에 기재된 내용을 반증하는 것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몇 가지 항변을 하여 처분문서의 증명력을 배척합니다.
1. 처분문서의 진정성립 부정
처분문서의 효력이 강력하고,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문서내용에 따른 합의가 있다고 보므로 법원은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는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는 법원이 모든 증거자료와 변론의 전취지에 터잡아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 것이고,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29254 판결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항변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위조 : 당사자가 계약서에 아예 서명날인한 적이 없거나, 당사자의 동의없이 타인이 무단으로 계약서에 당사자의 이름으로 서명날인한 경우 계약서가 위조되었다는 항변을 합니다.
무권대리 : 당사자를 대리할 권한이 없는 자가 당사자를 대리하여 서명날인한 경우입니다.
강박 : 당사자가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하였으나, 협박이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서명날인한 경우입니다.
위와 같은 항변을 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배척한다면, 해당 계약서는 증명력이 부정됩니다.
2. 처분문서의 내용과 다른 약정의 입증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문서내용과 반대되는 약정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반증이 없는 한 그 문서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나, 처분문서라 할지라도 그 기재내용과 다른 특별한 명시적, 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고, 또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경험칙과 논리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8418 판결
처분문서가 강력한 증거이므로 처분문서의 반대약정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만, 법원이 반드시 그 내용대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니므로 처분문서의 작성경위, 거래의 형평성, 실제 당사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을 치밀히 검토하고 증인신청, 사실조회 등 각종 증거방법을 총동원하여야 합니다.
실제 저는 무권대리 항변과 처분문서의 효력범위에 관한 주장과 입증을 통해 처분문서의 효력을 뒤집기도 했습니다.
<무권대리 항변이 인용된 사례>
https://www.lawtalk.co.kr/posts/103578
<처분문서의 효력범위를 제한한 사례>
https://www.lawtalk.co.kr/posts/103577

지금까지 계약서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계약서는 단순한 종이 한장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권리와 재산을 지키는 방패입니다. 하지만 그 방패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거나, 의미가 모호한 계약서는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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