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선린, ‘민사연구소’입니다.
전세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거액의 보증금을 맡기는 대신, 월세 없이 일정기간 거주하는 제도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 방식입니다.
전세는 임차인 입장에서는 월세 부담 없이 계약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다가 만기시 보증금의 회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기간 동안 보증금을 자산 운용에 활용할 수 있고, 매달 월세를 수령하는 것과 달리 전세보증금을 1회 수령하면 되기 때문에 임차인에 대한 관리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전세제도에는 단점도 존재하는데, 전세사기나 부동산 시세하락 등으로 임차인이 만기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임차인이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같은 공기업과 사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세사기, 부동산경기 하락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이 제도 역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임차인이 보증이행 청구를 하더라도 허그가 보증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허그는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보증사고가 성립하지 않았다거나, 임대인에 대한 갱신거절 통지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거나, 혹은 임차인이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였다는 등 다양한 사유를 들어 보증이행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린에서 변론를 맡아 진행한 사건 중 임대인에 대한 갱신거절 통지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그에서 보증이행을 거절한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보겠습니다.
○ 사실관계
1. 임대차계약 체결 : A는 2022. 2. 7.경 B 소유 아파트에 관하여 보증금 2억 원, 계약기간을 2022. 2. 25.부터 2024. 2. 25.까지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 2억 원을 임대인 B에게 지급하였습니다. 당시 B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은 B의 부모인 C와 D가 B의 대리인으로서 체결하였습니다.
2. 전세금반환보증계약 체결 : 이후 A는 2023. 1.경 허그와 보증기간을 2023. 1. 17.부터 2024. 3. 25.까지로 정하여 보증금 2억 원에 대한 보증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3. 갱신거절 통지 : A는 임대차계약 종료일인 2024. 2. 25.로부터 3개월 전인 2023. 11. 27. B의 부모 중 C에게 갱신거절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4. A는 만기가 지난 후에도 임대인 B로부터 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허그에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허그는 보증이행을 거절하였습니다.
○ 허그의 항변
허그는 ‘임차인 A가 임대인 B의 공동친권자 중 한 명인 C에게만 갱신거절의 표시를 하였고, 다른 공동친권자인 D에게는 하지 않았으므로 갱신거절의 통지가 부적법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A의 B에 대한 보증금반환채권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임대차계약 갱신거절의 통지와 같은 준법률행위의 도달은 사회관념상 상대방이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졌을 때를 지칭하고, 그 통지를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수령하였거나 그 통지의 내용을 알았을 것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법리를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습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관련한 연락은 임대인 B의 부(父) C가 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A가 B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반환 소송에서 C가 임대차계약은 2024. 2. 24. 종료되었다고 진술한 점, C와 D가 부부로 같은 주소지에 거주하고 있는 점 등 제반사정을 고려하면 D 역시 갱신거절의 통지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 A의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이로써 A는 평생 모은 전재산 2억 원을 모두 되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 전세사기 등 여파로 허그가 임대인 대신 지불한 보증금 규모는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에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허그가 재정난을 겪으며 사소한 이유를 들어 보증이행을 거절하는 사례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허그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증료 체계의 재설계, 사전 리스크 심사 강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며, 보증이행 거절을 통해 손실을 축소하려는 접근은 허그의 설립 목적에 반한다고 할 것입니다.
허그는 임차인 보호라는 보증제도 본연의 목적을 재정립하고, 서민들이 전 재산을 쏟아부어 어렵게 마련한 전세보증금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공적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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