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온경 대표변호사 추민경입니다.
사고나 분쟁이 발생한 뒤 손해배상 합의가 이루어지면, 보통은 그 사건이 ‘정리’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피해자는 일정 금액을 받고, 가해자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예상치 못한 손해가 추가로 발생하면, 이미 받은 합의금 외에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1. 손해배상 합의는 ‘화해계약’, 원칙적으로는 분쟁 종결
법원은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에 관한 합의를 화해계약으로 해석합니다. 화해계약은 기존에 다투던 법률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권리·의무 관계를 만들어내는 계약입니다. 따라서 일단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당사자는 합의 당시 주장했던 손해 외에 나중에 손해가 더 생겼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시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나...(대법원 1991. 4. 9. 선고 90다16078 판결)
2. 예외적으로 추가 손해배상이 가능한 경우는?
하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 추가 손해배상의 가능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아직 발생하지 않은 손해에 대해 여지를 남긴 경우
손해의 일부만을 기준으로 합의하고, 나머지 손해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손해배상 가능성을 유보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합의서에 “향후 후유장해가 발생하는 경우 그 손해는 별도로 산정하여 배상한다”는 식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문구가 들어가 있다면, 그 부분은 합의의 범위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고 나중에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경과를 좀 더 지켜보자”, “상태가 안 좋아지면 다시 이야기하자”는 식의 모호한 구두 약속만으로는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입증 책임은 해당 주장을 하는 피해자에게 있으므로, 녹취나 문서 같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 추가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2) 합의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중대한 후발손해
또 다른 예외는 합의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중대한 손해가 나중에 발생한 경우입니다. 합의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고, 그 손해가 매우 중대하여 만약 알았다면 애초에 그 금액으로는 절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 추가적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그 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여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보아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하였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그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그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
이러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라도 후속 손해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청구가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단순히 병원비가 좀 더 들었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며, 구체적인 의무기록, 진단서, 치료 경과 자료 등을 통해 그 손해의 성격과 중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여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합의가 한 번 이루어졌다고 해서 모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다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분명한 근거와 입증이 필요한 만큼, 법적으로 설득력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추가 손해가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처음부터 법률 전문가와 함께 방향을 잡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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