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지난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계약갱신요구권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갱신요구권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입자는 전체 임대차기간을 통틀어 1번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계약기간은 2년으로 하고
갱신시 월세와 보증금은 5% 이내로만 증액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당한 사유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법률상으로는 9가지 사유가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사안에서는 9가지 사유 중 8가지 사유는 집주인이 의도한다고 만들어낼 수 있는 사유가 아닙니다.
결국 대다수의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하기 위해 드는 사유는 '임대인(또는 임대인의 직계존비속)이 실거주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허위 실거주로 의심되는 경우가 가장 문제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때, 케이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집주인이 정말로 실거주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관철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갱신거절을 받아들이고 이사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집주인의 실거주가 진짜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경우입니다. 이 때 세입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단 갱신거절을 받아들이고 이사를 한다. 추후 임대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매매/임대를 한 것으로 확인되면 그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의심스러우니 이사하지 않고 버틴다. 추후 임대인이 명도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소송에서 싸운다.
허위 실거주를 확신하며 이사하지 않고 버틴 사례
집주인의 실거주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확신한 이유
오늘 소개드리는 사례는 집주인의 실거주 주장이 거짓일 거라고 확신한 세입자의 사례입니다. 이 사건의 의뢰인이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당초 매매를 해야 해서 의뢰인과의 전세 계약을 갱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자 갑자기 실거주하겠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의뢰인의 거주지, 즉 이 사건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수도권이었던 반면에 집주인은 그로부터 200km 이상 떨어진 지방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주인은 딱히 수도권으로 이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의뢰인은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이사 후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vs 이사하지 않고 명도소송 당하기
집주인의 실거주가 대단히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의뢰인은 일단 이사를 하고 추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인지 아니면 이사하지 않고 버텨서 명도소송에서 방어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의뢰인은 같은 생활권을 반드시 유지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었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의 집주인은 일단 의뢰인이 이사를 하고 나면 이후 제3자에게 임대를 하기보다는 매매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였습니다. 이와 같이 집주인이 매매를 하게 되면, 추후 의뢰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1천만 원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이에 의뢰인은 이사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보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집주인의 명도소송 제기
의뢰인이 이사하지 않고 버티자, 집주인은 의뢰인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임대인이 실거주하려고 하니 임차인은 집을 비우고 이사를 가라'라는 소송이었지요.
대법원 판례 - 집주인의 실거주하려고 한다는 점은 집주인이 직접 주장,입증해야 한다
집주인이 실거주 사유를 들어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에게 실제로 거주하려는 사정이 있다는 점을 집주인이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임대인의 실제 거주를 이유로 한 임대차계약 갱신거절과 증명책임 | 로톡
실제 소송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 주장의 허점을 얼마나 잘 파고드는지가 관건
다만 실제 소송에서는 집주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과 증거만을 들먹이며 실거주하겠다는 주장을 늘어놓게 되고, 이 부분을 세입자 측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박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크게 갈립니다.
이 사건에서도 집주인은
현 거주지와 이 사건 아파트 사이의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이 사건 아파트 근처로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
현 거주지는 집주인 가족이 지내기에 부적절하여 이 사건 아파트로의 이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족구성원이 추가될 예정이므로 현 거주지가 너무 좁아 계속 거주할 수 없기 사건 아파트로 이사해야 한다.
라는 식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법률사무소 아란에서는
집주인은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나 실제로 이직을 한 것은 아니다.
집주인이 제출한 증거를 보면, 집주인이 이직을 시도한 시기에도 여전히 집주인은 이 사건 건물을 제3자에게 매매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즉, 이직을 하더라도 이 사건 아파트에 입주할 계획이 없었다.
집주인의 현 거주지는 전입신고만 해둔 주소지로 보이고 실제 거주지는 이 사건 건물과 유사한 조건을 가진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등 집주인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하나씩 반박해 나갔습니다.
판결 결과 : 세입자 승소
그 결과, 법원에서는 집주인의 명도소송을 기각하였습니다.
즉, 집주인에게는 실거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세입자는 계속 살아도 좋다는 세입자 승소 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허위 실거주가 강력하게 의심된다면 손해배상청구와 명도소송 사이에서 잘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고는 하는데 그 진의가 크게 의심스러운 경우, 세입자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일단 갱신거절을 받아들인 후 이사를 했다면, 추후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세입자는 당연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손해배상금액은 세입자가 체감하는 이사의 불편함에 비해 낮은 금액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내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고 말하기는 하는데 그 진의가 크게 의심스럽다면, 이사하지 않고 버텼을 때의 이해득실과 일단 이사를 한 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 사이의 이해득실을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소개드린 사건의 의뢰인은 반드시 계속 거주해야만 하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고, 집주인의 실거주가 허위라고 확신할 정도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버티는 것을 선택하셨는데요. 의뢰인의 선택에 승소라는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어 저역시 보람찼던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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