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약금은 무조건 배액상환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계약에서 우리는 계약금을 주고 받습니다. 특히 부동산 매매계약, 전세계약 등에서 계약금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계약금을 주고받은 뒤에 계약이 파기되면 파기한 잘못이 있는 측이 그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계약 이전의 가계약 단계에서도 주고받은 가계약금을 근거로 그 가계약금의 배액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언제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부터 계약금, 해약금, 위약금,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 계약금은 계약 체결의 증거이나, 매매계약에서는 해약금으로 본다
계약금은 '계약을 끝까지 지킨다는 약속의 의미로', 즉 계약 체결의 증거로 주고받는 금액을 말하며, 증거금이라고도 부릅니다.
계약금은 여러가지 계약에서 쓰이지만, 주로 매매계약에서 많이 쓰입니다.
매매계약은 민법 제563조에서 그 개념이 나오는데, "매매는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추가로 보아야 할 민법 규정은 제565조(해약금)입니다.
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은 일반적으로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해약금은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태까지 한 말을 요약하면, 보통의 계약에서 계약금은 증거금/증약금의 성격을 가지며, 계약 체결의 증거가 됩니다. 다만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돈을 받은 자가 그 배액을 상환해야 매매계약이 해제됩니다.
우리가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시 계약금을 배액상환하는 이유가 바로 민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것입니다.
3. 특약이 있으면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본다.
위약금은 계약금이나 해약금과는 또 다른 개념입니다.
위약금은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위반자가 주어야 하는 돈'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는데,
1) 위약벌, 2)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나뉩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 관계없이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위반자가 그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적으로 약정한 것”을 말합니다.(대법원 2018다248855, 2018다24886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민법 제398조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당사자가 계약 당시부터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할 수 있고,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부릅니다.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는데요,
일반적인 계약에서 위약금 약정을 했다면, 해당 위약금을 주는 것으로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전부 이행했다고 본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계약이 깨졌을 때 잘못한 상대방은 위약금만 주면 다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매매계약에 있어서 계약금은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매수인은 이를 포기하고 매도인은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다만 당사자의 일방이 위약한 경우 그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누438 판결 참조).
4. 가계약금은 또 다른 문제다
앞서 말한 계약금, 해약금, 위약금과 가계약금은 또 다른 법적 문제입니다.
가계약금은 일단 계약금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이에 대해서 법적으로 정해진 개념은 없습니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하급심 판례가 있는데, 그대로 가져와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가계약 내지 가계약금의 지급이라는 형태의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지만, 그 법률상의 의미와 구속력의 정도에 관하여 정립된 법리가 없다. 가계약도 계약의 일종이고, 계약금에 비추어 소액이지만 가계약금의 수수까지 이루어지는 만큼 뭔가 구속력이 있겠지만, 임시의 계약이다 보니 본계약보다는 약한 구속력을 가진, 약간은 불분명한 무엇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가계약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의 문제로서 당사자들이 가계약에 이른 경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인데요,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이때 정해진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나서야 비로소 매매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가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당사자들이 합의한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가계약금이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지 않고 증거금의 성질만 가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에도 배액 상환이 아닌 가계약금의 상환 만으로 계약을 종결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5. 계약금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계약 당사자가 주고받은 의사표시를 기준으로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계약 당사자가 주고받은 돈을 무엇으로 해석할 것인지는 계약 당사자가 주고받은 의사표시를 모두 종합하여 이루어집니다.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특약이 있으면 위약금으로 해석하는 사례도 대다수입니다.
그러나 위약벌로 보는 것은 예외적인 사실관계가 있어야 하고, 가계약금의 경우 정해진 판례나 법 규정이 없으므로 보다 상세히 사실관계를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결국 자세한 것은 부동산/계약 체결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답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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