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압류/가처분도 잘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가압류/가처분은 보전처분으로서,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꼭 진행해야 하는 절차 중 하나입니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채무자가 이미 돈을 다 써버렸거나 다른 곳에 빼돌렸으면, 그 판결문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가압류/가처분을 무분별하게 하는 것까지 대한민국 법이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글에서는 과도한 가압류 내지 가처분으로 인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채권자에 대한 판례를 소개하고 분석하겠습니다.
2.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한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압류/가처분 후 진행한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패소판결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채권자는 승소할 줄 알고 가압류/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였다면,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그 가압류/가처분으로 인해 채무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이죠.
대법원 역시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은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집행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실체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는 본안소송에 맡기고 단지 소명에 의하여 채권자의 책임 아래 하는 것이므로,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되고, 따라서 그 부당한 집행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6다84874 판결 참조).
3. 부당한 가압류/가처분의 기준
부산지방법원은 '종전 가압류 청구금액 전액에 대한 해방공탁에 있었음에도, 가압류 취소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및 항고를 제기하여 가압류 집행기간을 불필요하게 연장한 경우'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부산지방법원 2015. 01. 22 선고 2014가단207227 판결 참조).
또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채권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소 제기 및 가압류 신청 당시 평면도의 가스배관 크기를 변조하여 증거 및 소명자료로 제출하여 사도화변조죄로 처벌받은 사안'에서도 채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6. 3. 4. 선고 2015가단234834 판결 참조).
대법원은 '채권자가 제3자 명의 예금채권을 채무자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가압류신청을 하고 가압류 결정 및 집행까지 된 사안에서, 제3자가 입은 손해는 채권자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다24872 판결 참조). 즉, 부당한 가압류로 인한 피해자가 채무자 아닌 제3자라면, 제3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4. 손해배상금은 어떻게 책정될까?
잘못된 가압류/가처분으로 채권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진 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얼마의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물어주어야 할 것이냐인데요. 이에 대한 대표적인 판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가압류이의사건의 송달료, 해제등록세, 변호사보수 등
부당한 가압류로 인해 채무자가 입은 손해는, 부당한 가압류에 채무자가 이의신청한 비용이 계산근거가 됩니다. 예를 들어, 가압류이의신청 진행을 위해 법원에 낸 소송비용(송달료, 해제등록세 등)과 변호사 보수 전액이 손해배상금이 됩니다(서울고등법원 2009. 12. 11. 선고 2009나70243 판결 참조).
2) 가압류 해방공탁금에 대한 이자 상당액
부당한 가압류/가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은 해방공탁한 금액의 연 5%이자로 계산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다34095,34101 판결은, "본안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보전처분 채권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가압류 채무자가 가압류 청구금액을 공탁하고 그 집행취소 결정을 받았다면, 가압류 채무자는 적어도 그 가압류 집행으로 인하여 가압류해방 공탁금에 대한 민사 법정이율인 연 5푼 상당의 이자와 공탁금의 이율 상당의 이자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3) 부동산 처분 지연으로 인한 손해(특별손해)
가압류 때문에 팔려던 부동산을 팔지 못해서 생긴 손해는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특별손해로서 가해자(채권자)가 그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다79524 판결에 따르면, "부당한 가압류의 집행으로 그 가압류 목적물의 처분이 지연되어 소유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가압류신청인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나, 가압류집행 당시 부동산의 소유자가 그 부동산을 사용·수익하는 경우에는 그 부동산의 처분이 지체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는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수익함으로 인한 이익과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부동산의 처분이 지체됨에 따른 손해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만일 그 부동산의 처분지연으로 인한 손해가 그 부동산을 계속 사용·수익하는 이익을 초과한다면 이는 특별손해"라고 판시했습니다.
5. 과도한 가압류/가처분은 하지 않아야 한다.
가압류/가처분은 소송 전에 반드시 필요한 보전처분입니다. 다만 채권자는 가압류·가처분을 신청하기 전, 청구권의 존부와 보전의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본안소송의 전개에 따라 집행을 적시에 조정해야 합니다.
무리한 보전처분은 채권 확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이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라는 역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결국 보전의 필요성과 상대방의 권리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분쟁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길이며, 불확실할 때에는 가압류·가처분의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논의하여 신중히 대응하시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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