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쟁점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도인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인도의무를 이행하여야 하고, 매수인은 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특약을 통해 추가적인 의무를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잔금일이 되었음에도 매도인이 위 의무 이행을 지체하고 있다면 매수인은 위 이행지체를 사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 동시이행관계에 있기에 자신의 잔금지급의무에 대해 이행 또는 이행제공을 하여야 매도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고 해제하겠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매수인이 잔금 지급과 관련하여 어떻게 이행 또는 이행제공을 하여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데, 매도인이 의무 이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잔금을 그대로 지급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법원 판례들을 살펴보면, 은행 계좌에 돈을 예금한 상태에서 지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통장 사본 또는 잔고내역서 등을 보내는 행동만으로는 이행제공으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고, 잔금을 수표나 현금으로 준비하여 이행장소에 가지고 가서 제시를 하여야 한다고 하거나 공탁제도를 이용하여 법원 공탁소에 보관하는 등의 행동을 하여야 이행 또는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인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계약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도인인데, 매수인에게 엄격한 이행제공 방식을 요구하게 된다면 매도인에게 구실만 주게 될 수가 있어 대법원은 이행제공의 정도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 대법원 판결요지
[대법원 2024. 9. 13. 선고 2024다237757 판결]
(1) 사안의 개요
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의하면 원고(매수인)는 잔금 200,000,000원을 2022. 6. 15.까지 지급하여야 하고, 특약사항으로 ‘잔금 시 지붕, 외벽, 마당 콘크리트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 완료 조건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나. 피고는 2022. 6. 15.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였고, 이에 피고 측은 원고에게 공사 진행 상황을 봐서 잔금 지급일정을 알려주겠다고 하였다. 이후 피고는 이 사건 공사를 2022. 7. 15.까지 완료하기로 하였고, 원고는 2022. 7. 15. 이 사건 부동산을 방문하였는데 그때까지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 이에 원고 측은 “빨리 끝내세요. 빨리 끝내면 끝나는 대로 계산 다 드릴게요.”라고 하였으나 피고는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에게 잔금 지급을 요구하였다.
다. 원고의 보통예금 계좌에는 2022. 6. 15. 219,245,107원이, 2022. 7. 15. 308,539,420원이 예금되어 있었는데, 원고는 2022. 7. 21. 경 피고에게 ‘피고가 잔금 지급기일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의 잔금 지급의무와 피고의 이 사건 공사 완료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데, 원고의 보통예금 계좌 잔액이 2022. 7. 15.경 192,215,046원에 불과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잔금에 미치지 못하였고, 설령 계좌에 잔금 상당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에게 잔금 지급의무의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이행지체로 인한 해제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쌍무계약에서 당사자의 채무에 관하여 이행의 제공을 엄격하게 요구하면 불성실한 상대 당사자에게 구실을 주게 될 수도 있으므로 당사자가 하여야 할 제공의 정도는 그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합리적으로 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다278354, 278361 판결 참조). 따라서 부동산 매도인이 계약의 이행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잔금 지급일까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정한 매도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여 잔금을 수령할 준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수인도 그에 상응한 이행의 준비를 하면 족하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따르면, 원고는 당초 잔금 지급기일인 2022. 6. 15. 잔금 지급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피고는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여 스스로 원고에게 잔금 지급을 유보할 것을 요청하였고, 그에 따라 연기된 공사 완료 시점인 2022. 7. 15.까지도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하였으며, 원고 측이 이 사건 공사를 완료하면 잔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음에도 이 사건 공사가 완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잔금 지급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피고의 의무 불이행의 정도와 의무 이행 의사 및 계약 이행 경과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22. 7. 15. 원고는 그 무렵 자신의 보통예금 계좌에 잔금을 넘는 돈을 보유하면서(원심은 그 당시 원고의 보통예금 계좌 잔액이 192,215,046원에 불과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잔금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액수는 그 당시가 아닌 2022. 11. 30. 기준 잔액으로 보인다), 언제라도 이를 출금하거나 피고의 계좌로 송금하여 잔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피고에게 그 통지와 수령을 최고함으로써 잔금 지급의무에 관한 이행의 제공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판시와 같이 2022. 7. 15.경 원고의 보통예금 계좌 잔액이 잔금에 미치지 못하였다거나 잔금 지급의무의 이행제공을 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쌍무계약에서 채무의 이행제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하급심 법원에서는 예금통장에 돈이 보관되어 있는 상태를 알린 것만으로는 매수인이 적법한 이행제공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였고, 이는 기존 대다수의 판례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매매계약이 파기된 사정과 관련하여, 매도인의 의무 불이행의 정도와 의무 이행 의사 및 계약 이행 경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았고, 매도인의 귀책이 큰 사정이 있다면 매수인의 잔금 이행제공의 정도를 보다 완화하여 해석해주어 매수인의 계약해제가 가능한 정도의 이행제공이 있었다고 본 사건이었습니다.
매매계약의 해제가 가능한 이행제공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사건마다 법원마다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어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영역입니다. 따라서 유사한 사건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으시다면 반드시 법률자문을 받고 철저한 대처를 준비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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