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이란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이라고 하면 형법이나 형사특별법이 적용되는 사건을 가리킵니다만,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의 비중도 상당합니다. 각종 행정법규에는 법규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일정한 위반 사항에 대한 제재로서 ‘벌칙’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러한 벌칙으로는 과태료와 같은 비교적 경미한 제재를 규정하는 경우도 있지만(이를 ‘행정질서벌’이라 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형벌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이를 ‘행정형벌’이라 합니다). 행정법규 위반 사항이 존재하고 그에 대해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면, 형법이나 형사특별법이 적용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절차와 공판절차가 진행되고 그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참고로,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개시(입건)됨으로써 징계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역시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형사사건과 행정사건이 같이 진행되기는 하나, 형벌법규 위반 사실에 기초하여 형벌과는 다른 별개의 제재를 가한다는 점에서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과 구별됩니다. 징계처분을 ‘징계벌’이라 하여 ‘행정벌’과 달리 취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의 특징
그렇다면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 비교할 때 어떠한 특징이 있을까요?
우선, 행정법규는 워낙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어서 해당 행정법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사람은 ‘6법전서’를 들고 다닌다고 하였는데, 그 6법은 헌법, 형법, 형사소송법,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 등 5개의 법(헌법 및 민·형사 실체법과 소송법)과 행정법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다른 법과 달리 행정법은 ‘행정법’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법이 없고, 다만 행정기본법이 최근 제정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행정법의 영역은 위에서 말한 5법을 제외하고 행정 분야에 관한 나머지 모든 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모든 분야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행정법에 공통되는 이론, 즉 ‘일반행정법이론’ 역시 민사실체법과는 달리 이론적 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고, 실무에서 다양한 행정사건을 두루두루 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변호사의 전문성을 판단할 때는 각종 행정소송 수행 경험, 행정기관 근무 경력, 행정심판위원회 활동 현황 등이 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무가로서 특정 분야에 관한 저술이나 방향성 있는 학술논문이 있는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됨은 물론입니다.
둘째, 일선 수사관은 형법과 형사특별법의 전문가이지 행정법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의 경우 기본적으로 해당 행정 분야나 법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일선 수사관이 아무리 수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방대한 행정법규에 대한 식견을 갖추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 결과 행정기관의 입장을 대체로 수용해 버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관련 행정법규에 대한 정확한 해석론을 의견서 등으로 제시하고 문제되는 법규에 대한 치밀한 해석론을 바탕으로 수사입회 과정에서 수사 방향을 잘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사입회 변호사의 역할이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훨씬 더 크고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중대한 행정법규 위반으로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건 전체의 비중으로 봤을 때는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약식명령 포함)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벌금형 선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영업정지·취소, 사업정지·취소, 자격정지·상실 등과 같은 행정제재로 이어짐으로써 당사자의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행정법규 위반에 의한 과태료 부과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서는 무혐의처분(불송치결정)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선처가 이루어져 기소유예를 받거나 소액의 벌금으로 약식기소가 되면 그 결과가 행정처분에 반영되는 것이 실무적 관행이므로, 법규 위반 여부를 다툴 만한 실익이 있는지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에서 부득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 이와 연계하여 행정사건 대응도 필요하게 됩니다.
예컨대, 일반음식점에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먼저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입건이 되면, 관할 지자체에 그 사실이 통보가 되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있게 되는데,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구약식 벌금이나 기소유예를 받는 것과는 별개로 그와 동일한 사실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정지처분을 행정심판을 통해 다투어야 합니다. 행정처분에 불복하기 위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은 청구기간이나 제소기간이 매우 짧다는 점(90일)에서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특히 행정처분이 형사사건과 같은 위반 사항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행정법 영역에서는 형사사건과 다른 특유의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단순히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사건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형사상 처벌을 위해서는 구성요건 사실에 대한 고의가 필요하지만,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의 경우 위반 사실에 대한 고의나 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만 문제됩니다(대법원판례). 참고로, 주류를 제공받은 청소년이 신분증을 도용하는 바람에 청소년인지 몰랐다는 주장은 형사사건에서는 고의의 문제로, 행정사건에서는 행정처분 감면의 문제로 다루어집니다.
변호사 선임의 고민
이렇듯,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은 일반 형사사건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관련 행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두루 갖춘 변호사를 선임하면 형사사건과 연계되는 행정사건에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사건별로 변호사 선임을 따로 하게 되면 의뢰인의 입장에서도 매우 번거롭고 각 사건의 변론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의 경우 경미한 형사사건으로 기소유예와 같은 선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징계처분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선처만 빌면서 조사를 마무리한 결과 불필요하게 징계처분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도 행정법규 위반으로 인한 형사사건과 유사하게 형사사건과 징계사건을 한꺼번에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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