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의뢰인이 쇼핑몰 상품에 리뷰를 남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수당을 받기 위해 사기범에게 계좌를 제공하였는데, 해당 계좌에 돈을 입금한 사기 피해자가 의뢰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통장 대여로 사기방조 혐의를 받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사건경위
의뢰인은 인터넷 검생 중 어느 쇼핑몰에서 제안하는 아르바이트에 참여했습니다. 쇼핑몰 담당자인 '김팀장'은 의뢰인이 물건을 구매하고 후기를 작성하여 주면 구매한 상품금액과 일정액의 수당(상품금액의 5%~10%)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의뢰인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김팀장이 진행하는 상품구매 후기작성에 참여하였고 하루만에 2,700만원의 상품을 구매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 약속된 수당을 받지 못하자 원금을 돌려달라고 하였고, 김팀장은 의뢰인에게 돈을 받을 계좌번호와 신분증 사진을 보내주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의뢰인은 다급한 마음에 김팀장이 시키는대로 하였는데 김팀장은 의뢰인의 계좌로 다수 피해자들의 돈을 송금받았고, 피해자들의 요청으로 계좌가 잠기자 의뢰인은 비로소 자신의 계좌가 사기에 이용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의뢰인 계좌로 입금한 피해자들 중 한명(원고)은 의뢰인이 사기범죄단의 일원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계좌 대여자의 불법행위 책임
보이스피싱, 단체조직사기 사건에서는 피해금을 입금받을 계좌를 모으고자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는데, 대가를 지불하거나 노숙자들을 모으는 방법으로 계좌를 확보합니다. 계좌 대여자는 사기범죄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형사상 처벌은 면할 수 있으나, 민사법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책임을 인정하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과실에 의한 방조책임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은 불법행위의 방조자를 공동불법행위자로 보아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계좌(접근매체)를 대여·양도한 계좌 명의인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접근매체를 통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그 전자금융거래에 의한 법률효과를 접근매체의 명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넘어 그 전자금융거래를 매개로 이루어진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접근매체를 양도한 명의자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접근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접근매체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게 된 목적 및 경위, 그 양도 목적의 실현 가능성, 양도의 대가나 이익의 존부, 양수인의 신원, 접근매체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접근매체의 기여도, 접근매체 이용 상황에 대한 양도인의 확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원고 주장반박
원고는 의뢰인이 쇼핑몰의 운영자로 사기범죄조직의 일원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아래와 같은 점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반박하였습니다.
1.의뢰인 역시 피해자라는 점
의뢰인은 쇼핑물 운영자로 보이는 김팀장에게 속아 물품 구매 리뷰를 시작하였고, 이후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김팀장을 사기로 고소하였습니다. 사기 고소장, 카카오톡 대화내역, 입금내역 등을 증거로 제출하여 의뢰인이 사기집단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입증하였습니다.
2.의뢰인의 과실 부존재
의뢰인은 본인이 입금한 피해금을 어떻게든 환급받고자 김팀장에게 계좌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며, 통장 또는 체크카드와 같은 접근매체 자체를 교부하지 않았습니다.
환급을 받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의뢰인은 계좌 정보 제공에 대한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아니하였고, 나중에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에야 본인이 속은 사실을 깨닫고 피해 사실을 소명하였습니다. 때문에 수사기관은 의뢰인을 사기 방조범으로 입건하거나 조사를 진행하지도 않았습니다.
3. 인과관계 부존재
위 대법원 2012다84707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대법원은 위 사건의 피고(계좌 명의인)의 통장 교부로 인하여 원고(피해자)가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돈을 이체한 것이 아니라, 피고의 계좌는 원고가 이미 피싱범에게 기망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데 이용된 수단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통장 교부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쇼핑몰에 계좌사용권한을 주거나 통장 현물을 교부한 적이 없었고, 원고는 김팀장에게 기망당하여 의뢰인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였습니다. 이에 의뢰인의 계좌정보 제공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4. 하급심 판례 제출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유사한 하급심 판례를 제출하여 의뢰인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2. 13. 선고 2022나33172 판결
위 판결 재판부는 당해 피고가 자기 명의의 계좌를 성명불상자에게 일시 사용하게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1) 피고 역시 성명불상자에게 기망당하여 80,000,000원을 편취당한 점, (2) 피고 계좌의 접근매체를 넘겨준 것도 위와 같은 기망에 의한 것으로서 피고가 사기라는 불법행위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②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21. 선고 2022나28521 판결
위 판결 재판부 역시 ① 당해 피고가 성명불상자의 기망행위에 속아 접근매체를 교부한 점, ② 피고가 성명불상자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이라는 것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가 접근매체 대여행위를 통하여 성명불상자로부터 어떠한 금전적 대가를 취득한 바는 없는 점을 근거로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판결 선고
재판부는 의뢰인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원고의 과실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액을 50%로 감액하였습니다.
사기 환급금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와 계좌 정보를 선뜻 피싱범에게 제공한 의뢰인의 행위가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실에 의한 방조책임 관련 법리를 기초로, 구체적인 계좌 제공경위와 피해금 입금내역을 성실히 소명하여 의뢰인의 책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집단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수없이 발생하면서 계좌 명의인의 민형사 책임이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계좌 제공경위와 대가 수령 등 사건 전반에 대해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한다면 계좌에 입금된 피해액 전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면밀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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