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빌려주었을 뿐인데, 내가 다 갚아야 한다고?(명의대여자 책임)
여러가지 이유로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상대방에게 통장과 연계된 체크카드 등을 주면서 마음껏 쓰게 하거나 아니면 상대방으로부터 '반드시 갚겠다.'라는 말을 듣고 스스로 명의로 대출을 받아 돈을 빌려주기도 한다.
여기서 답답한 것은, '나의 선택에 의해' 명의를 빌려주게 된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명의를 빌려주게 되는 경우는 부모님, 친형제자매, 가장 가까운 지인들의 안타까운 사정들인 경우가 많다.
상대방은 처음에는 이자를 연체하지 않고 꼬박 꼬박 갚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약속했던 원금 회수는 커녕 이자까지 밀리기 시작한다. 명의대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출 원금을 해결하지 못해 정말로 필요한 순간 대출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용점수도 곤두박칠친다.
이 정도가 되면 명의대여자는 화가 나기 시작한다. 내가 실제로 쓴 돈은 한 푼도 없는데 선의로 했던 행동들 때문에 왜 나만 피를 봐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 당연히 명의를 차용했던 사람에게 빨리 원금을 갚기를 독촉하지만 '지금 당장은 돈이 없다.'라는 말만 계속할 뿐 문제가 잘 풀리지는 않는다.
인터넷 검색도 해 보고 주위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곧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실제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오늘은 '명의대여자'가 왜 책임을 다 져야 하는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구제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명의를 빌려 체결된 대출의 경우, 명의대여자는 무효 주장을 할 수 있는가?
명의를 빌려 체결된 대출의 경우 판례의 태도는 명의를 빌린 사람(명의차용자)는 계약의 당사자로 보지 않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명의대여자)을 계약 당사자로 본다. 그 이유는 대출계약에서는 당사자의 특징이 아니라 신용을 중시하기 때문이다(즉 은행은 명의대여자의 신용상태를 보고 대출을 일으킨 것이지 명의차용자가 누구이든 신경쓰지 않는다).
또한 판례는 명의대여자가 실제로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명의를 빌려준 사실'자체가 사실상 채무부담의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비진의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설령 명의대여자가 '채무부담의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표시의 상대방은 은행이므로, 명의대여자가 전혀 채무를 부담할 의사 없이 진의에 반한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것까지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의대여자는 여전히 (은행과의 관계에서는) 대출금 채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6. 9. 10. 96다18182판결).
다만 예외가 있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인 은행이 명의대여사실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명의차용자로 하여금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는 등의 합의가 있었던 경우이다(대법원 1998. 9. 4. 98다17909판결). 이런 특별한 사정에 대해서는 명의대여자가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경우가 있을까 싶지만, 몇 가지가 있다. 1) 은행이 동일인 대출한도를 회피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의 '양해'하에 형식상 제3자 명의를 빌려 체결된 대출약정에 대하여 통정형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판시한 것이 있다(대법원 2007. 11. 29. 2007다53013판결).
2) 어음행위에 제108조가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형식상 주채무자 명의의 대출약정을 하고, 그에 따른 어음을 발행한 경우 이를 통정허위표시로 보고 무효라고 판시한 것이 있다(대법원 1996. 8. 23. 96다18076판결).
이처럼 의사표시의 당사자인 은행이 양해를 한다면 무효주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은행이 그런 양해를 해줄리가 없으므로, 명의대여자는 돈을 실제로 쓰든 아니든, 대출에 대한 원금 뿐만 아니라 이자를 부담할 책임이 있다.
2) 명의대여자가 구제될 수 있는 방안은?
위와 같이 명의대여자는 명의차용자에게 명의를 대여해 준 이후 지출된 비용 및 대출금 채무에 대해서는 꼼짝없이 변제할 책임을 진다. 따라서 이런 경우 명의차용자에게 차용증을 받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차용증을 받아둔 것이 없다면 녹취나, 문자로라도 상대방의 채무 범위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만들어둬야 할 것이다!
이후 명의대여자는 이를 근거로 명의차용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거나 공증을 받고 이를 근거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만약 상대방이 돈이 없는 경우에는?
아무리 소송을 청구하여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이 돈이 없는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 강제집행(압류, 경매등)도 상대방이 돈이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결문을 받아두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변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모든 채권은 소멸시효가 있고 또한 상대방이 영원히 재산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상대방이 엄청난 고령이라면 예외가 될 수 있지만..). 따라서 판결문이라도 받아둬서 이후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원을 만들어 두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과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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