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약혼 후 상대방에게 혼수비용으로 4,000만원을 지급하였으나 이후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한 사례에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금, 약정금을 청구하여 3,000만원의 조정결정을 받은 사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2015년 경 결혼하여 법률상 배우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성격 차이로 별거중이었고 혼인관계는 파탄상태였습니다. 그러던 중 의뢰인은 2022. 6. 경 피고를 만나 교제하게 되었습니다.
피고는 돈을 좋아하는 여자였습니다. 의뢰인에게 결혼비용과 각종 명품을 사달라고 요구했고, 적어도 몇천만원 이상의 혼수를 마련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의뢰인은 아직 전처와 호적관계를 정리하지 않았고, 피고의 이성관계가 복잡한 점이 걸려 그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처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하자 의뢰인은 피고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의뢰인은 피고가 요구하는 대로 2023. 5. 혼수 명목으로 4,000만원을 송금했고 2023. 6. 에는 혼인서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돈을 받자 피고의 태도는 급변했습니다. 이유 없이 의뢰인에게 쌀쌀맞게 대하더니 같이 여행을 가서는 "당신의 손길이 닿는 것도 싫다. 같이 침대에서 잘 수 가 없다."면서 갑작스런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의뢰인은 황당한 마음에 피고에게 4,000만원을 돌려달라 했지만 피고는 각종 핑계를 대며 돈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뢰인은 돈을 받기 위해 저를 통해 피고에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적 쟁점 분석
이 사건은 단순해 보였으나 법률적으로 여러 쟁점이 있었습니다. 기혼자의 약혼이 법적으로 유효한지, 약혼이 유효하다면 약혼 해제 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등 여러 쟁점이 있었습니다.
1. 기혼자의 약혼의 유효성
일반적으로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자의 약혼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입니다. 약혼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라면 의뢰인은 피고에게 혼수명목으로 지급한 돈을 청구할 수 없으나, 다만 기존의 법률혼이 사실상 이혼 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약혼은 유효합니다.
대법원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법률상 배우자와의 혼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중혼적 사실혼)에 있는 경우,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면 중혼적 사실혼 관계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64161 판결)
남편 갑이 법률상의 처 을이 자식들을 두고 가출하여 행방불명이 된 채 계속 귀가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조만간 을과의 혼인관계를 정리할 의도로 병과 동거생활을 시작하였으나, 그 후 갑의 부정행위 및 폭행으로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게 될 때까지도 갑과 을 사이의 혼인이 해소되지 아니하였다면, 갑과 병 사이에는 법률상 보호받을 수 있는 적법한 사실혼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병의 갑에 대한 사실혼관계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므530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는 의뢰인의 전혼(법률혼)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인서약(약혼)을 하였기 때문에 약혼은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이며, 법률상 보호받을 수 있는 적법한 약혼이 아니기 때문에 의뢰인이 지급한 돈을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항변하였습니다.
2. 민법 제103조 위반 - 불법성 비교론
의뢰인과 피고의 약혼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라면, 의뢰인이 피고에게 지급한 4,000만원은 민법 제746조 본문의 불법원인급여이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불법원인이 수익자(피고)에게만 있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뢰인)보다 현저히 크다면 급여자는 수익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746조(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도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경우이거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커서 급여자의 반환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공평과 신의칙에 반하게 되는 경우에는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되므로, 대주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초과하는 이율의 이자를 약정하여 지급받은 것은 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고 차주에게는 과도한 반대급부 또는 기타의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원인이 수익자인 대주에게만 있거나 또는 적어도 대주의 불법성이 차주의 불법성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어서 차주는 그 이자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증거수집 및 반박서면 작성
피고의 주장에 의하면 의뢰인은 전처가 있으면서도 돈으로 첩을 두려고 한 파렴치한이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약혼 자체가 무효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증거를 수집하였습니다.
1. 약혼의 성립주장
약혼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의 약혼이 성립해야 합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의뢰인과 피고가 작성한 혼인서약서, 결혼 준비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의뢰인이 피고에게 4,000만원 외 각종 생활비를 송금한 내역을 확보하였습니다.
2. 전혼의 파탄주장
의뢰인과 전처는 아직 이혼 전이었으므로 약혼이 예외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전혼이 파탄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의뢰인이 별거하고 있는 주거지의 월세계약서, 공과금 납부내역, 전처가 제기한 이혼조정 신청서를 제출하여 약혼 당시 전혼이 이미 파탄되었다는 점을 주장하였습니다.
3. 피고의 불법성 강조
약혼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라 하더라도 피고의 불법성이 의뢰인보다 크다면 4,000만원의 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피고의 불법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가 의뢰인에게 요구한 선물과 금전내역을 정리하였습니다.
피고가 최초 교제 이후 만남 및 결혼을 조건으로 의뢰인에게 요구한 자동차, 명품, 고가의 선물
피고가 의뢰인에게 대출까지 받아가며 혼수자금 4,000만원을 마련해 오라고 한 대화내역,
진지한 혼인관계를 위해 남자관계를 정리해달라는 의뢰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다른 남자들과 만남을 이어간 증거,
피고가 의뢰인의 전처에게 만남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받아간 금원의 송금내역 등을 제출하였고, 애당초 피고가 의뢰인을 만난 목적이 혼인이 아닌 금전편취였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조정성립
여러차례 양측 주장이 오고간 이후 법원은 조정기일을 열었습니다. 양자간 금액에 다툼이 있었으나, 2시간에 걸친 합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피고가 의뢰인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소송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하였습니다.
약혼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하였고 변론기일에서도 재판장이 이에 대해 질의하였던 점,
피고가 자력이 많지 않아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고 조속히 피고에 대한 집행을 시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결이 아닌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사실혼과 약혼이 부당하게 파기·해제되었다면 상대방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유부남·유부녀와 관계를 맺은 것이라면 판례의 법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면밀한 법리검토와 증거수집이 선행되어야 승소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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