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은 이요한 변호사 블로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사망하자, 상대방이 사망자 명의로 혼인신고를 한 후 사망자의 보험금·퇴직금을 지급받으려 한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건 경위
이진희는 2010. 경 볼링장에서 만난 박정용과 6개월 정도 만나 교제한 후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이진희는 2017년 경 박정용의 추천으로 그가 다니던 통신 대기업에 입사하였고, 2019년 박정용은 이진희의 식구들과 가족사진촬영을 하고 웨딩촬영을 하는 등 사실상 사위대접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2. 3. 1. 이진희가 갑자기 회사에서 일을 하다 뇌출혈로 쓰러졌고, 의식이 없는 코마상태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2022. 3. 5. 혼수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였습니다.
이진희가 혼수상태에 있던 도중, 박정용은 2022. 3. 3. 이진희의 인감을 무단으로 제작한 후 이를 도용하여 혼인신고를 하였습니다. 혼인신고를 마친 후 박정용은 자신이 이진희의 법정상속인이라며 ① 이진희가 다니던 회사에 퇴직금과 경조금 등 2,000만원을 요구하였고, ② 이진희가 피보험자로 되어 있는 사망보험금 3,00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하는 등 이진희의 재산을 탈취하려 시도하였습니다.
이진희의 가족들은 박정용이 허위로 혼인신고를 한 후 이진희의 모든 재산을 차지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었고, 저를 통해 법적 대응을 시작하였습니다.
혼인무효 사유
민법 제815조 제1호는 당사자 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혼인을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장기간 사실혼 관계라 하더라도, 일방이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 이루어진 혼인신고는 양자간 합의가 없으므로 무효입니다.
혼인이 유효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혼인의 합의는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도 존재하여야 한다. 혼례식을 거행하고 사실혼관계에 있었으나 일방이 뇌졸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사이에 혼인신고가 이루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신고에 의한 혼인은 무효이다.
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므1089 판결
이 사건 역시 박정용과 이진희는 10년이 넘게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나, 사실혼이라 하더라도 혼인신고는 양자의 합의가 있어야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이진희가 혼수상태에 있을 때 이루어진 혼인신고는 무효입니다.
혼인신고가 무효라면 박정용은 이진희의 법정상속인이 아니므로 퇴직금과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고, 1순위 상속인은 이진희의 모친이 되어야 합니다.
혼인무효 소송과 가처분 신청
1. 가처분 신청
박정용이 혼인신고를 이미 마쳤으므로 가족관계등록부 상 박정용은 1순위 상속자였습니다. 그가 퇴직금과 보험금을 청구한다면 원칙적으로 회사나 보험사에서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박정용이 돈을 받아가기 전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였고, 회사와 보험사 담당자에 퇴직금 및 보험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통지를 하였습니다. 동시에 회사를 상대로 채권추심 및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회사와 보험사에서는 박정용에 대한 금전지급을 보류하겠다 하였고, 가처분 신청 일주일 만에 결정문을 받아 박정용의 재산탈취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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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혼인무효 소송
가처분 결정을 받아 급한 불을 끈 후 가족관계등록부 정리를 위해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진희의 의료기록을 제출하여 혼인신고 당시 그가 혼수상태이므로, 혼인의 합의 없이 혼인신고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였습니다.
박정용은 이진희의 위임을 받아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 주장하였으나, 재판부에서는 박정용의 주장을 기각하고 혼인무효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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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혼 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혼인의 합의는 혼인을 유효하게 성립하게 하는 합의만을 의미합니다. 비록 사실혼 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라도 상대방에게 혼인의사가 결여되었다고 인정되는 한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무단으로 이루어진 혼인신고로 인해 사실혼 배우자가 최우선 상속인이 되었다면, 재산탈취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한 가처분 신청과 혼인무효 소송 제기가 필요한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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