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 이후 본안소송이 없다면? (feat. 소송 전략)
대학교 동아리로 알게 된 A는 나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친구였다. 심지어 사는 환경도 비슷해서 우리는 방학 동안에도 쉴 틈 없이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2~3개씩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함께 울고 웃고 동고동락을 하다 보니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 아래는 실제 있었던 의뢰인의 사례를 각색한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무사히 대학을 졸업한 후 각자 취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사는 것이 바쁜 통에 예전처럼 자주 연락하여 만나지는 못했지만 늘 마음 한편으로는 대학 시절 즐거웠던 한때와 A가 늘 머릿속에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A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나갔고 오래전 우리가 자주 갔었던 카페에서 생각보다 많이 지쳐 보이는 A를 만났다.
오래간만에 만난 A는 현재 서울 집값이 너무 오르고 있고 대출을 받아서 집을 매매하려는데, 자금이 모자란다며 나에게 6,0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물론 6,000만 원은 나에게도 큰돈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대학교 시절 어디 가서 싫은 소리 한 번 한적 없었던 A가 오랜만에 나에게 연락하여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고 친구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게다가 나 또한 대학교 시절 A와 함께 하면서 여러 가지로 신세를 많이 졌던 적도 있다. '오죽하면 나한테 연락이 와서 이렇게 어려운 얘기를 할 수밖에 없을까?' 나는 이미 작지만 내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생각할수록 더욱 A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결국 나는 A를 믿고 6,000만 원을 빌려주기로 했고, A가 써준 차용증도 받았다.
그런데 2년 뒤 두 번에 나누어 상환을 하겠다던 A는 계속 상황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면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나는 대학시절의 A를 생각하면서 계속 그에게 시간을 주었지만 살다 보니 나도 당장 돈이 필요해지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 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고, A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돈을 갚을 것이냐.'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A의 상황은 더욱더 안 좋아지는 것으로 보였고, 결국 나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더 늦기 전에 A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가압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압류를 한 이후, 본안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니 A가 갑자기 찾아와 '조금만 시간을 주면 곧 변제하겠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A가 너무나도 사정을 하는 통에 일단은 가압류를 해 두었으니 조금은 마음을 놔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본안소송은 그의 말대로 조금 미루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2개월 뒤 A가 파산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게다가 A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는 나 외에도 여러 명의 채권자가 가압류 신청을 했고, 그들 중 한 명이 경매신청을 하여 현재 A의 유일한 부동산인 아파트가 경매 절차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압류(가처분)만 하고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채권이 있으나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때 채무자의 재산을 알고 있다면 누구나 우선은 급하게라도 가압류(가처분)라도 해두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압류(가처분) 등의 보전처분을 하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많이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압류 또는 가처분은 말 그대로 보전처분일 뿐이다. 보전처분이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잠정적인 임시 조치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본안 소송을 통한 권리를 인정(판결문 등) 받아야 그것이 실제적으로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권원'이 된다.
가압류만 하고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 여러 가지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그중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채무자는 경매 전에 가압류 금액만큼의 해방공탁을 하여 가압류를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압류된 목적물을 해지한 이후 바로 매매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가압류 해방공탁이란 채무자 입장에서 채권자의 협력 없이 가압류를 해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채권자가 협력을 하지 않더라도 채무자는 경매가 되기 전에 가압류에 해당하는 금액을 법원에 공탁하고 가압류를 해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가압류를 하기 위해 납부한 등록 면허세 등 가압류를 하기 위해 지출했던 비용에 대해서 돌려받지도 못하고, 종국에서는 위 공탁금에 대하여 공탁금 출급 확인권 자라는 확인을 받아야만 위 가액에 대한 권리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2. 가압류만 걸어 놓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채무자는 가압류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취소 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가압류의 당부를 판단하여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가압류가 되더라도, 10년간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면 채무자는 가압류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법원은 종국판결로 사정 변경에 의한 취소 신청을 판단하게 된다. 또한 채무자는 채권자로 하여금 본안 소송을 빨리 제기하라는 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는데, 이는 채권자가 가압류만 하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경우 채권자가 기간 내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 법원은 종국판결로 가압류의 결정을 취소한다.
이와 같이 가압류만 걸어놓고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채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면, 갑자기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종종 '가압류(가처분)을 걸어두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가압류(가처분)은 중요하고 효과적인 무기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 결과를 얻어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본안소송을 통한 집행권원을 얻는 것이며, 가압류, 가처분과 같은 보전처분은 이를 위한 잠정적인 대비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