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쟁점
아파트를 임차하려는 사람이 중개인에게 중개를 의뢰한 뒤 아파트를 보고 전세보증금과 입주일을 맞추어 임대차계약을 하기로 하고 가계약금을 지급한 뒤, 이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포기한 경우 임대인 측이 가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은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겠다는 명백한 약정 등이 필요하다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가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다는 하급심 판결을 파기한 판결이었는데, 대법원 판결 이후의 아래 파기환송심을 통해 가계약금 사건에서 주로 쟁점이 되는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기 전의 계약 성립여부와 계약 성립 전에도 가계약금의 몰취가 가능한 방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기초사실 및 당사자들의 주장
1) 기초사실
입주할 아파트를 알아보던 원고는 2020. 12. 11. 중개인으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전해 듣고 피고와 사이에 임대차보증금 870,000,000원, 입주일은 2021. 2. 24.로 대강의 내용을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원고는 같은 날 피고 명의의 은행 계좌로 3,000,000원을 송금하였습니다. 원고는 2020. 12. 16. 중개인에게 '코로나의 영향으로 원고 소유 아파트에 대한 전세 문의자가 없어 임대차보증금의 마련이 어려울 것 같아 계약을 포기하겠으니 3,000,000원을 반환하여 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고 위 임대차계약에 관하여 가계약금으로 지급한 3,000,000원에 관하여 해약금 약정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3,000,00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임대차계약이 2020. 12. 11.자로 이미 체결되었고 다만 계약서 작성 시기만 미룬 것이므로, 원고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판례 요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8. 선고 2022나59242 판결 임차보증가계약금반환]
가. 임대차계약 등 존재여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① 피고는 중개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임대차 중개를 의뢰하였을 뿐 자신을 대리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위임한 사실을 인정할만한 주장이나 증거가 없다.
② 원고가 2020. 12. 11. 중개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임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위 중개인은 피고에게 'E호 전세금 8억 7천만 원에 2월 24일까지 입주'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D APT E호 전세금 금 8억 7천만 원으로 2021. 2. 24.까지 입주키로 하고 계약 금중금 3,000,000원을 F은행 (계좌번호 생략) C(피고)으로 송금합니다. A(원고) 명의로 입금예정'으로 기재된 메모지를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였다. 원고가 그 계좌로 3,000,000원을 송금한 후, 중개인은 피고에게 "300입금하셨답니다. 다음 주 목욜까지 계약서 쓰도록 할게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는 중개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 서로의 인적사항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였고, 임대차보증금 액수와 대략적인 입주시기 외에 부동산 임대차계약의 중요사항(임대차계약기간, 대금 지급방법 등)에 대하여도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중개를 통해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가계약은 당사자 사이에 확정적인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장래의 교섭에 따라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상태임을 전제로 하여 계약 협상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이고, 실제 임대차계약은 별도의 계약 체결일을 정하여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접 출석하거나 대리인이 위임장을 부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중개인을 통해 임대차보증금을 협의하고 계약일을 정하면서 가계약금을 지급한 것만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2020. 12. 11. 당시 임대차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가 합치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원고가 지급한 3,000,000원의 법적 성격
통상 임대차계약의 계약금은 임대차보증금의 10%인데 원고가 지급한 돈은 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3,000,000원(임대차보증금 870,000,000원의 3.448% 정도이다)인 점을 종합할 때,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3,000,000원은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장차 계속될 계약 교섭의 기초로 지급한 증거금의 일종인 '가계약금'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 가계약금에 관한 해약금 약정 등 존재 여부
가계약금의 경우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해약금 약정, 즉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에 비추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48312 판결 참조).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매수인이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매도인에게 몰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것에 대하여 명시적인 약정을 하지 않은 사실, 원고가 중개인을 통해 피고에게 위 3,000,000원에 대한 반환을 여러 차례 요청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묵시적으로라도 의사가 합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라. 소결론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돈을 반환하여야 한다.
4. 시사점
가계약금의 법적성격이나 몰취여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견해가 분분해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에 이르기도 하여 많은 혼란을 주었으나 대법원에서 위와 같은 판결을 하였기에 대법원의 판례 취지대로 가계약금을 해석하고 적용하면 될 것입니다.
중개인을 통해 가계약을 하면서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정하였다고 하여도 당사자들이 계약서 작성과 서명날인에 최종적으로 이르지 않았다면 아직 계약의 교섭단계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고,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인정받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들이 가계약금을 주고 받을 때 적어도 지급된 가계약금 만큼 계약에 구속시키고자 한다면 지급된 가계약금이 해약금 또는 위약금이 된다는 약정을 명백하게 하여야 할 것이며, 중개인도 가계약서를 당사자들에게 보낼 때 해약금, 위약금 약정을 포함시키고 당사자들이 이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받아두면서 명확한 증거를 남겨두어 이후 당사자들 사이에 가계약금 반환과 관련된 다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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