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암소갈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부산 출장을 와 있는 중에 오래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재밌는 기사를 발견했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이 서울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을 상대로 상호소송을 해서 이겼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부산에서 유명한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유사한 메뉴, 동일한 형태의 불판, 동일한 특징을 가진 간판을 사용하여 2019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로 음식점을 오픈했던 모양이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은 무려 1964년부터 부산에서 60년 가까이 영업을 하면서 각종 언론 보도와 방송을 통해 알려진 유명한 음식점이자, 불판, 감자사리 메뉴 등 특이한 방식의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도 동일한 형태의 불판, 감자사리 등을 제공하여 자연스럽게 고객들은 위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은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집의 분점이라고 생각을 했고, '왜 서울 분점은 맛이 다른가?'라는 문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자신에게 아무런 허락을 받지 않고 영업을 개시한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을 상대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상호에 대한 사용 금지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1심과 2심의 판결의 내용이다.
1심에서는 " '해운대암소갈비'나 '해운대소문난암소갈비'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루어졌거나 여기에 '소문난' 부분이 결합된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라고 판시하면서 부산의 해운대암소갈비의 간판이나 불판, 감자사리 메뉴 또한 다른 음식점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라는 이유로 원고 청구 기각 판결을 했다.
으응? 여기까지 보고, 그렇다면 유명한 맛집을 우후죽순으로 따라 하더라도 아무런 방법이 없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가 왜 필요한가? 아무리 시장경쟁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지만, 타인이 수십 년간 노력하여 일군 지적재산권을 무임승차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닌가?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은 1년에 약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은 분명 그 부분이 부러워서 따라 한 것일 텐데...
역시나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집은 위 1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바로 항소를 제기하였다.
2심에서는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사용기간, 사용방법, 매출액, 언론 보도, 블로그 및 sns와 같은 온라인 정보의 양과 질, 거래 실정을 종합할 때, '해운대 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에는 원고가 원고 식당과 관련하여 55년 이상 동안 축적한 명성, 신용, 고객 흡입력,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화체된 재산적 가치를 가는 것으로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명칭의 식별성과 관련하여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영업표지에 화체된 명성, 신용, 고객 흡입력,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재산적 가치를 가지는 경우 개별적, 상대적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 목에 의한 보호를 인정해 주는 것이 상표법과 충돌되거나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공공의 이익 및 이익균형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결국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 목의 부정경쟁행위인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항소를 인용하였다.
이로써 한남동 해운대암소갈비집은 더 이상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상호를 쓸 수 없게 되었다. 다행이었다. 개인적으로 2심의 결정이 맞다고 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영업장이 유명한 영업장을 질투하고 소위 '무임승차'를 하여 상대방의 명성, 신용, 고객 흡입력 등에 대한 신뢰나 재산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모습은 사실 어느 업종에서나 볼 수 있다.
성공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은 가장 잘 되는 자를 따라 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상거래 상의 지나친 부정경쟁행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제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봄은 수년간 많은 업종의 경업금지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업금지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도 한다. 결국 경업금지소송도 부정한 방법에 의한 영업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위 기사가 더 눈에 들어오기도 한 이유였다.
작년부터 부산 사건이 종종 있어 부산 출장을 자주 오고 있지만.. 한 번도 유명하다는 해운대암소갈비집에 간 적이 없다. 나는 우선 유명한 맛집이라고 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집이라고 하지만 한 시간씩 대기를 타며 기다려도 좋을 정도로 가치있다고 느끼기 쉽지 않아서다.
(음식의 맛을 잘 모르는가.. 배가 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가..)
부산에 와서 갈비를 먹고 싶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귀찮은 나머지 마침 근처에 있는 '해운대이름난암소갈비집'에 갔는데 사람이 없어 좋았다. 그리고 내 기준에서는 충분히 맛이 있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해운대이름난암소갈비집도 상당히 오래된 맛집이었다).
개업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종종 장거리로 출장을 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간간이 혼자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출장을 올 기회가 되면 짬을 내어 휴식의 시간도 함께 가져보려고 한다. 나에게 필요한 좀 더 깊은 사유(思惟)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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