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 경업금지위반 손해배상 소송
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무척 좋아했다. 피아노를 칠 때면 다른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게 된다. 물론, 즐겁다. 결국 대학도 음대에 진학했고 피아노 전공자가 되었다. 원래 꿈은 예술의 전당 같은 큰 무대에서 피아노 독주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할 땐 보이지 않던 피아노 전공자가 왜 이리 많은지, 비교적 빠르게(?) 꿈을 접었다.
*다음 이야기는 실제 의뢰인 사건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대학 때 내 지도교수가 한 말이다. “예술만 해서 수입을 내기 참 어렵다. 너의 꿈을 응원하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해 보는 것이 좋겠구나.” 그때는 나는 다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공연 쪽 일이 쉽지 않자 결국 동네 피아노 교습소를 시작했다. 어린이가 많은 동네라 잘 될거라 믿었다.
공연 쪽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피아노 교습소도 만만치 않았다. 장소부터 광고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영업을 해 본 적이 없어 주변의 조언을 통해 안전하게 기존에 운영하던 피아노 교습소를 인수하기로 했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물이 나왔다.
산 넘어 산이다. 이 교습소를 운영하던 사람의 말로는 입지가 그리 좋지 않아 학생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프리미엄 없이 장소를 그대로 인수할 수 있었다. 어차피 내가 시작해도 간단한 인테리어 및 피아노를 구입해야 하니, 이미 다 되어 있는 곳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해 보였다. 입지에 대해서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동네 유료 광고라도 하면 학생이 쉽게 모일 거라 믿었다.
어찌어찌 일 년 정도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했다. 기대와 달리 수업료도 많이 냈다. 지역 광고도 해 보고, 인터넷 광고도 해 보았지만, 크게 학생이 늘지 않았다. 기존 운영자가 입지가 좋지 않았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그래도 사거리 상가에 큰길 쪽인데.. 한숨만 나온다.
"대형 프랜차이즈 분점이라고?"
어린 학생보다, 성인 전문 음악 학원이 조금 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솔깃했다. 특히 이미 성인 피아노 학원으로 유명한 ‘위*피아노' 라니 신뢰도 갔다. “위*피아노 xx 분점" 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경영의 노하우, 고객 관리 노하우 등을 배울 기회라니 딱 내가 필요한 서비스이다. 비록 본점에 수수료를 계속 내야 하지만, 마케팅 비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경업금지위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들어왔다. 사실 경업금지위반이 뭔지, 왜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소장을 받게 되었는지 어리둥절했다. 처음엔 잘 해명하면 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면 할수록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위*피아노 xx 분점'이라고 간판을 바꾸고 다시 창업하고 1년이 지났다. 그런데, 혼자 할 때와 다르게 전혀 개선된 점이 없었다. 오히려 위*피아노 분점을 달기 위해 본사의 인테리어 가이드에 따라 지출한 투자만 있었고, 경영 노하우, 고객 관리 노하우 등은 전혀 지도를 받은 적이 없었다. 알고 보니, 다른 분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저 본점은 이름만 빌려준 셈이고 분점의 원장 재량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프랜차이즈를 하는지 모르겠다. 간판 이름값으로 매달 수수료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간 투자한 것 그리고 몇 명 고정 단골을 포기할 수 없어, 같은 장소에서 간판만 바꾸고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런 행위 자체가 경업금지위반이라는 것이다.
오래전 일을 회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소송하며 마음의 상처도 받고 또 예상치 못한 다양한 지출이 있었지만, 더 큰일을 당할 뻔했다고 생각하니 법률사무소 봄을 빨리 만난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당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다 본 정현주 변호사의 미용사 경업금지위반 (경업금지 가처분 기각) 승소 사례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블로그 글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승소 사례를 보고 내 사건에도 큰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을 했다. 덕분에 지금은 일상을 찾았다. 물론, 피아노 학원도 이제 자리를 잡았다. 이 동네 사거리에 나 때문인지 교습소가 2개나 더 들어왔다. 이제 다시 웃으며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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