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용실이 생기자마자 영업정지 소송? - 경업금지약정
영업정지가처분 소장을 받고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나만의 미용실을 갖기 위해서 그간 얼마나 고생했는데, 지난 10년간 고생하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이제 막 내 미용실을 오픈하고 행복한 나날이 시작되었는데… 은행 대출은? 공황장애가 오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본문의 이야기는 실제 의뢰인 이야기를 각색한 내용입니다
소장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했다니? 말뜻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소장을 받고 이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말 그대로 눈앞이 깜깜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10년 전. 나는 20살이 되자마자 취업을 시작했다. 또래의 친구들은 대학생활의 낭만을 이야기했지만, 나에게는 그런 낭만은 사치였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늘 학업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사에 도움이 되어야 했던 나에게 대학은 먼 곳에 있었다. 그나마 미용에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미용실에서 청소라도 하면서 일을 배우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다행히 동네 미용실 사장님을 설득해서 청소부터 하면서 밤에 조금씩 미용을 배우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우연히 Netflix 드라마를 보다가 울음이 터졌다. 박보검, 박소담 배우들이 등장하는 ‘청춘기록'이란 드라마인데, 딱 내 청춘시절과 너무 유사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여주인공 박소담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그녀는 원장의 총애를 받고 있었지만, 선배 디자이너들의 괴롭힘을 견디며 혼자 눈물을 닦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미래에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혼자 연습하고 이 과정을 또 YouTube로 기록하는 모습을 보며, 딱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내 20대는 드라마의 여주인공과 상당히 비슷했다. 나는 미용 기술 없이 시작했기에 무시당하는 건 기본. 하루 종일 앉지 못하고 서서 손님들 머리를 감겨주는 일이 주 업무였다. 물론, 디자이너가 시키는 일은(주로 잡일) 모두 내 몫이었다. 가끔 사악한(?) 디자이너라도 만나게 되면 일부로 실수를 하도록 유도해서 혼내는 등 마음고생도 참 많이 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해서 헤어 디자이너가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었다.
3년을 정말 개처럼(?) 고생해서 드디어 정식 디자이너가 되었다. 이 순간부터 내 이름을 지명하며 찾는 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지명이 빈번해지자, 원장이 프리랜서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며 꼰대 병장 욕을 하면 나는 속으로 군대와 미용 업계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다. 잡일을 하던 때는 바로 위 디자이너가 절대 권력을 지는 입장이었고, 또 디자이너가 되면 그 위에는 원장이 절대 권력을 갖고 있었다. 원장이 시키는 일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따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미용실을 그만두더라도 동종 업계에서 큰 미용실에서 일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어쨌든, 나뿐 아니라 동료 디자이너들도 원장이 제시한 계약서에 그냥 서명을 했다. 자세히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또 계약서에 대해서 생소했던 나는 읽었더라도 무슨 뜻인지 몰랐을 거라 생각한다. 그 외 복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저 매출에 따라서 인센티브로 월급을 받으니 열심히 일하면 많이 벌 거라는 말이 전부였다. 순진했던 나는 열심히 일하면 돈을 더 받으니 드디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좋아했다.
그렇게 휴일까지 반납하며 열심히 일했고 나만의 단골손님도 꽤 생겼는데, 나에게 돌아오는 인센티브는 크지 않았다. 10년이 지나고 고압적인 자세의 원장과, 늘지 않는 인센티브에 큰 결정을 내렸다. 그래 대출을 받더라도 내 미용실을 열자!
이전 원장에게서 영업정지가처분 소장을 받았을 때는 너무 황당했다. 내가 서명한 계약서에 따르면 이전 직장인 미용실 인근에 작은 미용실을 오픈한 것이 ‘경업금지약정' 을 위반한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더욱 큰 문제점은 당장 1달 안에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영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겁이 덜컥 났다.
이날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답변서를 제출하는 요령에 대해서 검색해 보았지만,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건이 아니었다. 수소문 끝에 정현주 변호사를 알게 되었고 오랜 시간을 상담한 끝에 사건을 의뢰하게 되었다.
약 3개월 뒤 “경업금지약정은 무효, 경업금지가처분신청은 기각"이라는 판결문을 받았을 때는 기쁨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특히 판결 이유에서 ‘경업금지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판시되었기에 원고 쪽에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 때는 뛸 듯이 기뻤다.
드디어 내 미용실에서 온전히 나만의 꿈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