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강제추행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간과하기 쉽지만 “폭행 또는 협박으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 말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추행한 것이 아니라면 죄가 안 된다는 말인데요.
폭행이나 협박은 ‘유형력 행사’, 즉 강제력을 말합니다. 다만 강제추행에는 상대방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저항을 곤란하게 하여 추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 말은 추행과 폭행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즉 갑자기 만진다는 것인데요. 갑자기 만지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피할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기습적인 행위가 강제력과 동급으로 취급된다는 것입니다. 이걸 흔히 기습추행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폭행(=추행)은 그 강도에 있어서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인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합니다. 굳이 세게 하지 않아도 피하지 못하게 갑자기 만지면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강제추행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추행보다 먼저 하느냐 추행을 하면서 동시에 하느냐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자(=폭행·협박 선행형)의 경우 유형력 행사에 있어 어느 정도 강도가 필요하지만 추행과 동시에 할 때(=기습추행형)는 유형력의 크기가 상관없다는 말이죠. 대신 기습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일 기습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언제나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강제력을 동원한 추행만 강제추행죄로 규정한 법의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지요.
B는 A를 강제추행으로 고소했습니다. A는 B에게 입을 맞추거나 가슴, 음부를 만지는 과정에서 B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한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제추행이 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만지는 것 외에 갑자기 기습적으로 만지는 것도 될 수 있다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기습추행에 해당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A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이 B에게 키스를 했으나 B가 입을 벌리기만 하고 아무 반응없이 가만히 있었고 이후 A가 B의 가슴을 만졌으나 B가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B는 증인신문절차에서 “A가 첫 번째로 가슴을 5~8초 가량 만졌으나 당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못했고, A가 두 번째로 다시 가슴을 몇 초 정도 만졌으며, 이후 음부를 몇 초 가량 만졌다”고 진술했습니다.
B는 A가 슬금슬금 옆으로 오는 것을 느꼈고 A가 키스를 할 때 머리를 뒤로 빼면서 몸을 비틀었으나 A의 손이 다시 팬티 속으로 들어가 성기 안으로 손가락을 넣고 만지려고 해서 B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원은 일련의 과정을 볼 때 B는 A가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인식했고, 상당시간 동안 이루어진 A의 순차적인 추행행위를 인식하면서도 A가 음부를 만지기 전까지는 A의 행위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둔 것으로 보이는 바, 이 같은 A의 행위는 B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폭력적으로 침해하는 기습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강제추행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강제추행이 되려면 싫다는 확실한 의사표시를 하면서 저항을 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저항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피해자의 부주의를 틈 타 갑자기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기습적인 상황을 용인하고 별다른 거부를 하지 않거나 피하지 않아서 상황이 지속되었다면 기습추행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합니다.
정리하면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만으로 강제추행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고소를 당하면 자신의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지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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