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법언중 pacta sunt servanda 라는 것이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계약법의 영역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된다.
법의 영역에서 계약은 쌍방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쌍방에게 모두 구속력을 갖는다. 일방이 계약을 어긴다면 다른 일방은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강제이행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일단 계약이 이루어진 경우, 그 계약을 해제하여 계약체결 전의 상태로 돌리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다. 계약관계에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해제를 주장하는 것은 대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 해제 및 계약 해제의 구체적 효과에 대하여 계약당사자들이 합의에 이르렀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는 '합의해제'라고 부르며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않는 이상 자유롭게 허용된다. 문제는 당사자 일방의 의사로 계약을 해제하는 일방적 해제에서 발생하다.
해제의 법리는 대단히 복잡하고 수많은 이론과 판례가 축적되어 있으므로 여기서 전부 다루기는 어렵다. 다만 대원칙은 "계약 이행이 불가능함이 상당히 명백하게 되었을 때"에만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상대방이 이행을 늦게 한다는 사실만으로 곧장 해제를 할 수는 없다. 상대방의 이행의사가 전혀 없거나 이행을 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제권이 발생한다. 또한 해제를 하는 경우에도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당사자들의 해제로 인해 당사자 이외의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률 관계나 일상 관계에서 "약속"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한 번 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은 법을 떠나 상식과 기본 도덕의 문제이다. 아무 때나 계약을 무를 수 있다면 결국 약속은 무의미한 것이 되고 계약서는 휴지조각과 다름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해제의 조건을 어렵게 만들어 두고 있다. 만일 계약 상대방이 사소한 것을 트집잡아 계약해제를 요구한다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법언을 떠올리며 대응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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