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유독 사기죄 고소비율이 높은데 대부분 어떤 형태로든 상대방에게 돈이 건너갔는데, 그 상대방이 갚지 않는다는 유형으로 경찰서에 찾아간다.
안그래도 경찰의 업무량은 너무나도 과중한데, 그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하면 경찰로서도 어쩔 수 없이 '또 사기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기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돈을 안 갚으니 사기죄다 라는 논리로 접근하는 고소인들이 대부분이어서 이 경우 여지없이 무혐의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히 사기죄의 무혐의 비율이 다른 죄에 비에 훨씬 높은 편이다. 진짜 사기가 아니라서 무혐의가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종종 고소장을 잘못 작성해서 무혐의라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변호사인 나로서는 고소 시 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하거나, 최소한 고소장 작성 대리 또는 검토라도 변호사에게 의뢰한 뒤에 고소하는 것을 강력히 권하지만, 여건상 변호사 선임이 힘들다면 아래 내용 정도는 꼭 지켜서 고소장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1. 고소장을 미리 작성해서 가자
가. 이게 무슨 팁인가 싶지만... 현실에서는 일단 경찰서를 찾아가서 무작정 고소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정말정말 많다.
나. 그렇다고 수사관을 바로 만날 수 있는게 아니다. 고소장을 제출해야 하는데 거기에 있는 양식에 맞춰서 그제서야 고소장을 쓰려고 하면 당연히 잘 쓰기가 어렵고 적절한 증거를 첨부하기도 어렵다. 심지어 경찰이 슥 읽어보고는 이거 죄가 안돼요 하면서 돌려보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미리 꼼꼼히 작성해서 가자.
다. 문장은 간단하고 명료하며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모든 문장 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포함해서 써야 한다. 고소인 스스로는 너무나 잘 아는 내용이지만 수사관은 처음 보는 내용이기 때문에 주어, 날짜, 목적어 등을 생략하면 이해하기가 힘들고 수사에 집중해야 할 집중력이 글 자체의 해석으로 낭비된다.
법조인들은 주어 - 시간 - 상대방 - 목적물 - 행동의 순서로 작성한다. 예를 들면 '철수는(주어) 2024. 10. 12.(시간) 영희에게(상대방) 3,000만원을(목적물) 변제기 3개월, 이자 연 10%로 정하여 빌려주었다(행동).'라는 식이다.
이것만 잘 지켜도 이미 수 많은 고소장들 중 우수한 고소장이 되고 수사관이 이해하기 쉬운 만큼 더 고소내용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2. 사기죄는 무엇인가? (사기죄의 구성요건)
가. 이제 고소장의 내용을 살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단순히 돈이 건너갔는데 제 때 갚지 않는다고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조문부터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구성요건은 사람을 기망하여(속여서, 거짓말해서) / 그 속임수로 인해서(인과관계) / 재물 교부 등 처분 행위를 하고(손해) / 재산상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 가장 많은 유형인 차용금 사기에서는 손해와 이익은 돈이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적 분명하다. 늘 '기망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고 이 부분 때문에 거의 대부분 무혐의 처분이 나게 된다.
3. 기망행위는 무엇이고 어떻게 증명하나?
가. 대부분 잘못 작성된 고소장을 보면 '언제 돈을 빌려줬는데 상대방이 계속 준다준다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 연락이 두절되어 사기죄로 고소합니다'같은 형식으로, 돈을 빌려 줬는데 '갚지 않고 연락도 잘 안된다'라는 차용 이후의 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나. 그러나 사기죄의 증명, 기망행위의 증명을 위해서는 '돈을 빌려줄 당시'의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 해야한다. 결국 상대방이 돈을 갚겠다고 하고서는 못 갚은 것이 사기죄가 되려면, '돈을 빌려줄 당시'에 이미 못갚을 걸 알면서도 갚겠다고 상대방을 속였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피의자를 변호했던 사건인데 이 사건도 역시 고소인들의 골자는 '처음부터', 즉 차용 당시에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 결국 돈을 빌려줄 '당시'에 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사기죄 고소를 당한 사람들은 돈을 빌릴 당시에는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데 그 이후에 예상치 못하게 사정이 안좋아지면서 갚지 못하게 되었다고 항변한다. 즉, 형사처벌 받을 만한 사기죄가 아니라 단지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위 사건에서 역시 검찰이 사기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당시 변제자력이 충분했다는 점이다. 나도 당시 이 점을 중점으로 변호하여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아낼 수 있었다.
라. 그런데 변제능력은 고소인의 조건이 아니라 상대방의 경제적 능력이기 때문에 고소인이 알아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주장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최대한 아는 정보를 동원해서 수사관에게 이런 저런 것을 조사해 달라고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에게 들었는데 돈 빌리기 직전에 압류를 당했다고 들었으니 계좌 내역을 조사해달라', '당시에 0이미 신용불량자인 상태라고 들었는데 신용정보를 조사해달라'는 식이다.
아는 정보가 없더라도 '계좌조회, 신용정보 조회 등을 통해 당시 재산상황을 조사해달라'는 식의 요청은 넣는 편이 좋다.
4. 결 어
요약하면 '내가 상대방에게 돈을 빌려줄 '당시'에 상대방은 이미 나에게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라고 하면서 내게 거짓말을 했고, 이에 속은 내가 상대방에게 얼마를 주는 방법으로 사기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을 간결하고 명확한 설명과 증거를 통해 수사관에게 제시해야 한다.
본 글에서는 가장 많은 유형인 차용금 사기의 경우만 소개했는데 차용금 사기 중에서도 변제 의사나 능력을 떠나서, 애초에 고지한 용도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용도사기(정식 법률 용어는 아니고 실무상 부르기 편하게 쓰는 용어)가 성립할 수도 있고 그 외에 투자사기, 제3자 사기, 보이스피싱 등 사기의 유형은 정말 광범위해서 사기의 유형에 대해서도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돈을 빌려줄 때는 못돌려 받는다 생각하고... 빌려주더라도 확실한 물적, 인적담보를 확보한 뒤에 빌려주어서 나중에 사기죄 고소로 경찰서를 찾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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