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무죄 대법원 확정 판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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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무죄 대법원 확정 판결 소개 

이용수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가림의 이용수 변호사입니다.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며 보이스피싱 사건을 처음 맡게 되었던 때, 다소 놀랐습니다. 당시 보이스피싱 이라고 하면 경찰은 체포 즉시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대부분 이미 인신구속이 된 채 가족이 변호인을 찾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여러 정황들은 피의자가 다른 업무로 속아서 현금책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 너무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음에도 경찰도, 변호사들도, 조사에서 만난 검사와 수사관도 피의자의 말은 전혀 믿지 않았고 결국 법원에서도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현금수거책 전달책의 형량이 1년 6월에서 3년의 실형으로, 필리핀에서 검거되어 조직 전체가 전세기를 타고 입국하여 화제가 되었던 사건의 텔레마케터 즉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직접 기망하는 전화를 한 조직 내부자인 피고인들이집행유예부터 1년 6월, 혹은 2년 6월의 실형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개업 이후에도 여러 보이스피싱 사건들을 맡아 처리하여 왔지만 무혐의의 주장은 형량의 감경 정도의 효과를 바라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가끔 본격적으로 무혐의나 무죄 주장을 하는 경우에는 '보이스피싱 사건 처음 해 보시냐', '합의나 해 오라' 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관행화 되어 버린 수사 질문에는 변호인으로서 분노가 치밀었지만 당장 실형의 두려움에 떠는 의뢰인 때문에 더 다투거나 어찌할 방도도 없었습니다.

사실 항소심이나 대법원까지 간다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 년이 걸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을 하기에는 경찰, 검찰, 법원, 사실은 변호사들마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데다 피해자들은 눈 앞에 보이는 현금수거책들에게 그 크나큰 원망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회 전체의 비난 여론에 믿어 주던 가족들도 점점 조심하지 않은 죄인가보다 하기 때문에 (사실 진짜 적당히 추측하면서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은 그나마 덜 억울하지만) 바보라고 불릴지라도 정말 스스로는 전혀 몰랐던, 그 억울함을 말할 데가 없는 피의자들은 처벌 이후에도 우울증, 대인기피증, 빚독촉과 추가 사건 기소에 대한 두려움 등에 시달리며 결국 정상적 경제생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나아가 나이가 좀 어린 분은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분들도 실제 저희 의뢰인들 중에도 있었습니다.

미필적 고의에 대한 이론, 공동정범이론에 실효적 공권력이 미치는 국내에서 겨우 검거한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필요성, 고의에 대한 수사의 어려움, 보이스피싱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에 대한 대응을 위하여 어찌 보면 개개인의 행위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정책적인 필요에서 범죄화하여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현상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현직 수사관들과 무죄를 선고하는 판사들도 극히 일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처벌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관련 무죄판결을 확정한 대법원의 판시가 있었기에 소개드리려 합니다.

물론 대법원이 특별한 설시를 한 것도, 전원합의체로 의견을 낸 것도 아니지만

다액의 현금을 수거하고 이를 ATM기에서 100만 원씩 나누어 이체한 경우일지라도, 그리고 그것이 단발성이 아닌 비교적 장기간 지속된 경우일지라도, 지능이 경계선이거나 지적장애인이 아닐지라도, 피의자 역시 속아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즉 범죄를 인식하고 했다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더우기 검사만 항소한 사건임에도 항소심이 직권으로 무죄판단을 하고 이를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하였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필적 고의를 무제한 인정, 수사단계에서부터 고성과 예단, 담당 변호인까지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행동들로 점철되는 경찰의 수사관행과 어디서 복사해 붙여넣는 듯한 조건반사적 유죄판결문, 검찰의 유죄 입증에는 아무런 의문이 없고 그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혹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피해자 구제에만 침몰되어 있던 재판과정에 다소나마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합니다.

1. 일반적인 경우의 판단례

: 미필적 고의를 무리 없이 인정하여 보이스피싱 사기행위자로 처벌

  • 공동정범이론 :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일원이 아님이 분명함에도 그 일원으로 처벌받습니다. 그 이유는 공동정범 이론 때문인데요. 조직범죄나 회사범죄처럼 조직이 행위하는 경우, 또는 점조직의 형태로 범죄가 이루어지는 경우 실제 행위자와 모의자, 도움을 준 자가 모두 다른데 이를 한 법조문의 범죄행위자로 몰아넣어 처벌하기 위한 이론입니다. 즉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법에 정해진 행위만 처벌할 수 있는데, 엄격히 적용하면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므로 조직범죄의 처벌을 위해 최초 등장하였고 현재는 확립되어 있는 이론입니다. 그 이론적 바탕은 범죄행위가 조직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한다는 것 즉 공동의 인식과 실행행위 기능적 분담 즉 각자가 기계 부속이나 팔다리 눈코입의 기능처럼 하나씩 맡은 바만 하는데 그게 모여서 하나의 큰 범행행위가 되므로 부속으로 기능한 모두를, 법조문에 딱 들어맞지는 않더라도, 모두 그 범죄의 행위자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요건은 공동실행행위(실행행위의 기능적 분담(분업))와 공모입니다.

  • 실행행위의 기능적 분담 : 위의 설명과 같습니다. 통상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전달책의 경우 다른 일로 알고 얼굴 내놓고 자차로 다니거나 택시타고 자기 카드 쓰고 하기 때문에 실행행위에 대하여는 증거가 넉넉하고 부인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행행위 자체가 범행의 최종 완성으로서 범죄수익 취득의 마지막 단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이 된 것은 객관적으로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다음의 공모 부분만 쟁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공모(공동의 인식과 의사): 여기서 공동의 인식 또는 공모는 꼭 모여서 모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의사전달되어 합치가 이루어져도 되고, 묵시적인 합치가 이루어져도 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공모는 꼭 범죄 전체의 틀을 알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핵심적인 사항만을 인식하고 그저 자신의 행위가 왠진 몰라도 뭔가 도움이 된다는 정도만 알아도 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또한 미필적 고의로도 공모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고 미필적 고의라는 것은 범죄에 대한 인식 또는 인식의 가능성이 있으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인식가능성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판단합니다.

  • 위 두 가지를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전달책 사건에 적용하면,

  • 매우 중요한 부속품의 기능(현금 전달)은 확실하고 본인도 자백, 수많은 CCTV들이 있어 전혀 쟁점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몰랐다는 것이 쟁점이 되는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현금 덩어리를 어디 전달하는 것은 모두 범죄로 의심해 볼 수 있는 계기(=인식가능성)가 되지 않느냐 라는 점에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고의입증은 이 부분에 매우 집중되고 있습니다. => 즉 최소한 '범죄행위'에 도움이 된다는 정도는 인식이 인정되어야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범죄 뉴스가 TV나 매체에 자주 나와 알고 있지 않았느냐 라든지 경찰에서 매년 홍보를 하고 있고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는데 본적이 없냐라든지 ATM기에서도 크게 보이스피싱 예방문구가 나오는데 돈보낼때 못봤냐든지 하는, 주로 "수상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사건과 크게는 상관 없어 보이는 이상한(?) 질문들을 하는데, 사실 열심히 대답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어차피 피의자가 뭐라고 답하든지 상관없고 질문 자체를 증거로 '(피의자 말고)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알 계기가 있었고, 일반인이라면 알았을 것이다'라고 수사관이 말하는 것으로서 이걸 주요증거로 기소하고 판결하는 것입니다.

2. 본 판결(대법원 2024도9087, 대전지방법원 2023노624)의 경우의 판단

: 범행에 대한 인식가능성을 부정하여 공모를 부인, 범죄 불성립(무죄)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우선 피고인이 자백하고 있고 증명에 문제가 없는 행위 부분은 그대로 인정(가))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례적으로 범죄의 인식가능성에 대하여 부정적 입장을 취하였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의 (재산적)피해자들과 동일선상에서 일종의 피해자로까지 본 부분이 아주 이례적으로 나오던 일부 하급심에서 나오던 무죄판결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대법원에서 이를 그대로 확정한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구체적으로 우리 법원은 1) 채용공고 사이트를 통한 점, 2) 채용공고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으로부터 소개받아 3) 신분증과 근로계약서까지 전송하여 채용되었다고 믿었기에 채용과정이 이례적이지 않고, 4) 텔레그램 대화내용을 그대로 남겨 두었으며, 5) 재무설계 자격증이 없기에 다른 이름을 사용하라는 말을 믿었고, 6) 미성년자로서 사회경험이 전무하였다는 점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건들에 더 의미가 있는 것은 마지막 부분인데, 종전의 1) 사기의 인식은 적어도 편취, 피해자들이 속아서 건넨다는 점이 범죄구성요건의 핵심적 내용인데, 적어도 돈을 건네는 피해자가 속아서 돈을 건넨다는 것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2) 빈번하고 일상적이라는 등의 추상적인 사정을 가지고 구체적 사건의 고의인정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 3) 다소 불법적인 행위(이름 사칭 등)를 인식하였다고 할지라도 이로써 바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인식으로 전용하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사기관과 하급심 판결들이 관례처럼 해오던 미필적 고의의 인정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서, 향후의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한 판시라고 보입니다.

사실 죄형법정주의와 기존의 고의 이론에 따른 상식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보이스피싱 범죄를 근절하고자 현금전달을 불법으로 규정하고자 한다면, 제도나 입법으로 해결하여야 하지, 당장의 피해자 구제를 위해 또 하나의 피해자(사실 돈도 뺏기고, 감옥도 가게 되니 더 큰 피해자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를 형사처벌하여 해결하자는 것은 적용자의 자의적인 처벌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의가 정황에 의하여 명백히 입증된 경우는 예외겠지만, 대부분 무경험이나 과실에 의해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인식의 유무는 본범과의 대화내용, 본인의 카드와 자차사용여부, CCTV에 찍힌 모습이나 수거 당시 피해자에게 보인 태도와 말한 내용 등 정황만 보아도 초등학생이라도 너무 쉽게 구분할 수 있기에 무조건적인 처벌이 더더욱 안타깝습니다.


설사 유죄일지라도, 형사절차 즉 수사와 재판은 피고인의 어리석은 우문에도 답하여 주는 것, 피해자에게는 사건의 전모를 밝혀 주고, 억울한 자에게는 억울함을 풀어 주려 노력하고, 죄인에게는 진실된 납득과 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피의자를 윽박질러 피해자에게 일부 합의만 시키면 정의가 구현되었고 사건이 다 종결되는 것처럼 하여 수사기관의 책무를 망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사법기관 역시 그러한 정책적 흐름에 따르면서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믿고 자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만큼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환영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다수의 보이스피싱 사건을 처리한 경험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어 변호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계시다면, 연락주시면 성심을 다해 도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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