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실관계
한국 국적의 의뢰인은 중국 국적의 배우자와 법적 부부이고 슬하에 미성년 자녀(이하 “사건본인”)를 두고 있습니다. 의뢰인은 배우자 및 사건본인과 일본에서 거주하다가 2023.경부터 배우자와 별거를 시작하였고, 사건본인의 양육 관련 문제로 배우자와 다툼이 있어 배우자가 2023.경 일본재판소에 사건본인의 양육권에 대한 심판(이하 “일본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일본 소송은 2023. 6.경 첫 기일이 열렸고, 2024. 8.경 두 번째 기일이 열렸습니다. 일본재판소는 일본 소송에서의 준거법이 한국법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건본인은 일본 아동학대 기관에서 보호하다가 2023.경 해당 기관 시설로부터 입소가 해제되었으며, 별도의 심사 결과 의뢰인이 육아휴직 상태이고 의뢰인의 모친이 일본에서 사건본인의 양육을 돕고 있기 때문에 사건본인은 의뢰인에게 반환되었습니다. 한편, 의뢰인은 2023.경 일본 가정폭력센터에 상담 후 해당 기관으로부터 ‘배우자 폭력에 대한 증명서’를 발급받은 바가 있습니다.
이후 의뢰인은 2023.경 사건본인과 함께 대한민국으로 귀국하여 거주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의뢰인 및 의뢰인의 모친이 대한민국에서 사건본인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사건본인에 대해서는 2023.경 일본 거주 비자 및 주민등록이 말소됨과 함께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이 이루어졌습니다. 한편, 배우자는 대한민국에 거소가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의뢰인은 일본 소송과 별도로 대한민국 법원에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과 사건본인에 대한 양육권 등에 관한 소송(이하 “한국 소송”)을 제기할 예정에 있습니다.
02. 쟁점 사항
대한민국 법원이 한국 소송에 대한 재판권을 가질까요?
재판권이 대한민국 법원에 있다고 한다면 양육권에 관한 부분은 중복 소송에 해당할까요?
일본 소송에 대한 판결(또는 결정)이 내려져 확정되는 경우, 해당 소송의 효력은 어떻게 될까요?
03. 검토 의견
1.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 관련
가. 대한민국 법원이 한국 소송에 대한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
국제사법은, 대한민국 법원은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진다고 규정하는 한편, 이 경우 대한민국 법원은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판단할 대에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 및 경제를 꾀힌다는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국제사법 제2조 제1항).
이와 관련하여 판례의 태도를 살펴보면, ① 우선 인적 범위와 관련하여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소송의 당사자가 모두 중국 국적이라는 점이나 준거법이 중국법이라는 점은 국제관할권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대법원 202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등 참조), ② 물적 범위와 관련해서는, 미국 국적의 남자와 한국 국적이었으나 혼인 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여자 사이의 이혼 등 사건에서 주된 거주지가 모두 한국이고 혼인생활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형성된 대에는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 하여 대한민국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6. 5. 26. 선고 2005므884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재판상 이혼과 같은 혼인관계를 다투는 사건에서 대한민국에 당사자들의 국적이나 주소가 없어 대한민국 법원에 국내법의 관할 규정에 따른 관할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도 이혼 청구의 주요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대한민국에서 형성되었고(부부의 국적이나 주소가 해외에 있더라도 부부의 한쪽이 대한민국에 상당 기간 체류함으로써 부부의 별거 상태가 형성되는 경우 등) 이혼과 함께 청구된 재산분할 사건에서 대한민국에 있는 재산이 재산분할 대상인지 여부가 첨예하게 다투어지고 있다면, 피고의 예측가능성, 당사자의 권리구제, 해당 쟁점의 심리 편의와 판결의 실효성 차원에서 대한민국과 해당 사안 간의 실질적 관련성을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므12552 판결 참조), 이혼 등 가사 소송에 있어서는 폭넓게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는 태도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국제사법의 규정 및 위 한국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종합해 보면, 본건의 경우 배우자가 중국 국적이고 혼인 생활이 처음에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의뢰인이 사건본인을 데리고 2023.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상당 기간 체류하고 있는 상태이고, 의뢰인 및 사건본인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대한민국과 한국 소송은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즉, 대한민국 법원이 한국 소송에 대한 재판권을 가지는 것으로 봄이 타당합니다.
나. 중복 소송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한민국에서는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관련 소송이 모두 각각 별개의 소송물로 취급되므로, 양육권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에 대한 별도의 소송이 중복 소송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일본 민법상으로도 재판상 이혼(일본 민법 제770조 참조), 자녀의 양육권(일본 민법 제771조, 제766조 참조), 재산분할(일본 민법 제771조, 제768조 참조)에 대해 각각 달리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소송물(소송의 청구 또는 심판이 되는 대상)이 다르게 취급될 것으로 이해됩니다(다만, 이 부분은 일본 법률사무소 등을 통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따라서 양육권 관련 부분에 한하여 한국 소송이 이미 제기된 일본 소송에 대해 중복 소송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것으로 보이며,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현재 상태에서 중복 소송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양육권 관련 부분에 대해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국제사법 제10조에 규정된 내용을 제외하고는, 국제재판관할권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병존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고(대법원 2020. 7. 15. 선고 2010다18355 판결 참조), 민사소송법 제217조에서 대한민국 법원이 외국재판을 승인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한 반대 해석상, 외국에서 현재 재판이 제기된 상태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동일한 소송물의 소송을 다시 제기하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중복 소송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제사법 제11조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국제사법은, 같은 당사자 간에 외국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과 동일한 소가 대한민국 법원에 다시 제기된 경우에 외국법원의 재판이 대한민국에서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는 대한민국 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결정으로 소송절차를 중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국제사법 제11조 제1항 본문), 다만, 대한민국 법원에서 해당 사건을 재판하는 것이 외국법원에서 재판하는 것보다 더 적절함이 명백한 경우에는 소송절차를 중지하지 않고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도 규정하고 있습니다(국제사법 제11호 제1항 단서 제2호 참조). 정리하면, 양육권 관련 소송과 관련하여 한국 소송이 제기된 것 자체만으로 중복 소송으로 각하되는 것은 아니나, 일본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소송절차가 중지될 우려가 있으므로, 한국 소송에서 재판하는 것이 외국법원에서 재판하는 것보다 더 적절함이 명백하다는 점을 대한민국 법원에 적극적으로 주장하여 대한민국 법원을 설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관련하여 일본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일본 소송이 한국 소송보다 먼저 판결이 내려져 확정되지 않게 중지될 수 있도록 일본 법률사무소 등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이 부분 또한 일본 법률사무소 등을 통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2. 일본 소송 재판의 효력
국제사법은, 대한민국 법원은 대한민국 법령 또는 조약에 따른 승인 요건을 갖춘 외국의 재판이 있는 경우 같은 당사자 간에 그 재판과 동일한 소가 법원에 제기된 때에는 그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국제사법 제11조 제3항). 위 내용에 따르면, 일본 소송이 민사소송법 제217조에 따라 대한민국 법원에 의해 승인되는 경우, 한국 소송은 그 기판력에 의해 각하되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일본 소송이 한국 소송보다 먼저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에 한국 소송을 그와 관련 없이 계속해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본 소송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각호에 따른 승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을 법원에 입증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현 상황에서 그와 같은 승인 요건의 불충족을 이유로 다퉈볼 가능성이 있는 조항은,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 “그 확정재판 등의 내용 및 소송절차에 비추어 그 확정재판 등의 승인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을 것”(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 정도로 보이는데, 이는 일본 소송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 및 내용에 따라 승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대법원 판례는, ① 한국인 부부가 미국 뉴욕주에서 이혼의 소를 제기하여 판결이 났는데 남편이 한국에서 다시 이혼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뉴욕주 판결의 기판력이 대한민국에서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서 후소를 부적법하다고 본 사례가 있는 반면(대법원 1987. 4. 14. 선고 86므57, 58 판결 참조), ② 일본 강제 징용 피해자의 미쯔비시 등 상대의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일본최고재판소의 패소 판결이 났는데 이 판결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하는 판결이라 하여 무시하고 승소 취지의 환송판결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참조).
다만, 특별히 일본 소송에서의 판결에 절차상 특별한 위법이 없다거나 그 내용상으로도 신의성실에 반하는 수준의 내용이 없을 가능성도 상당하므로, 일본 소송이 확정된 이후 대한민국 법원에서 그 승인 여부를 다투는 방법 보다는, 사전에 일본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일본 소송이 한국 소송보다 먼저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중지될 수 있도록 일본 법률사무소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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