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드라마에서조차도 잘못 사용되는 명칭, 피고인? 피의자?"
흔히 법정드라마에서 범죄에 연루된 이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봅니다. 사실 표현이야 어떻든 국민의 입장에서 그 의미가 전달만 되면 그만인 문제일수도 있지만, 우리 현행법은 위 두 개념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념에 따라 절차 내에서 보장된 권리 내지 지위가 엄연히 달라집니다.
"피의자와 피고인, 어떻게 다른가요"
피의자는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뜻하는데, 수사기관에 의해 수사의 대상이 된 자를 의미합니다. 아직 입건이 되지 아니한 '내사' 단계에 그친 경우 혐의자를 지칭하는 '피내사자'와 구분됩니다. 국내 수사기관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검찰, 경찰이 있고, 관할이나 사건의 분야에 따라서는 '특별사법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수사기관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피고인은 위의 수사가 마무리된 시점에, 검사에 의해 공소제기가 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즉 공판 절차에 의해 재판을 받는 자들을 피고인이라고 명칭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54조(공소제기의 방식과 공소장)
③공소장에는 다음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
1. '피고인'의 성명 기타 피고인을 특정할 수 있는 사항
정리하면 수사를 받는 단계에서는 '피의자', 수사를 마친 시점에 죄가 인정되어 형사재판이 필요한 경우에는 비로소 '피고인'의 지위를 지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피의자와 피고인, 어떤 권리의무가 있을까"
피의자와 피고인은 서로 상이한 절차에서의 당사자이므로 각자에게 보장된 권리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피의자는 기본적으로 임의수사의 원칙에 따라 수사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으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형사소송법 제243조), 진술거부권(제244조의3) 등의 권리를 보장받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의 수사에 대한 원칙을 '임의수사'로 규정합니다만, 예외적으로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집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피의자는 억울하더라도 본인이 고소/고발 등의 사정으로 피의사건의 피의자가 된 이상 수사기관의 조사에 어느 정도 성실히 응해야할 의무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피고인은 검사로부터 기소된 이후부터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보장받습니다(헌법 제27조 제4항). 한국의 형사재판은 검사가 피고인의 혐의에 대한 입증책임을 100% 부담하는데, 이 역시 무죄 추정의 원칙이 반영된 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피고인 역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3심에 걸쳐 재판을 받을 권리 또는 재심을 청구할 권리 등이 보장됩니다.
가장 직관적인 차이는 결국,
심판의 존재 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사단계에는 수사기관vs피의자의 구도가 된다면 공판단계에는 저 둘 사이에 법관이 등장하면서 사실상 수사단계보다 공판단계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관계가 훨씬 대등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공판단계는 기존 수사단계를 통해 이미 혐의에 대한 직접/간접/정황증거가 상당부분 현출이 되어있는 만큼, 수사단계에서만큼 유연하게 사안을 대처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의자와 피고인의 차이, 왜 중요할까?"
나의 신분이 피의자인지 피고인인지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은 곧 내가 어떠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방어권 행사를 해야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큰 기준이 됩니다. 누군가로부터 고소를 당하여 경찰로부터 '출석요청'을 받은 분들의 경우, 대부분은 수사를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당장 뭘 해야할 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어떤 분들은 경찰이 표면적으로 미온적, 회유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안심하여 '일단 경찰 조사 정도는 혼자 받아보고, 나중에 재판단계나 되면 변호사를 알아봐야겠다'와 같이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그러나 경찰로 대표되는 수사단계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사의 적절성을 감시할, 판사와 같은 제3자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혐의사실이 억울하게 확대되거나 수사기관의 입맛에 맞게 끌려가게 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두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자신이 직면한 형사사건의 절차별로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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