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컬로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승효입니다.
오늘은 음란물소지와 관련된 사건을 가지고 왔습니다.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엔번방 사건, 다들 기억하시죠?
엔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관련 성착취 동영상을 다운로드한 자들에 대하여도 대대적인 수사가 개시되었습니다(전국 경찰청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다룰 사건은 그 성착취 동영상과 관련된 사건입니다.
자, 그럼 함께 살펴보러 가시죠.
(*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건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 아청법 제11조 제5항이 개정되기 전의 사건입니다)
1. 피의자등의 인적사항
피의자 : 20대 후반 남성, 직장인
피해자 : 10대 여성, 엔번방 피해자
2. 피의사실의 요지 및 피의사실에 대한 의견
이 사건 피의사실의 요지는, 피의자가 엔번방 운영자 갓갓이 올린 메가클라우드 링크에 접속하여 피해자가 등장하는 성착취 동영상 17개를 다운로드받아 소지하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의자는 '나는 미성년자가 나오는 동영상에 관심이 없다. 만약 아동청소년 성착취 동영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로 다운로드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3. 변호인의견서 내용
변호인으로서 피의자를 대신해 밝여야 할 내용은 분명했습니다. 피의자는 애당초 해당 동영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 동영상인지 모르고 다운로드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피의자에게는 해당 동영상을 소지하려는 인식이나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이지요.
제가 형사사건 포스팅에서 거듭 말씀드리는 부분이지만, 피의자 입장에서의 사건 경위(피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를 설명할 때는 반드시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저는 구체적인 사건의 경위를 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피의자로부터 확인했습니다.
먼저, 피의자로부터 갓갓의 메가클라우드 링크를 발견하게 된 경위를 확인했습니다. 왜냐하면, '미성년자', '여고생', '착취물'이라고 검색하여 해당 링크를 발견한 것과 단순히 '야동'이라고 검색하여 해당 링크를 발견한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애당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시청하거나 다운로드할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피의자의 말에 따르면, 뭐라고 검색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남녀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동영상(소위 야동)을 보기 위해 성인물 사이트를 전전하던 중 우연히 갓갓이 올려놓은 해당 링크를 발견하였고, 링크에 올라온 동영상 내용이 궁금해 메가클라우드 계정을 만들어 해당 동영상을 재생해보았다는 것입니다.
수년 전에 있었던 일이기에 피의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는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피의자가 이용한 메가클라우드라는 플랫폼이 어떤 구조로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동영상 재생과 동영상 다운로드가 구별되는지, 아니면 동영상 재생을 위해서는 무조건 동영상을 다운로드를 해야 하는지, 동영상 재생 전 동영상 내용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섬네일 등이 존재하는지, 동영상 다운로드를 위해서는 결제가 필요한지 등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래야만, 피의자가 어떤 경위로 동영상을 다운로드하게 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으니까요.
확인 결과, 메가클라우드 계정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인 메가클라우드 계정으로 동영상을 다운로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동영상 다운로드 전까지는 동영상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며, 동영상 다운로드가 완료되어야만 비로소 동영상의 섬네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메가클라우드는 메가클라우드 계정이 있는 자들끼리 동영상 등 파일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므로, 동영상 다운로드를 위해 결제하는 것은 따로 없었고, 다만 무료 계정 이용자는 25GB까지만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이 끝났으면, 이를 바탕으로 피의자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소명해야 합니다.
저는 '피의자가 야동을 보기 위해 접속한 사이트에서 우연히 갓갓이 올린 링크를 발견한 것일 뿐 처음부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검색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 갓갓이 메가클라우드 계정에 올린 동영상 제목은 카카오톡이나 라인에서 파일 다운로드시 부여되는 파일명이었던 탓에 동영상 제목만으로 해당 동영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운로드 후 섬네일 등을 확인하기 전까지 해당 동영상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점, 더욱이 해당 동영상은 피해 여성의 모습만 등장하는 매우 짧은 길이의 동영상으로, 처음부터 성착취물인지 알고 다운로드하였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동영상을 다운로드하여 시청하였더라도 해당 동영상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인지 알 수 없는 점, 피의자는 단순히 해당 동영상이 남녀성관계 장면이 담긴 소위 야동인 줄 알고 다운로드한 것일 뿐 해당 동영상을 거듭 시청하거나 다른 기기로 옮기는 등 적극적으로 해당 동영상을 보관하거나 유통한 사정이 없는 점, 피의자는 해당 동영상의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가 무료 계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25GB가 다 차게 되자 과거에 다운받았던 동영상들을 삭제하면서 해당 동영상도 함께 삭제한 것이 전부인 점 등'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피의자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소지에 대한 인식이나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피력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4. 검사의 처분
검사도 '피의자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고, 결국 피의자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불기소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실, 이 사건의 핵심 열쇠는 전자기기에 대한 포랜식 결과 및 메가클라우드 社의 회신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수사기관은 포랜식 결과나 사실회신 내용을 피의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럼 변호인은 어떻게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
그건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시 참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피의자신문시 피의자가 받는 질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재까지 수사기관이 어떤 증거를 확보했는지 대강 알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수사관에게 질문하여 필요한 정보를 얻습니다(변호인이 변호인의견서 작성 등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질문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 진행 상황을 공유해 주십니다. 물론 아주 디테일한 내용은 알려 주지 않지만요). 수사단계에서 변호인이 필요한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경찰은 엔번방 사건의 가담자들이 올린 동영상을 다운로드한 사람을 샅샅이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사실 당시 해당 동영상이 협박 등에 의하여 제작된 성착취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고, 경찰도 그 부분을 모르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이 다운로드한 자들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은, 앞으로 이러한 범죄에 대하여 국가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지(zero tolerance policy) 보여주려고 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저도 엔번방 사건을 계기로 성착취물이라는 것이 어떻게 제작, 유포되는지 알게 되었고, 이러한 범죄에 있어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와 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법적 보완 장치가 필요한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는 별개로 무고한 자들을 처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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