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살해] 아버지를 오해한 아들의 비극적 선택
[존속살해] 아버지를 오해한 아들의 비극적 선택
해결사례
수사/체포/구속폭행/협박/상해 일반형사일반/기타범죄

[존속살해] 아버지를 오해한 아들의 비극적 선택 

서승효 변호사

징역13년

창****


안녕하세요.

컬로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승효입니다.

오늘 다룰 사건은 존속살해 사건입니다.

사실, 오늘 포스팅이 민감한 주제를 담고 있어서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요.

그래도 제가 이 사건을 통해 "경계선 지능"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여러분과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포스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함께 살펴보러 가시죠.




(*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건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1. 피고인 등 인적사항

  • 피고인 : 20대 남성, 피해자의 아들

  • 피해자 : 60대 남성, 피고인의 부친

2.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전자발찌부착명령까지 함께 청구하였습니다. 즉 피고인에게 살인의 재범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피고인이 출소하는 경우 피고인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지요.

  • 피고인은 회칼로 아버지인 피해자의 목 부위를 찔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000 안에 들어 있던 000 회칼을 꺼냈고, 손에 쥔 회칼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에 0000까지 감은 다음 피해자를 찔러 죽였다.

  • 피고인은 범행 직전 일부러 술을 마셨는데, 프로파일링 결과에 따르면 피고인은 술을 먹으면 폭력적 성향이 발현되는 것으로 보인다.

  • 이와 같은 피고인의 행동 및 성향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계획적, 적극적 범행으로 보이고, 피고인에게 살인의 재범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형선고에 더하여 전자발찌부착명령이 내려져야 한다.

3.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 피고인은 아버지를 찔러 죽인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죗값을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특성상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한 채 그냥 사건을 끝낼 수는 없었습니다.

  • 살인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서 범인으로부터 반드시 확인하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동기입니다.

  • 의뢰인은 수사단계에서 거듭 "아빠가 평소 엄마를 자주 때렸다. 아빠가 엄마를 또 때릴 것 같아 무서워서 아빠를 죽였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일응 살인의 동기가 '피해자의 가정 폭력'인 것처럼 보입니다.

  • 그런데요. 문제는, 피해자가 평소 가정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왜 피고인은 마치 피해자가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이야기하였을까요? 피고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 피해자의 아내, 즉 피고인의 모친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 피해자와 피고인의 모친이 집에서 함께 술을 먹다가 크게 다툰 적이 있는데, 당시 피고인이 그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아 피해자에 대한 악감정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 피고인 모친의 말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피신조서에 빠지지 않고 몇 년 전의 사건이 등장했거든요.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몇 년 전에 일어난 사건 하나만으로 아들이 갑자기 아버지를 죽일 순 없습니다.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나아가 피고인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었습니다.

  • 저는 먼저 피고인의 가족을 만나 평소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 피해자는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무뚝뚝하고 차갑지만 늘 가족을 생각하는 좋은 아버지이자 좋은 남편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다른 가족들과는 전혀 갈등이 없었고, 최근 피고인과는 피고인의 취업 문제로 언쟁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 다음은 "피고인"을 만날 차례입니다. 저는 피고인을 만나기 위해 피고인이 구금되어 있는 00구치소로 갔습니다(참고로, 저는 제1회 공판기일 직전 변호인으로 선임되었습니다).

  • 피고인은 평범한 20대 남자였습니다. 저와 눈을 맞추며 대화를 잘 이어나갔고, 피고인 모친의 이야기를 하면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피고인에게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요.

  • 사건 관련 이야기를 마친 다음 구치소 내 생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피고인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같은 방에 있는 사람이 나한테 가족관계를 물어보았다. 어머니 정보를 알아내 어머니 명의로 대출을 받아갈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 당황한 저는 피고인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물었는데, 피고인은 "그 사람들이 저한테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었다. 혹시 변호사님 들어오실 때 우리 어머니 신용카드를 내고 들어왔냐? 여기 사람들이 그 정보를 빼가는 거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순간, 피고인이 다른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 일단, 저는 구치소를 나와 곧장 피고인의 어머니에게 연락해 피고인의 초, 중, 고 생활기록부를 떼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지능이나 행동적 특성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발현되기 때문에, 생활기록부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료이지요.

  • 아니나 다를까, 피고인의 초, 중, 고 생활기록부에는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들 또는 선생님의 말을 오해한다'라는 내용이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피고인의 지적 능력을 문제 삼으며 치료받아 볼 것은 권한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 피고인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확인한 저는 피고인의 모친과 논의한 끝에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하되 심신미약을 주장하기로 정하였습니다.

  • 제가 이 사건의 진행 방향을 정하면서 참고한 책 한 권이 있는데요. 바로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이란 책입니다.





  •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게 무슨말이냐.

  • 소년교도소에 수감된 소년범들에게 "3명이 함께 먹을 수 있게 케이크를 잘라보라"라고 했는데, 충격적이게도 대부분의 소년범들이 케이크를 균등하게 3등분하지 못 하였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습니다. 지적 능력이 부족한 자는 잘못된 input, output에 따라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케이크 사례 말고도 놀라운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 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년범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지적 능력을 가진 자'와 '지적 장애가 있는 자' 사이에 속한 자들, 즉 지능이 경계선 수준에 있는 자들입니다. 그들은 학습에 어려움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대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작가는 과거보다 느슨해진 지능 판단 기준을 문제삼으며, 이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현실을 철저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 피고인도 분명 그랬을 것입니다. 지능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부모님이 말다툼하는 장면을 보고 불편한 감정, 슬픈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나, 지능이 경계선에 있는 피고인으로서는 부모님이 싸우는 장면을 1회 목격한 것으로 "아빠가 엄마를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아빠는 엄마를 또 공격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피고인에게 있어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는 악인, 챙겨주는 어머니는 선인이었고, 이러한 관념 하에 피고인은 몇 년간 피해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쌓아오다 사건 당일 언쟁으로 피해자에 대한 감정이 폭발하였던 것입니다.

  • 아, 물론 이건 온전히 제 개인적 견해입니다. 피고인의 머릿 속에서 일어난 사고의 과정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어쨌든, 저는 이런 취지로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주장했습니다.

4. 1심 재판 과정

가. 정신감정 신청

생활기록부를 피고인 측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범행 당시의 피고인의 지능 및 정신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어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신된 정신감정 결과는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제가 실망한 이유는 피고인에게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과 때문이 아니라(피고인은 경계성 지능에는 해당됐습니다), 회신 내용 자체가 피고인의 정신 상태를 제대로 평가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일반적인 의학적 지식만을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하였기 때문입니다.

나. 피고인 모친에 대한 증인신문

사건의 최초 목격자이자 피해자의 유족인 피고인의 모친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피고인의 성격, 지적 능력 등을 알고 있는 주요 인물이기도 했구요.

증인신문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1심 판결

우여곡절 끝에 1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1심법원은 피고인에게 심신미약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였습니다.

전자발찌부착명령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인의 모친은 1심판결을 다투어 보고 싶다고 하였고, 저는 항소를 진행하였습니다.

5. 2심 재판 과정

가. 항소이유

저는 '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고,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선고형을 정한 원심판결에는 양형부당의 위법이 있다'라는 취지로 항소하였습니다.






나. 항소심에서의 증거신청

저는 항소장을 접수하고 얼마 되지 않아, 피고인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그 편지의 내용은 같은 방 수용자로부터 000을 당하였다, 같은 방에 있는 수용자가 모친 명의를 도용하여 대출을 받은 것 같으니 경찰에 신고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당장 피고인의 모친에게 연락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구치소 내에서 000을 당한 사실이 없었고, 피고인 모친 명의로 대출이 실행된 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피고인이 구치소 내 허위신고로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이 제게 보낸 서신에는 000을 당하였다고 판단한 경위가 매우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사고 과정을 거쳐 '나는 같은 방 수감자로부터 000을 당하였다'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 서신을 통해 '피고인이 일반인들과 같이 올바르게 사고하지 못한다'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고인이 (심신미약상태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게 되었다는 사정을 설명하는 좋은 자료가 되는 것이지요.

저는 위 서신을 증거로 제출하였고, 나아가 사실조회신청을 통해 피고인이 허위신고로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자료를 확보하여 관련 증거로 제출하였습니다.

과연, 항소심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 2심 판결

안타깝게도,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다는 사정을 양형사유로 참작해주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13년형을 선고한 것이지요.




소하고 있는 등 정신적 건강상태가 양호해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그 전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초범이고, 범행 후 경찰에 자수하여 자신의 행위를 알렸던 점, 피고인의 모친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피고인의 모친과 나눈 마지막 대화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황망하게 죽은 내 남편이 너무 불쌍하다. 그런데, 내 아들도 불쌍하다. 아들이 출소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열심히 살고 있겠다."

아버지를 죽인 아들. 그의 행동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적어도 피고인의 머릿 속에서는) '아버지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그럼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다.'라는 나름의 이유와 동기가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피고인을 마냥 아버지를 죽인 패륜아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이 사회로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검사가 피고인에 대한 치료감호를 청구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오늘의 포스팅도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여기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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