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컬로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승효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다들 건강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형사사건을 가지고 왔습니다.
사실, 제가 형사사건 폴더를 정리 중이라서요 :)
형사사건 위주로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사건을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미투운동' 다들 기억나시죠?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의미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미투운동 집단 뒤에 숨어 거짓을 알리는 자들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성범죄자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오늘 다룰 사건도 미투운동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사건 내용 상세히 살펴보러 가시죠.
(*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사건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1. 피고인 등 인적사항
피고인 1, 2 : 고등학교 선생님
피고인 1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신고한 피해자 : 10명
피고인 2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신고한 피해자 : 4명
2. 공소사실의 요지 및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가. 공소사실의 요지
생략합니다.
나.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피고인 1, 2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들과의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였습니다.
3. 재판 과정
가. 피고인 측의 증거인부 및 증거신청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들로서는 당연히 피해자들의 진술과 관련된 증거는 부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고인 측에서 피해자의 진술과 관련된 증거에 대해 부동의하는 경우, 해당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진술인, 즉 피해자를 법정에 불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은 피해자들을 법정에 부르지도 않은 채 피해자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였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아청법 제26조 제6항에서는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절차에 따라 촬영한 영상물에 수록된 피해자의 진술은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 피해자 또는 조사과정에 동석하였던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위 규정에 따라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아닌 '피해자변호사' 등을 증인으로 불러 진정성립 여부를 확인한 다음 곧장 피해자 진술이 기재된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버립니다.
그런데요.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조문입니다.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고, 형사소송법 규정(전문법칙)에 따라서만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진술자가 아닌 신뢰관계 있는 자의 진술로 조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했다고 칩시다. 그럼 반대신문은 어떻게 합니까?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도 않은 신뢰동석자에게 도대체 무엇을 물어보란 말입니까? 증거능력 측면에서든 증명력 측면에서든 반대신문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은 진술을 그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법원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 의하면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기재된 조서 등은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점, 아청법 제26조 제6항이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닌 점, 더욱이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사건 발생 직후 피고인들을 강제추행으로 고소한 것이 아닌, 사건 발생일로부터 수년이 지난 뒤 몇몇 학생들의 주도로 일어난 교내 미투운동에 따라 처음 피해사실을 토로한 것인바, 이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피해자들이 미투운동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접한 피해사실을 마치 사진의 경험처럼 진술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피해자들의 진술은 추측에 불과한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 전원을 증인으로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앞서 말씀드린 실무적인 처리 방법에 따라 저의 증인신청을 '1건만 빼고'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받아들여진 1건의 증인신청은 피해자가 현재 대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인용되었습니다.
나.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
피해자 중 현재 유일하게 미성년자가 아닌 피해자(편의상 이하 'X'라고 부르겠습니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X에 대한 증인신문을 하면서 왜 증인신문(특히 반대신문)이 형사소송의 꽃인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신문과정에서 X의 수사기관의 진술 중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했습니다. 특히, 왜 이제와서 피고인 2를 신고를 한 것인지, 피고인 2를 수사기관에 신고하기 전 몇몇 재학생과 사전에 피해사실에 관하여 이야기 나눈 것은 없는지 상세히 캐물었습니다. plus, 법정에서 거짓을 진술할 경우 위증죄가 성립된다는 점도 다시 상기시켜 주었지요.
그러자 X는 법정에서 "선생님과 함께 사진을 찍었을 뿐이고 선생님이 나의 00과 00 부분을 만진 것은 아닌 것 같다. 후배들의 말을 듣고 과거에 있었던 일이 강제추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신고했다.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과장해서 진술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정만 보더라도, 집단이나 익명성 뒤에 숨어 하는 진술을 쉽게 믿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X의 법정진술에 따라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도 따져볼 이유가 생겼습니다.
저는 X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신청을 재차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끝까지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에 대한 증인신청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받아주지 않으면 증인신문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차선책으로 미투운동한 주도한 인물이자 피고인 1, 2 모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다고 진술한 피해자의 피해자변호사에 대하여 반대신문을 진행했습니다.
피해자변호사에게 피해자 진술 녹화 영상에서 이상한 부분을 언급하면서(예를 들면, 피고인 1이 오른쪽 팔뚝 안쪽을 만졌다고 진술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왼쪽 팔을 만지는 행동을 하는 것, 수사관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하여 처음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였다가 나중에는 상세히 당시 상황을 진술한 것 등)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당시 상황에 대해서 캐물었습니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려고요.
근데, 피해자변호사를 반대신문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피해자변호사는 피해자를 도와주는 자일 뿐 실제 사건을 경험한 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피해자변호사는 그저 기계적으로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진술할게 뻔하지요.
예상대로였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할 제가 아닙니다.
다. 재현 영상 촬영 등
저는 피고인들이 소속되어 있는 학교를 찾아가 양해를 구한 다음, 피해자들이 피고인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함께 간 직원 두명에게 피해자들의 진술대로 상황을 재현해 보라고 한 뒤 그 모습을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하였습니다.
(재현에 힘써주신 ㄱㅅㅎ 실장님, ㄴㄱㄷ 대리님,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하여 반대신문을 할 수 없다면, 객관적인 자료로써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해야지요.
4. 판결
가. 1심 판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피고인 1 : 10개 공소사실 중 3개 공소사실 무죄, 벌금 1,000만 원
피고인 2 : 4개 공소사실 중 1개 공소사실 무죄, 벌금 700만 원
(피고인 2에게 내려진 1개의 무죄 판결은 졸업생 X에 관한 공소사실이었습니다.)

벌금형이 선고되었지만,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곧장 항소하였습니다.
검사도 항소하였습니다.
나. 2심 판결
저는 1심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다시 언급하며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항소심에서는 피고인들에 대한 피고인신문을 진행하였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나(쌍방 항소 기각),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는 내용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피고인 항소 인용).
즉 최종 결과는
피고인 1 : 벌금 700만 원, 공소사실 10개 중 5개 무죄
피고인 2 : 벌금 700만 원, 공소사실 4개 중 1개 무죄
입니다.




5. 헌법재판소 결정
끝난 줄 아셨죠? 아직 남았습니다 :)
이 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미있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 2018헌바524 - CaseNote]
https://casenote.kr/%ED%97%8C%EB%B2%95%EC%9E%AC%ED%8C%90%EC%86%8C/2018%ED%97%8C%EB%B0%94524
아청법 제26조 제6항과 내용적인 면에서 동일한 규정인 성특법 제30조 제6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지요. 아청법 제26조 제6항, 성특법 제30조 제6항 규정 모두 많은 변호사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규정이었습니다.
국회는 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성특법 제30조를 전면적으로 개정하였으나, 개정 전 성특법과 동일한 내용인 아청법 제26조는 개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그렇지만, 위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실무상 아청법 제26조 제6항은 더이상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현재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이더라도 모두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하고 있지요.
어떠셨나요?
사례 분석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형사재판에 있어 증인신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않으셨나요?
오늘의 포스팅도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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