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사망 부모의 예금을 무단 인출·이체하면? 친족상도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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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사망 부모의 예금을 무단 인출·이체하면? 친족상도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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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형사일반/기타범죄횡령/배임

치매·사망 부모의 예금을 무단 인출·이체하면? 친족상도례 적용? 

현승진 변호사

가끔 부모 등 가족명의의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한 경우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특히 ①부모가 사망한 후에 아직 사망신고가 되지 않았거나, 혹은 ②고령의 부모가 치매 등 질환으로 판단능력이 온전치 않은 상황에서 다른 상속인(형제자매 등) 몰래 예금을 인출하거나 자기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경우에 대한 것이지요.

실무상 일부 하급심 판결은 위 ①의 경우에 횡령죄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망인의 계좌에 있던 돈(정확히 말하면 은행에 대한 예금반환채권)은 망인의 사망과 동시에 상속인들에게 상속이 되는데 상속인 중 일부가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 예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였기 때문에 횡령죄가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위와 같은 일부 판례의 태도는 법리적(法理的으)로 옳지 못합니다. 즉, 형사 사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라면 무죄판결을 받아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①, ②의 경우 모두 사기죄, 컴퓨터등사용사기죄 또는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전자금융거래법위반도 문제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경우에는 일정한 범위의 친족 간의 특정 재산 범죄는 처벌할 수 없거나 고소가 있어야 처벌 가능하다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친족상도례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재산범죄로 인한 피해자가 일정범위의 친족이어야 하는데, 당연히 예금계좌의 명의인인 부모가 피해자이므로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법적으로는 피해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앞서 말한 횡령죄의 경우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처벌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경우를 나누어서 설명 드릴게요.

1. 통장이나 체크(현금)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에는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그리고 이때 피해자는 현금지급기 관리자(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95도997 판결 등 참조). 즉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는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의 현금인출에 대하여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므로 권한 없는 자의 현금 인출 행위는 절도죄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 경우 카드를 사용하게 된 경위에 따라서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2. 현금지급기를 이용하거나 인터넷뱅킹 또는 스마트폰 뱅킹으로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좌로 예금을 이체하는 경우에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됩니다. 손자가 할아버지 소유의 예금통장을 절취하여 현금지급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계좌로 예금 잔고를 이체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은행을 피해자로 하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같은 이유로 권한 없는 자가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하여 이체를 하는 경우에도 은행을 피해자로 하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됩니다. 물론 전자금융거래법위반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3. 은행 창구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두 가지 경우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비롯하여 다수의 판례가 있는 것과 달리 이와 같은 경우에 대한 판례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예금 인출 또는 계좌이체의 권한이 없는 자가 권한이 있는 것처럼 은행(직원)을 속여서 예금 인출 또는 계좌이체를 하는 것이므로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사람을 기망’했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앞서 살펴본 경우와 유사한 것이지요. 하급심 판결에서도 피해자를 은행으로 보고 있고(부산지방법원 2010고합34 판결 등),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검찰서류 작성례(사법연수원, 2017, p.18)’에서도 권한 없는 자가 은행(직원)을 속여 예금을 인출하는 경우 피해자를 은행(직원)으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때에는 당연히 예금청구서를 위조하여 사용한 점에 대해서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죄도 성립합니다.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고소를 진행하였음에도 당연히 친족상도례가 적용된다고 보고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한 고소만을 진행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경찰은 물론이고 전문성이 부족한 변호사들도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부모 등 가족의 예금을 무단 인출하거나 이체한 경우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른 죄가 성립하고, 친족상도례의 적용이 배제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설명 드렸습니다.

어떤 범죄가 성립하고 어떠한 법적 대응을 하여야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문제 상황에 처해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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