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문장 최민호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의료소송의 특색 중 하나인 책임제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의료과실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은 가해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를 과실상계, 손익상계의 법리로 산정 · 조정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으로 확정합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의료과실에 대한 증명이 난해하고, 인과관계의 상당성 판단이 어려우며, 환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기왕증이 의료사고의 가중된 결과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될 수 있는 의료소송의 특성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라도 그 손해를 의사에게 지우는 것이 심히 공평에 어긋나는 경우 ‘책임제한’의 법리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판결을 해오고 있습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의료과실로 발생한 손해를 주장 · 입증하여 법원의 인정을 받더라도 책임제한 비율에 따라 의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어 책임제한 비율에 대한 판단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 또는 상고가 제기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법원의 책임제한 법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최근 의료소송에서 책임제한 비율에 대한 법원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A는 B병원에서 ‘좌측 하악 과두 발육 부전을 동반한 상악 전돌증’ 치료를 위해 ‘후방분절 골절단술, 양측성시상분할 골절단술을 이용한 하악 전진술’(양악수술)을 받았는데, 같은 날 밤부터 호흡곤란 및 수면의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B병원 의료진은 양악수술 후 통증으로 여겨 A에게 아티반(신경안정제)을 투여하였는데 이후 A의 맥박과 혈압이 저하되었으며,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였으나 결국 사지 마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1심법원은 B병원 의료진이 호흡 이상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아티반은 호흡 억제 작용 가능성으로 중증도 호흡부전, 수면무호흡증후군 등이 있는 환자에 대한 투여는 금기시 되는 점, A에게 호흡부전이 발생하였음에도 1시간 10분이 경과한 뒤 심폐소생술을, 1시간 45분이 지나 경구를 통한 기관삽관을 실시한 점, 출혈이나 부종이 발생할 수 있는 환자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모니터하는 것이 통상적임에도 일반 병동에서 A를 경과 관찰한 점 등을 이유로 B병원 의료진에 수술 후 처치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그 책임을 80%로 제한하였습니다.
제2심법원은 의료과실에 대한 제1심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B병원의 책임을 2/3로 제한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의 의료행위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가 의료행위의 과오와 피해자 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피해자 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액을 정하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 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라고 하여 기존 책임제한의 법리 자체는 긍정하면서도, “질병의 특성, 치료방법의 한계 등으로 의료행위에 수반되는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이,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판단 능력이나 의료기술 수준 등에 비추어 의사나 간호사 등에게 요구되는 통상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단지 치료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막연한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후,

A에게 호흡부전이 발생한 경위, 호흡부전이 발생한 이후 B병원 의료진이 취한 조치 등을 고려할 때, 원심(제2심법원)으로서는 양악수술 후 예상되는 후유증과 그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러한 위험을 회피할 만한 적절한 대처 방법은 무엇인지, B병원 의료진이 그러한 방법을 취하였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본 뒤 책임비율을 제한하였어야 함에도 기존 판시 이유만으로 B병원의 책임비율을 2/3로 제한한 것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할 뿐이어서 결국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손해배상 사건에서의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실무에서는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의사의 책임이 60%를 기준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지만, 소개해 드린 판례 이후 책임비율이 상향되는 경향이 있고 나아가 의사의 책임제한 주장을 배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의료소송에서 의료과실과 인과관계에 대한 주장 · 입증에 집중하여 매몰되기 싶지만, 책임제한 비율에 따라 환자가 실제 받을 수 있는 배상액 또는 의사가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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