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막내였습니다. 아버님은 두 번 결혼하셨는데, 큰어머니 소생인 큰형님과는 나이 차가 꽤 났었죠.
돌아가신 아버님은 자수성가로 큰 재산을 일구셨고,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 재산 중 가장 큰 부동산을 장남 B에게 증여하였습니다.
A는 아버님 20년 넘게 모시고 살았지만 그동안 큰형님인 B를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장남 B가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죠. 그 정도로 큰어머니가 낳은 자녀들과 교류가 없었습니다.
A는 본인도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받은 것이 있었고, 다른 형제들도 재산을 조금씩 받아서 장남 B도 재산을 받았을 거라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나서 몇 달 지나 상속재산 정리하는 과정에서 B가 받은 재산이 정말 막대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안 당시, A는 당장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B가 받은 재산이 크긴 했지만 아버님이 예전에 B에게 드린 재산을 가지고 지금 와서 소송을 할 것인지 망설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B가 아닌 다른 형제와 재산 분쟁이 생기면서, A는 B에 대한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는 A가 B의 재산 증여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아버님이 돌아가신 때로부터 1년이 조금 지난 때였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소멸시효에 걸리는 권리입니다. 어떤 범죄의 공소시효가 지나면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듯이, 어떤 권리의 소멸시효가 지나버리면 권리가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10년의 장기소멸시효와 1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있는데, 여기서 장기소멸시효는 피상속인(상속에서는 재산을 남기고 돌아가신 분을 '피상속인'이라고 합니다)이 사망한 날로부터 10년입니다.
그래서 피상속인 사망일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아무리 억울해도 더는 소송할 수 없습니다.
유류분반환청구에서는 단기소멸시효가 더 중요한데요,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모두 안 때로부터 1년입니다.
대법원 2006. 11. 10. 선고 2006다46346 판결
피고의 단기소멸시효 항변
오경수 변호사는 A와 위 유류분소송에 관한 상담을 하면서, 피고가 유류분반환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를 주장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이 항변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A가 패소할 것이라 소송의 난이도가 매우 높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피고(B)는 원고(A)가 피고가 증여받은 재산의 존재와 증여사실을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고, 피고가 증여받은 재산이 유명한 지역에 있는 부동산이라 원고가 피고의 수증사실을 알았을 때 유류분 침해사실도 알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A가 유류분 침해사실을 안 시점이 피상속인(아버님) 사망 이후인 것이 사실이므로, 피고의 예측 가능한 항변에 대응하면서 소송을 수행해 볼 수 있다고 조언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A는 B에 대한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실제 소송에서 오경수 변호사의 예측대로, 피고는 곧바로 단기소멸시효 항변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소송대리인 오경수 변호사)는, 원고와 피고가 이복형제이지만 평생 교류가 없었고, 피고가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을 받을 시점에 원고는 아주 어린 나이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하였습니다. 특히 피고 측에서 '원고가 피고의 수증사실을 안 시점'이 피상속인 사망 이전의 어느 시점인지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공략하였습니다.
이 단기소멸시효 쟁점이 이 사건에서 정말 중요했고, 원고가 이 항변을 극복하는 과정이 매우 험난했습니다. 당연히 피고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원고가 피상속인 사망 이전에 증여사실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경험칙에 반한다고 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 측이 단기소멸시효 완성 사실에 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고와 피고 집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이라는 시각으로 이 사건을 판단할 수도 없고, 실제 원고가 유류분침해 사실을 피상속인 사망 이후에 알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는 점을 변론의 중점에 두었습니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받아들일 수 없다.
실제 판결문 중 발췌
실제 소송 결과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피고가 단기소멸시효 항변을 했을 때 어려운 점은, 사실상 원고 측에서 단기소멸시효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즉 피상속인 사망일로부터 1년이 지나 소송을 시작했지만, 피상속인 사망 이후에 유류분침해사실을 알았다는 점을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보통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이 특정시점에 어떤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에 본인이 특정시점에 어떤 사실을 몰랐다고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단기소멸시효 쟁점이 있는 유류분반환소송이 난이도가 높은 소송이 되는 것입니다.
이 사안에서 우여곡절 끝에(사실 이 사안에서는 주요 쟁점이 이 단기소멸시효 하나만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고가 1심에서 승소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에서 피고의 새로운 대리인이 좀 더 세련되고 정밀하게 단기소멸시효항변을 하면서 원고 측은 1심보다 더 큰 압박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또한 1심에서 등장하지 않은(원고 역시 그 존재를 몰랐던) 새로운 증거가 나와 자칫 1심 판결의 통째로 뒤집힐 위기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고 측의 예리한 창끝을 피해 가면서 피고 측 주장의 논리 모순과 논리 비약을 지적하면서 단기소멸시효 항변에 대응하였습니다.
그 결과 항소심 역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하였습니다(1심 승소판결금이 일부 수정되면서 항소기각이 아니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었습니다).
피고는 항소심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증거를 제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마 항소심에서 승소했다고 확신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항소심 패소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고 항소심 판결에 불복, 상고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피고의 상고이유에 상고심 특례법상 상고이유가 없다고 대응하였고, 결국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상고기각결정을 하면서 이 사건 원심(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에게서 반환받은 재산은 현금 50억 원 가량입니다(판결금, 지연이자 포함). 여기에다 소송비용확정신청에 따른 소송비용보전액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급받은 액수는 더 컸죠.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도의 권리 - 유류분
이 소송에서 원고는 자칫 패소할 수 있었습니다. 원고가 몇 개월 일찍 이 소송을 시작했더라면, 이렇게 정말 어렵게 승소 판결을 받을 필요가 없었죠.
유류분반환제도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한 재산처분의 효과를 일부 취소하는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은 대신, 권리 행사기간이 무척 짧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망설이거나 우물쭈물 대지 말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