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증여
사인증여는 증여이긴 하지만, 증여계약의 효력이 증여자의 사망 이후에 발생하죠. 보통 재산을 주는 사람이 '내가 죽은 후에 이 재산을 너에게 준다'라고 하고, 재산을 받는 사람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면 사인증여계약이 있다고 봅니다. 보통 증여계약과 똑같고 단지 '내가 죽으면'이라는 조건이 붙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사인증여가 효력을 가지려면 재산을 주는 사람(증여자)과 재산을 받는 사람(수증자) 사이에 계약이 성립해야 합니다. 보통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부모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한 것 같지만, 엄밀히는 재산을 주겠다는 부모의 '증여의사'와 재산을 받는 자녀의 '수증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법률적으로 좀 더 풀어보자고 한다면 '누구도 그 의사에 반하여서는 이익이라고 할지라도 강요당해서는 안된다'라는 법리에 따라 수증자에게 재산을 받을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인증여에서도 증여자의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와 수증자의 재산을 받겠다는 의사가 딱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죠.
사인증여의 독특한 성질
이러한 사인증여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사인증여는 엄연히 '증여'이므로 계약의 일종입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계약이 있어야 합니다.
반면에 재산을 주는 사람이 사망한 이후에 수증자가 재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증(유언에 따른 증여)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유언은 계약이 아닙니다. 유언자가 재산을 누군가에게 남기겠다는 의사만 있어도 유언을 할 수 있습니다(당연히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유언으로 재산을 받을 사람이 유언의 존재 자체를 모를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유언자가 사망한 이후에 재산을 받을 사람으로 지정된 사람은 이 유언을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언이 유언자의 일방적인 의사만으로 성립할 수 있다고 해서 유언을 '단독행위'라고 합니다.
사인증여는 계약이고 유증은 단독행위라는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정말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증여계약은 일단 성립하면 함부로 철회할 수 없고, 민법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해제할 수 있는 반면, 유증은 유언자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그럼 사인증여는 철회할 수 있을까요?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때
민법상 증여계약은 철회가 허용되지 않고, 일정한 경우에 해제만이 가능합니다.
구두로 증여계약을 체결했을 때, 증여자가 패륜행위를 했을 때,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증여자가 증여를 한 이후에 생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습니다.
위 제558조 규정에 따라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증여를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제를 할 수 없습니다. 즉, 100억 원을 주기로 하고 60억 원을 이미 증여했는데, 수증자의 패륜행위가 있었던 경우,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증여를 해버린 60억 원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증의 철회
그런데 민법상 증여계약과는 달리 유증은, 유언자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유언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유언을 할 수도 있고, 유언을 한 후 그 재산을 처분하는 방식으로도 유언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사인증여 철회 가능성
먼저 실제 서울고등법원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겠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내연관계였습니다. 그 사이에서 자녀 A를 출산하였습니다. 원고는 혼외자인 A를 인지하지 않은 시점에, 자신이 사망하면 피고가 혼자 A를 키워야 할 상황을 걱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원고는 재산 중 일부를 피고에게 보장해 주기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피고 명의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습니다. 그런데 원고와 피고의 내연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원고는 피고와 A를 상대로 친생자 소송과 양육자 지정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고와 A 사이의 법률상 친자관계가 성립하였고, 원고는 피고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하였습니다. 피고가 A를 혼자 양육해야 하는 상황을 대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한 후, 원고는 기존 사인증여를 철회하겠다고 하면서 피고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 서울고등법원의 결론
이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사인증여의 철회가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유언의 철회 규정(민법 제1108조)이 사인증여에 준용될 수는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1)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한 배경이 된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정의(情誼) 관계가 파탄에 이르거나, ②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변하였고 이로 인해 사인증여계약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 등 사인증여계약 체결 당시 전제하였던 관계에 중대한 변동이 있고, 증여자가 사인증여를 철회하더라도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민법 제1108조를 준용하여 사인증여의 철회를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대법원의 결론
이후 대법원은 역시 사인증여의 철회가 문제 된 사안에서, 사인증여의 철회를 전면적으로 긍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245330 판결
그래서 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인증여계약에서 증여자는 사망 전에 사인 증여를 어떤 형태로든 철회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사인증여의 의미와 독특한 성질 그리고 이 사인증여를 철회할 수 있는지를 알아봤습니다.
효력이 없는 자필유언이지만 사인증여로 효력이 있다거나, 명시적인 사인증여의 계약이 있었던 경우 사인증여의 철회 문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때 꼭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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