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재산을 받을 사람이 꼭 상속인이 될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형제도 될 수 있고, 손자나 조카, 동거하던 사람, 아니면 교회나 사회복지재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유류분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유언을 미리 해두면 내 재산을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남길 수 있죠. 그래서 유언을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향후에 상속인들 사이의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상속법이 정하는 유언의 방식에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자필유언, 공정증서 유언, 녹음유언, 비밀증서 유언, 구수유언) 이 중에서 자필유언과 공정증서 유언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외의 유언은 별로 없습니다.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인이 유언을 직접 작성하므로, 유언자가 유언장 작성 방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반면에 자필유언은 유언자가 자필로 작성하여야만 하는데, 미리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경우 유언장의 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시죠.
유언자는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고, 유언장을 소지한 사람이 유언자의 사망 후 법원에 검인신청을 했습니다. 다음 사진은 검인조서에 첨부된 유언장 사본입니다.

개인정보 문제가 있어 유언 내용 대부분을 가렸는데 이 유언의 내용을 다시 적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필유언이 유효하려면 유언의 모든 내용을 유언자가 직접 자필로 작성하여야 하고, 작성연월일, 주소, 성명을 쓴 후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위 유언장을 보면 일단 유언 전체를 유언자가 작성하였고, 작성일자가 나타나 있으며, 유언자의 주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언자가 직접 자기 이름을 쓰고 도장도 찍었죠.
그럼 형식적 유효 요건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언자가 B에게 재산을 '준다', '유증한다'가 아니라 '위임한다'라고 기재한 부분입니다.
법률적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재산을 누군가에게 준다와 위임한다(맡긴다)는 완전히 다릅니다. 재산을 맡긴다는 의미는 재산의 소유권은 그대로 내가 가지지만, 재산의 관리나 처분을 다른 사람이 결정하거나 대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언에 '위임함'이란 문구를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이는 재산을 유증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내용으로 밖에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유언을 유언자의 의사가 과연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과연 유언자가 재산을 단순히 맡기기 위해서 유언장을 썼을까요?
그렇지 않았겠죠. 재산을 맡길 의사였다면 위임장을 쓰지 유언장을 쓰지 않습니다. 유언자는 고령의 여성이었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았습니다. 그럼 '위임함'이란 말은 모든 재산을 B에게 준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겠죠. 게다가 이 사안에서 다른 상속인들은 이 유언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검인 기일에 모두 불출석하였습니다).
그럼 이 유언장으로 B가 유증 등기를 할 수 있었을까요?

네, 실제 사안에서 B는 위 유언대로 유증 등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마냥 쉽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등기 과정에서 등기관이 과연 '위임함'을 유증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전후 사정을 보아 유증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보통은 재산을 '유증한다', '물려준다', '남긴다', '준다', '증여한다' 등 곧바로 유증의 의사가 있다고 이해할 수 있는 유언을 남기시는데, 종종 위와 같은 사례처럼 '맡긴다', '위임한다'라는 내용의 유언을 쓰시고 돌아가신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경우 상속분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안은 '위임함'이 유증의 의사표시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는 중요한 선례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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