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시작하고 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질문은 간단하지만 이에 답을 하려면 구구절절이 많은 얘기가 필요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소장 제출에서 첫 재판일(변론기일) 출석까지 재판실무에 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소장을 작성한 후에 법원 민원실에 가서 접수를 해도 되고, 대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한 다음 소장을 제출해도 됩니다.
법원은 그럼 내 사건에 사건번호를 부여합니다. 이 사건번호는 소송 끝날 때까지 계속 등장하니 휴대전화 메모장 같은 곳에 꼭 기록해두세요.
이 사건번호만 봐도 이 사건이 어떤 카테고리에 속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1,000만 원을 갚지 않아서 소장을 썼고 이것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한다면 아마 내 사건 번호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소5939459' 이런 식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5939459'는 임의로 만든 숫자이고, '2023'은 소장이 법원에 제출된 해, '가소'는 민사 소액 1심 재판을 의미합니다.
민사소송에서 1심은 사건 부호에 '가'가 붙은데, 소액 사건은 '가소', 단독사건은 '가단', 합의부 사건은 '가합' 이렇게 되죠.
어떤 사건이 소액 사건이고, 단독사건이고 합의부 사건이 되는지는 따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사 2심은 '나', 3심은 '다'를 씁니다.
그래서 2심 사건번호는 2023나213436, 3심 사건번호는 2023다267723 이런 식이 됩니다.
참고로 형사사건에서는 1심 '고', 2심 '노', 3심 '도'라는 분류기호가 들어가고, 행정사건에서는 1심 '구', 2심 '누', 3심 '두' 이렇게 분류기호가 붙습니다.
법원은 사건번호를 부여한 다음, 이 사건을 담당할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합니다.
그리고 담당 재판부는 내가 제출한 소장을 보고 꼭 필요한 부분이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심사합니다.
만약 피고 인적 사항이 완전하지 않다거나, 피고 주소지 기재가 정확하지 않다거나, 청구취지가 이상하다거나 또는 소장에서 주장한 내용만으로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유가 있을 때에 재판부는 '보정명령'이라는 명령서를 원고에게 보내 줍니다.
일정한 기간 동안 법원이 요구하는 내용을 보충하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보정명령은 피고의 주민등록표 초본을 발급받아오라는 내용일 것입니다.
내가 제출한 소장에 형식적으로 문제가 없고, 법원의 보정명령을 받아 피고의 주민등록표 초본을 제출하면, 법원은 피고의 주소지로 소장과 증거 복사본을 보냅니다. 등기우편으로 말이죠.
법원이 보낸 서류를 받으면 법률적으로 이를 '송달받았다'라고 표현합니다.
피고가 법원에서 보낸 서류를 받았다면, 재판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피고가 답변서 제출 기한이 지나기 전까지 답변서를 제출을 할지 지금은 당장 알 수는 없지만, 피고 측의 대응을 일단 지켜보면 됩니다.
만약 피고가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무변론 원고 승소'판결을 할 수도 있습니다(반드시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는 의미라는 점 주의하세요). 이는 더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원고가 원하는 대로 승소 판결을 한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피고의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주민등록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거나, 아니면 일부러 법원에서 오는 서류를 받지 않는 경우 등에는 '공시송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시송달이란 쉽게 말해, OOO에게 소장을 보냈고, 2023. OO. OO. 0시에 이 사람에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법원 게시판에 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공시송달 처리가 되면, 피고가 직접 소송서류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소송절차는 흘러갑니다.
법원이 소장을 제출한 후 1-2달 정도 지나서 직접 재판 일자를 지정할 수도 있고, 피고가 소장을 받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대응을 안 하면, 법원에 '변론기일 지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재판일을 지정해달라는 신청입니다(물론 소송의 피고도 재판일을 지정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소송에서 재판일 즉, 변론기일이 몇 번이나 있을지는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간단한 사건이라면 단 한 번만 할 수도 있고, 4-5년 동안 20번, 그 이상도 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이 변론기일을 지정했으면, 재판일을 문서로 통보합니다(전자소송 가입자에게는 별도 문자 메시지 통보도 해줍니다). 그럼 원고는 나는 꼭 출석을 해야겠죠.
그런데 만약 법원이 지정한 날짜에 도저히 참석을 할 수 없다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서 대리인이 출석하게 하거나, 미리 법원에 변론기일을 변경해달라는 신청을 해야 합니다.
자, 이제 첫 재판일(변론기일)입니다.
내 사건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소5939459' 대여금 사건의 첫 변론기일이 2023. 3. 1. 15:30에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럼 재판 시작하기 전에 법정 앞에 있으면 되고, 보통 같은 시간대에 여러 사건이 있을 것입니다. 법정 전광판에 오늘 담당 재판부가 처리하는 사건이 시간 순서대로 나타나 있고, 내 사건 번호가 전광판에 나와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세요.
재판 시작 전에 미리 법정에 들어가 있어도 됩니다. 그럼 앞 사건의 방청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판사님이 사건번호와 당사자 이름을 호명합니다. '자 다음 15:30 사건 2023가소5939459 원고 OOO, 피고 OOO'. 그럼 방청석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와 원고석 앞에 앉으면 됩니다.
실제 법정에 들어가면 '원고', '피고' 팻말이 있으니까 그 자리에 앉으면 되고 법정 경위에게 신분증을 보여줘야 하니 신분증을 미리 꺼내 놓으세요.
판사님은 당사자들 출석을 확인한 후에 재판을 시작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숨 가쁘게 또는 치열한 법정 공방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판사님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원고 2023. 1. 5.자 소장 진술하고, 갑 제1호증부터 제3호증까지 제출, 피고 2023. 2. 14.자 답변서 진술하고, 을 제1호증 제출'
판사님이 위와 같이 말할 때 그냥 가만히 있거나 '네' 이렇게 간단히 말해도 됩니다.
이제부터는 사건의 담당 판사 스타일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이후 벌어질 일은 다음 포스트에서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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