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나 실수로 남의 물건을 파손한 경우에는 당연히 배상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내가 예상을 했던 것보다 수리비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라리 동일한 중고품을 새로 사주는 편이 더 싼 경우도 있지요(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새 제품을 사주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교통사고에서 이런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는데요, 흔히 보험회사에서 전손처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량의 시세보다 수리비가 더 드니까 동일 모델, 동일 연식의 비슷한 주행거리인 차량의 중고시세만큼만 배상을 해주겠다고 하는 것이지요.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시세에 따라 배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해당 물건이 단종되어 새 제품도 나오지 않고, 중고시장에서도 물건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상대방이 끝까지 수리를 요구한다면 같은 제품의 중고 시세를 넘어서는 수리비를 모두 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걸까요?
원칙적으로 물건을 파손했을 때 배상의 한도는 그 물건의 가치를 넘지 못합니다. 당X 마켓에서 50만원에 살 수 있는 물건을 파손했는데 새 제품의 가격인 100만원을 요구하거나 70만원을 들여서 수리를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피해자 입장에서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반대로 가해자 입장에서도 실수로 물건을 파손한 것이고,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로 가해자가 될 수 있는데 자신의 실수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 법의 입장입니다.
물론 고의로 파손한 경우에도 똑같이 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고의로 타인의 물건을 파손하는 경우에는 배상 책임을 지는 외에도 재물손괴죄 등으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됩니다.
어찌 됐던 피해자에게도 자신의 손해를 넘어서는 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손해배상과 관련된 민법의 태도입니다(다만, 특정한 손해와 관련하여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일부 도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중고 시세까지만 배상을 해주어도 된다고 하면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한 특별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물품의 가격은 50만원이고 수리비는 70만원인데 그 물건이 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이라서 피해자 입장에서는 금전적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요. 물론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큰돈을 배상받아도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요.
이러한 점 때문에 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그 물건의 객관적인 가액을 배상의 한도로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그 한도를 넘어서는 배상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물건을 파손한 사람)이 그 물건이 피해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경우입니다.
우리 민법 제393조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763조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이를 준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물건이 피해자에게 어떤 가치를 가지는 물건인지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다면 수리비가 중고시세를 넘더라도 이를 배상해 줘야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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