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가끔씩 계약서가 없는데도 계약이 유효하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말로는 분명히 약속을 했는데 그 내용을 따로 문서로 작성해 두지는 않았다는 것이지요.
가까운 사이라서, 혹은 늘 거래를 하던 사이라서, 아니면 상대방이 믿을만하게 보여서 굳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굳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합의된 모든 사항을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 포털 사이트에서 본 글에서도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아 낭패를 본 사례가 있었습니다.
https://content.v.daum.net/v/kg1uty8WL2
위 글의 대강의 내용은, 임차인 A씨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연장을 보장받고 2,000만원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한 후 입주를 하였는데, 막상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임대인이 자신이 직접 거주할 예정이라면서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계약과정에서 A씨는 계약서에 계약 연장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넣고자 하였는데 임대인이 자신이 확실히 약속하였는데 그런 것이 왜 필요하냐고 하여 결국 계약 연장에 대한 내용은 구두로만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그럼 구두계약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구두계약도 서면(문서)에 의한 계약과 동일한 효력이 있습니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의 의사표시만 일치하면 됩니다. 실제로 우리 생활 속에서는 구두로 이루어지는 계약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B가 중국집을 운영하는 C에게 전화를 하여 자장면을 배달시키는 경우 자장면을 사겠다는 B의 의사표시와 팔겠다는 C의 의사 의사표시의 일치, 즉 합의가 존재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C가 자장면을 B의 집에 가지고 갔는데 B가 자장면을 받기를 거부하면서 자장면 값을 내지 않겠다고 하면 B는 계약을 위반한 것이 되어 C에게 손해배상책임 등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구두계약도 계약으로서 동일한 효력이 있는데 굳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예외적으로 서면으로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효력이 인정되지 않거나 불완전한 효력만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여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다른 일방에게 무상으로 재산을 주는 계약입니다. 증여자(재산을 주는 쪽)의 재산을 주겠다는 의사와 수증자(재산을 받는 쪽)의 재산을 받겠다는 의사의 일치로 증여계약이 성립합니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이러한 증여계약에서 증여의 의사표시가 서면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당사자들은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단 이미 준 것에 대해서는 영향이 없으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이 서면으로 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증명의 문제입니다.
후에 계약에 대해서 분쟁이 생겼을 경우에는 결국 증거를 통해서 계약 내용을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증인이나 계약 내용에 대해 언급한 문자메시지 등 간접증거에 의해서도 증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가 합의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계약서가 가장 강력한 증명력을 가지기 때문에, 후에 상대방이 계약내용을 부인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계약서를 자세하고 명확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계약서에 인감도장을 날인하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거나,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는 것 등도 이와 같이 '증명'을 위한 것이지 그러한 것이 없다고 해서 계약의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테리어 비용을 날릴 위기에 처해있는 A씨가 임대인과 구두로 약속한 것도 당연히 효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A씨는 법원이 그러한 약속이 있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증명해야하는 책임을 부담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피하고자 계약의 중요한 내용과 분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서로 작성하여 두는 것입니다.
참고로 A씨가 계약연장을 주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인테리어 비용의 일부를 보전 받을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서 집의 가치가 증가했다면 임대인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단 임대차계약서에는 계약기간 만료 시 원상회복 의무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에는 인테리어 비용을 청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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