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요약 -
업무상배임죄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음.
2심을 급히 내게 맡기길래 접견 가서 구구절절 사정을 듣고 기록을 분석해서 일을 진행함.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남.
내가 맡은 사건 중에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되어 1심 판결에서 징역 2년을 맞고 뒤늦게 일을 의뢰한 의뢰인이 있었다.
사건의 간략한 개요는 이렇다. A(의뢰인)는 각종 금속가공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구매 업무를 담당하는 분이다. 그런데 이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통업체의 사장(B)이 A에게 새로운 중간유통회사를 하나 만들어서 이 중간유통회사를 통해 A의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겠다고 하였다.
마침 A의 회사는 기존 중간유통업체의 서비스에 불만이 있었던 참이었다. A는 다른 중간유통업체를 쓰는 것이 A의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B에게 그렇게 일을 진행해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A는 B의 사기 범행에 말려든 것이었다. B는 새로운 중간유통업체를 통해서 의뢰인의 회사에 부품을 납입하면서 가격을 뻥튀기하는 방법으로 약 9억 원의 이득을 취하였다. 일종의 리베이트 사기 수법이다. B는 A에게 도와줘서 고맙다며 꾸준히 현금을 사례금으로 지급하였다.
결국, 의뢰인 회사는 A를 업무상배임죄, B를 사기죄로 고소하였다. A는 변호인을 선임하여 무죄를 주장하였으나 결국 1심은 A에게 징역 2년, B에게 징역 2년 6월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A가 받은 1심 판결
A는 구치소에서 들어간 뒤에서야 2심(항소심, 고등법원)을 나에게 의뢰하였다. 구치소에 접견을 갔더니 A가 하는 말의 요지는 대충 이랬다. “B가 사기를 친 줄 전혀 몰랐다”, “나(A)는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납입품의 가격도 협상했다”, “B가 매달 200만 원을 현금으로 나(A)에게 주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업계의 관행이었다”
A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범죄라는 것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의도해서 저질러야만 범죄가 되는 것이 아니다. ‘미필적 고의’라는 것이 있다. 단순히 설명하자면, 반드시 의도해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더라도, 마음속으로 범죄를 조금이나마 인식할 수 있었다면 범죄의 고의가 있다는 것이다.
200만 원이라는 현금이 절대로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이 금액을 1~2년씩 매달 받으면 수천만 원의 금액이 된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B가 주는 이 돈이 뒤가 구린 돈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1심은 A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하여 징역형을 때린 것이다.
나는 A에게 “이 사건은 유죄가 맞다. 원한다면 항소심에서 계속 무죄를 주장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판결을 항소심에서 뒤집는 것이 드라마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틀어서 항소심을 진행해서 감형을 목표로 하자. 집행유예도 받아낼 수 있다”며 설득하였다.
몇 번의 접견 끝에 A는 내 제안에 동의하였고 꾸준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항소심 판사님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만한 감형 사유를 찾아보았다. 의뢰인들은 어떤 자료가 감형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 의뢰인에게 대뜸 양형 자료를 준비하라고 하지 않고 먼저 구구절절 대화를 나누면서 그 대화 속에서 감형 사유를 찾아낸다. 특히 A처럼 생활이 어려워서 피해금액을 따로 변제할 수도 없는 분이면 더욱 이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찾아낸 감형 사유를 준비함과 동시에 1심 기록을 보면서 항소심 판사님께 감형을 위해 무엇을 주장할 수 있는지 계속 궁리하였다. 사건은 항상 몇 가지 핵심 포인트가 기록 속에 존재한다. 이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사기, 횡령, 배임 같은 골치 아픈 경제범죄는 더 그렇다.
나는 기록 속에서 찾아낸 포인트와 A와의 대화 속에서 찾아낸 감형 사유를 서면에 녹여서 작성하였다. 법정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사건은 법정의 치열한 말싸움이 핵심인 줄 알고 있지만, 실제 재판은 첫째도 서면, 둘째도 서면이다. 모든 재판은 서면을 기초로 이루어지기에 서면이 무용지물이면 뭘 해도 소용이 없다.
난 작성한 서면을 A에게 보여주며 판사님을 흔들 수 있는 재판 작전을 설명하였다. 결국, 재판에서 A는 내 작전대로 잘 따라주었고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대역전승을 할 수 있었다.

A가 받은 2심 판결
비록 본의 아니게 범죄를 저지르긴 했으나 평소 선량한 사람이었던 A는 힘든 구치소 생활 속에서 병까지 얻었으나 지금은 집에서 아내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A는 나에게 높은 승소율 비결이 뭐냐고 물었지만, 진짜 별 거 없다. 선배님들에게 배운 노하우를 기초로 열심히 하는 거다. 이 사건에서 하나 아쉬운 점은 A가 1심부터 진작 나에게 맡겨주었다면 애당초 징역 2년을 때려 맞을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변호사 선임비를 1심과 2심 두 번이나 낼 필요도 없었고 힘든 구치소 생활을 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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