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회사 대표이사에게 전달한 ‘사임제안서’가 협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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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회사 대표이사에게 전달한 ‘사임제안서’가 협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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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회사 대표이사에게 전달한 ‘사임제안서’가 협박인가 

백종빈 변호사

 

1. 들어가며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받습니다(형법 제283조 제1). 이 때 협박이란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사의 직원 대표들이 경영상태가 악화된 회사의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에게 사임제안서를 전달한 경우 이를 협박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로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는바(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29187 판결),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판단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초사실

 

(1) 피고인들을 회사의 직원 대표이고, 피해자는 회사의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입니다. 회사는 최근 직원들의 임금이 체불되고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회사의 경영상황이 우려되고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인 피해자의 경영능력이 의심받던 상황이었습니다.

 

(2) 피고인들은 2015. 11. 23. 동료 직원들과 함께 피해자를 만나 사임제안서를 전달하였습니다. 다만 피고인은 사임제안서를 전달하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약 5분 동안 이를 읽은 후 바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3) ‘사임제안서는 경영위기 상황에서도 이 사건 회사의 갱생을 바라면서 잔류하기로 한 직원 전원의 동의 아래 이 사건 회사의 주요 투자자인 2개 기관과 협의ㆍ공유한 결과를 최종적으로 정리한 내용이었습니다.

 

사임제안서의 핵심은 피해자가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이 사건 회사의 주식 중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포기하는 대신, 피해자가 이 사건 회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체불 임금ㆍ퇴직금 등에 관한 법적 책임을 전부 면제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피해자가 사임제안서를 거부하는 경우, 임금이 체불된 직원들이 관련 기관에 해당 사항을 신고할 것이고, 이러한 사정을 이 사건 회사의 주요 투자자인 위 2개 기관에 고지할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2개 기관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채권회수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게 되어 장기간 법적분쟁을 겪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 사건 회사도 실패한 기업으로 분류되어 청산될 수 있다는 취지도 함께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4) 피해자는 피고인들을 상대로 해악의 고지를 하였다는 이유로 협박죄로 고소하였습니다.

 

3. 원심의 판단 박죄 성립

 

1심 및 원심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협박죄 성립을 긍정하였습니다.

 

피고인들이 정당한 절차와 방법을 통해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에게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사임제안서를 건네줌으로써 피해자 C의 사임 등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직원들의 미지급한 임금에 대해 노동청에 신고한 후 그 신고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려 피해자가 운영하는 회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고지한 것은 그 구체적인 내용, 해악을 고지하게 된 경위와 동기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투자자인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투자심사와 사후관리를 담당하였던 직원 F은 원심 법정에서, ‘2015. 11.경 이 사건 회사 직원들이 기술신용보증기금에 찾아와 회사가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고, 상당히 많은 직원들이 이탈, 사표를 냈으며, 대표이사에게 횡령이나 배임 의혹이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고, 기술신용보증기금 측에서는 그 증명을 요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따르면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서류를 전달하기 이전부터 직접 투자자들을 찾아가 회사의 상황을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투자자인 기술신용보증기금 측을 만나고, 피고인 B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의 투자유치를 중개한 G, 다른 투자자인 H의 대표인 I과 변호사인 J를 만나 피해자의 경영능력과 사임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로 하여금 고지자인 피고인들이 제3자인 투자자들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 묵시적 언동이 있었던 경우라 볼 수 있고, 이는 곧 고지자인 피고인들이 직접 해악을 고지한 것과 마찬가지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고 피해자를 노동청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자의 경영능력에 불만이 생겼다면 이직을 하거나 주주들로 하여금 상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수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이 사건 서류를 전달하며 다음 날까지 경영권, 지적재산권 등을 일체 포기하고 퇴진할 것을 요구하고, 퇴진하지 않으면 노동청에 고발한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려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게 하고, 결국 회사는 강제청산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고지하였다. 이는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상당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부담하여야 할 책임을 면제해 주겠다는 호의적인 조건으로 합의를 제안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서류의 내용은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이 사건 회사 주식의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이전하라는 등 대부분 피해자에게 불리한 내용이었으며, 만약 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와 소송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음을 고지한 것 역시 피해자에게 호의적인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

 

4. 대법원 판단 – 파기 환송

 

그러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들의 사임제안서전달 행위를 협박죄에서의 협박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협박에 해당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이거나 이 사건 회사의 경영 정상화라는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에 해당하여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면서, 원심법원의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

 

대표이사인 피해자의 경영실패에 따라 임금 체불, 사무실 임대료 체납 등으로 이 사건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피고인들을 포함하여 이 사건 회사에 최종적으로 잔류한 직원들과 투자금 상실의 위기에 놓인 주요 투자자들이 상호 공동의 이해관계 아래 그러한 사정을 공유한 후 사임제안서를 마련한 것은 이 사건 회사의 주요한 이해관계자로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자발적ㆍ집단적으로 마련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여지가 많으므로, 이를 법령에 위반된다거나 부당한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인 피고인들은 사임제안서를 통하여 피해자에 대하여 임금지급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면제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함으로써, 이 사건 회사가 정상화되지 않는 경우에 임금채권의 회수가능성에 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사실상 이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ㆍ희생까지 감수하면서도 이 사건 회사의 갱생을 위한 방안을 마련ㆍ제시한 것이므로, 오직 피해자의 희생만을 요구하거나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만을 강제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정당한 권리의 실현ㆍ확보가 아닌 다른 사적 목적이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사임제안서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하여 예정된 체불 임금의 신고는 해당 근로자로서 법률상 정당한 권리행사에 해당하고(), 이러한 사정을 주요 투자자인 2개 기관에 고지하는 것은 공동의 이해관계자로서 사임제안서의 마련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였거나 협의를 하였던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피해자의 수용 여부 등 협의의 진행 경과를 알려주는 당연히 예정된 절차에 불과하며(), 나머지 사항은 협상결렬에 따라 향후 발생할 것으로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부정적 상황이나 결과에 대한 주관적인 예상ㆍ전망 또는 단순한 경고에 불과할 뿐 제3자로 하여금 해악을 가하도록 한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 ).

 

대표이사 겸 최대주주로서 이 사건 회사의 정상화를 위한 주도권을 보유한 피해자는 사임제안서의 수용이나 거부는 물론 수정 제안 등 추가적인 협의를 시도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이나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위와 같이 지속적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직원들과 주요 투자자들이 합심하여 스스로의 민사상 권리를 보호하는 입장에서 자신을 압박하는 취지의 제안ㆍ조치를 취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사임제안서의 전달 행위가 당시 상황에 비추어 피해자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피고인들 및 주요 투자자들의 권리 실현ㆍ행사의 내용으로 피해자가 통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도 어렵다.

 

5. 마치며

 

대법원은 종래부터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상대방에게 일정한 해악을 고지하는 경우, 그 해악의 고지가 정당한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고, 다만 외관상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권리나 직무권한의 남용이 되어 사회상규에 반하는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해오고 있었습니다(2007606 등 참조).

 

원심법원과 대법원은 모두 해당 사안에 대하여 위와 같은 판단 기준으로 적용하여 피고인들의 협박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및 사회경제적 위상의 차이를 비롯하여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당사자의 권리 실현ㆍ행사의 내용 등 판단기준을 바탕으로 사안에 어떻게 포섭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기업 경영과 관련하여 분쟁을 겪고 있다면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변호사와 상담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안을 세심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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