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죄 성립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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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죄 성립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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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죄 성립 여부 

백종빈 변호사

1. 들어가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 6조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한 강간 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1년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도가니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조항입니다. 다만 그 형이 매우 무거운 관계로 법원은 그 적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013672 판결)를 통하여 해당 규정의 판단 기준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관련규정

 

성폭법 제6조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간의 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1),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유사성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2) 신체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3). 또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래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주로 다툼이 되는 것은 제4항이고, 당해 대법원 판결의 사안도 제4항과 관련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안과 원심 및 대법원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3. 사건의 경위

 

. 실관계

 

(1) 피해자(46)는 만 30세이던 2003. 1. 8. 의사의 소견에 의하여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고, 같은 날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지적장애인으로 등록되었습니다. 피해자는 12년 후인 2015. 7. 9. K-WAIS(웩슬러 지능검사) 결과 지능지수가 57이고, 사회지수가 14라는 전문의 소견을 받고, 2015. 8. 7. 지적장애 3, 종합장애 3급으로 장애등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2) 피해자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후 추가교육 또는 사회생활의 경험을 갖지 못하였으며, 결혼을 하여 딸을 출산하였으나 곧 이혼한 후 딸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채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인 남동생과 함께 살면서 직업 없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유지하였습니다.

 

(3)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세 번째 성행위를 당한 직후 인근 식당 주인을 찾아가 울면서 또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냐라고 말하였고, 위 식당 주인의 신고로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서 피고인의 집에 가기 싫지만, 안 간다고 하면 꾸지람을 들을까봐 무서워서 갔다라는 취지로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그 직후 그 전의 세 번과 동일한 내용으로 집으로 오라고 하는 피고인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고 피고인의 집으로 가 피고인으로부터 같은 방법으로 간음을 당하였습니다.

 

(4)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더럽고 비위가 상했지만, 혼날까봐 무서워서 해줬다. 피고인의 행위로 너무 아팠다. 기분이 안 좋았고, 하소연할 데도 없고 죽겠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5) 이와 같이 피해자는 지인에게 울면서 이야기할 정도로 피고인과의 성행위를 원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의 5차례에 걸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인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을까봐 무섭다라는 이유로 피고인의 성행위 요구에 아무런 반항을 하지 못한 채 응하였고, 심지어 경찰에 신고를 한 이후에도 피고인의 동일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였습니다.

 

. 원심의 판단 – 부산고등법원(창원)

 

원심은 성폭법 제6조 제4항의 규율 대상인 정신적인 장애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뿐만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의미한다고 전제한 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 성폭법위반(장애인준강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4. 대법원 판단

 

.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의 판단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였지만, 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결과적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적극)

 

(1) 관련 법리

 

성폭법 개정의 경과와 그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현행 성폭법 제6조 제4항에서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신체적인 기능이나 구조 등 또는 정신적인 기능이나 손상 등의 문제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화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를 의미하고(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64404, 2016전도 49 판결,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9051 판결 등 참조),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의 상태에 있는 경우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가 정신적 장애인이라는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므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 이외에 정신적 장애로 인한 사회적 지능·성숙의 정도, 이로 인한 대인관계에서 특성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 피해자가 범행 당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표현·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6907 판결 참조).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을 상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거나 행사하기 곤란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장애 정도와 함께 다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피해자의 장애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 여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장애와 관련된 피해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그 모습과 그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판단하여 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

 

(2)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위 관련 법리에 기초하여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해자는 성폭법 제6조 제4항에서 말하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이 사건 당시 정식적인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원하지 않는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표현·행사하지 못하는 상태, 즉 반항이 불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용하여간음하였는지 여부 (소극)

 

(1) 관련 법리

 

성폭법 제6조 제4항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이용하여간음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서 이용하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편승하여 간음행위를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2) 이 사건의 경우

 

다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1년 전 무렵부터 공원 등에서 피해자를 만나면 피해자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용돈을 주거나 먹을 것을 사주는 등 알고 지냈고, 이 사건 당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자신의 집을 청소해 달라며 집으로 데려가 청소를 시키고 간음을 한 후 피해자에게 먹을 것이나 1~3만 원의 돈을 준 사실 및 피고인의 나이(78), 피해자와의 관계, 피고인이 용돈을 주는 등 호의적인 행위를 한 성관계를 요구를 하는데 대하여 피해자가 거절을 하지 못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었음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있고, 이 점에 대한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마치며

 

성폭법 제6조 제4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의 정도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만약 성폭법 관련 사안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다면 초기단계부터 전문적인 경험을 가진 변호사와 상담을 통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하시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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