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등 각종 피싱사기 피해자가 피해를 구제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해당 범죄의 실질적인 주범 일당과 같이 실제로 경제적 이득을 본 사람들의 검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대체로 피싱사기 주범보다는 그에 가담한 각종 공범들(예를 들어, 현금수거책)이나 그 외 계좌 제공자들 같은 관련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법원은 피싱사기의 공범이 맞다면 손해배상청구를 대체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범이기는 해도 범죄 가담의 정도가 미약하거나, 관련자이기는 하나 어떤 측면에서는 피싱사기범들에게 이용당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피싱사기 피해자들로부터 손해배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당하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아래에서는 피싱사기 등에 사용된 통장, 계좌 등을 제공한 계좌명의인이, 피싱사기에 적극 가담했다거나 이익을 본 사정이 없는데 피해자들로부터 부당이득반환, 손해배상청구를 당한 경우, 대응 방법에 대해 설명하려 합니다.
피싱사기 피해자들의 민사청구 - 부당이득반환청구,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
피싱사기와 같은 전자금융범죄 피해자는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청구(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범죄에 이용된 계좌 명의인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함으로써 피해를 구제받으려 합니다.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피싱사기 같은 전자금융범죄는 대부분 '대포통장'을 통해 피해자의 돈을 이체받는 등 방식으로 범행이 이루어지는데, 통장, 현금카드 등 전자매체를 양도하거나 대여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가 금지하는 행위이고, 양도 당시 피싱사기 같은 범죄에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바, 계좌 명의인에게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하여 전자금융범죄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도운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입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1. 3. 28. 선고 2010가단50237 판결 등 참조).
부당이득반환청구의 경우는, 통상의 자금이체에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계좌이체에 따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하므로, 지급인과 수취인 사이에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이체에 의하여 수취인이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되지만, 수취은행은 이익을 얻은 것이 없으므로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근거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등 참조).
2. 부당이득반환청구,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대응
그런데 계좌 명의인들 중 일부는 여러 정황상 실제로 자신이 제공한 통장이나 계좌, 카드 등이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범행에 이용된다고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계좌 명의인이 대출을 알아보다가 피싱사기범들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그들로부터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신용평가를 위해 계좌정보가 필요하다"라거나 마치 정상적인 금융상품인 것처럼 그럴듯한 광고를 통해 당연한 금융상품 이용절차인 것처럼 속아서 자신의 계좌정보, 카드 등을 제공하였다가 사기범행에 자신의 계좌가 이용당하고, 아무런 금전적 대가를 취득하지도 않아서 실질적 이득이 취하지 않은 경우가 그러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서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취인의 금융계좌로 자금이 이체된 경우에도 수취인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되지 않으면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0다37325, 37332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 등 참조)"라거나,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갖지 못한 경우에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므로, 이득자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된 바 없다면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다213838 판결 참조). 원고가 피고들의 계좌에 청구취지 기재 각 금원을 송금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에 비추어 갑 1호증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를 기망한 보이스피싱 범행조직과 공모하였다거나 청구취지 기재 각 금원이 피고들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여기에 오히려 피고 제출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정들, 즉 피고들 또한 보이스피싱 범행조직에 기망당하여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원고의 금원을 보이스피싱 범행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한 점, 피고들도 보이스피싱 범행에 기망당하여 금원을 송금하거나 자신들의 계좌를 범행에 도용당한 직후, 뒤늦게 보이스피싱 범행수법 중 일부임을 알아차리고 경찰에 신고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거나, "설령 원고가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돈을 입금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가 자신도 취업사기를 당하여 계좌를 이용당했을 뿐 위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이 법원의 C은행에 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회신에 의하면 위 돈이 입금 즉시 제3자에게 모두 인출된 사실이 인정된다. 여기에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의 원인이 없는 경우에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인 점을 더하여 보면, 실질적인 이득을 취한 바 없는 피고가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가 실질적인 이득을 취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라는 등의 판시를 통해, 피싱사기범에게 계좌를 제공한 계좌명의인이 실질적 이득을 얻은 바 없다면 부당이득한 것 없으므로 부당이득반환할 것이 없다는 판시를 하고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계좌 명의인이 피싱사기의 공범이 아니고 단순히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처벌받거나 아니면 아예 처벌받지 않은 사안에서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해당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 가능성과 아울러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등 참조)"는 전제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는 현금카드 등의 전자식 카드나 비밀번호 등과 같은 전자금융거래에서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는 예금주의 명의와 다른 사람이 전자금융거래를 함으로 인하여 투명하지 못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는 목적이나 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의 내용이 다양하므로, 접근매체의 양도 자체로 인하여 피해자가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해당 금융거래에 관한 원인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접근매체를 통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루어진 경우에 그 전자금융거래에 의한 법률효과를 접근매체의 명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넘어 그 전자금융거래를 매개로 이루어진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접근매체를 양도한 명의자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기초하여 접근매체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 불법행위에 접근매체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어 접근매체의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은 예견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게 된 목적 및 경위, 그 양도 목적의 실현 가능성, 양도의 대가나 이익의 존부, 양수인의 신원, 접근매체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내용 및 그 불법행위에 대한 접근매체의 기여도, 접근매체 이용 상황에 대한 양도인의 확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참조)"는 법리를 선언하면서,
"피고들도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신뢰할 만한 금융회사 직원임을 사칭하는 성명불상자의 기망행위에 속아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피고 명의의 예금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하게 되었고,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은 그 직후 발생한 점, 신생대출업체 등이 전화를 통한 손쉬운 대출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광고를 주기적으로 해왔고, 실제 그와 같은 대출이 실행되기도 하는 점, 피고들이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한 예금 통장과 현금카드의 수가 각 1개에 불과하고, 피고들이 위와 같은 교부행위로 인하여 어떠한 금전적 대가를 취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는 점, 피고들 명의의 계좌는 이미 원고가 설명불상자에게 기망당한 후 재산을 처분하는 데 이용된 것에 불과한 점, 그 밖에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기 힘든 저신용등급자들은 위와 같은 대출제안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련의 경제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할 사실만으로는 피고들이 성명불상자에게 피고들 명의의 예금통장과 현금카드를 교부할 당시 그 통장 등이 실제로는 자신들의 대출에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주의의무 위반과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위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5. 4. 28. 선고 2014가단4972 판결).
또한 그 외에도 "피고들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범인에게 예금통장을 양도하거나 금융계좌를 이용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기도 하였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5. 12. 선고 2019가단5046554 판결 등 참조),
설령 계좌 명의인에게 자신이 계좌를 제공할 당시 범행에 이용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들은 성명불상자에게 자신들 명의로 개설된 통장을 양도할 당시 그 통장이 원고와 같은 불특정 다수인들을 기망한 다음 그들로부터 입금을 하게 하여 그 돈을 편취하는 이른바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비록 피고들이 ‘보이스피싱’의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피고들은 통장을 양도함으로써 위와 같은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도운 것이므로, 피고들은 민법 제760조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다만 원고로서도 ‘보이스피싱’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경솔하게 돈을 입금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원고의 과실이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보이므로, 이를 참작하여 이 사건 손해에 관한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한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1. 3. 28. 선고 2010가단50237 판결 참조)"거나, "甲이 기존에 전혀 거래관계가 없던 성명불상자에게서 전화로 거액의 거래를 제안받은 후 乙 명의 은행계좌에 송금하였는데, 필리핀 여행가이드업자 乙은 여행객 丙에게서 이른바 환치기의 방법으로 원화를 필리핀 화폐로 바꿔달라는 부탁을 받고 국내에 있는 乙의 예금계좌를 알려준 다음 위와 같이 계좌에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丙에게 환전해 주었는데, 甲이 보이스피싱 사기에 의한 송금이었음을 이유로 乙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乙이 성명불상자의 보이스피싱 범죄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위와 같은 환전행위가 외국환거래법상 금지되고, 乙이 신원을 잘 알지 못하는 자에게서 환전요청을 받아 환치기의 방법으로 환전해 주는것이 국내의 범죄행위에 악용될 수도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적어도 과실로 성명불상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이므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甲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다만 전화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甲이 별다른 신원확인절차 없이 고액을 송금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乙의 책임을 전체 손해의 30%로 제한함)(전주지방법원 2012. 5. 23. 선고 2011나9711 판결 참조)"고 판시하면서, 피해자 측 과실을 인정하여 과실상계를 통해 손해배상액을 일정 부분 감액하고 있습니다.
즉 계좌 명의인이 사기범죄에 적극 가담하고,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면, 위와 같이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서는 "실질적 이득이 없다"는 주장을 통해,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범행에 사용될 것을 예견할 수 없었고, 계좌 제공과 범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고", "설령 불법행위가 인정되더라도 과실상계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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