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해고의 판단기준을 확인한 대법원 판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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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적 해고의 판단기준을 확인한 대법원 판결 소개 

김상훈 변호사

근로관계 종료는 법적으로는 크게 대체로 5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인 '해고', 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인 '사직',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합의해지), 취업규칙 등에 의한 당연퇴직, 근로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가 그러합니다. 권고사직도 생각할 수 있으나 실업급여 등 수령을 위해 특별한 경우 해고와 유사하게 취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이는 법적으로는 원칙적으로 '사직'에 해당하지, 해고는 아닙니다.

노동 사건을 수행하다보면 종종 해고인지 사직인지(또는 합의해지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케이스를 접하게 됩니다. 해고라면 그 해고가 실체적, 절차적으로 부당한 경우 노동위원회나 법원을 통해 부당해고 또는 해고무효 판단을 받아서 복직하는 등의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해고가 아닌 사직이라면, 사직의 의사표시가 무효이거나 사직의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으로 구제받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사했지만 사실상 해고당했다고 생각하는 케이스가 많습니다. 근로자는 "내가 이직처를 구해 놓은 것도 아닌데 정말 원해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아니다. 회사가 강요하고 괴롭혀서 어쩔 수 없이 제출한 것일 뿐이다. 해고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주장하고, 실제로도 근로자가 진심으로 사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회사의 강요에 의한 것이거나, 사직의사 없는 근로자들에게 회사 방침에 따라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받는 등으로 회사와 근로자 모두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근로자의 '진의'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사직서의 효력을 부인하기 때문에, <사직서가 제출된 사정이 있다면> 그 사직서의 효력을 무효화하는 것은 실무상 쉬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조언을 할 경우 "절대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마라", "문자나 카톡, 전화통화, 대화 중에 일 안하겠다, 퇴사하겠다, 사직하겠다 같이 본인 의사로 나간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하지 마라"는 조언을 하며, 회사에게 조언할 경우에는 그 반대로 "먼저 나가라고 말하지 마라", "반드시 사직서를 받아내라", "사직서 받기 전에 자리를 없애거나 짐을 모두 치워버리는 등 조치를 취하지 마라"는 조언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은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를 인정하기 위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1, 2심이 "해고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사건을 파기하였는바, 이를 소개하려 합니다ㅣ.

<사실관계>

1) 버스회사 운전기사인 근로자는 2020. 1. 30. 15:00 및 2020. 2. 11. 15:30 통근버스를 운행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무단 결행하였다.

2) 버스회사의 관리팀장은 2020. 2. 11. 17:00경 근로자의 무단 결행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원고와 말다툼을 하였는데,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였고, ‘해고하는 것이냐’는 근로자의 물음에도 ‘응’이라고 답하면서 ‘사표 쓰고 가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근로자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3) 버스회사는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다가, 근로자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자, 2020. 5. 18.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근로자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여 근무하고자 한다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하였다.

4) 근로자는 2020. 5. 28. 회사에 ‘2020. 2. 11.자 해고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며, 복직통보가 진정성 있는 내용임을 증명하기 위해 원고의 복직 전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먼저 지급하면 복직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5) 회사는 2020. 6. 1. 근로자에게 ‘해고한 적이 없으니 근로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출근하여 근무할 수 있으므로 속히 출근하여 근무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법원의 판단>

위와 같은 상황에서 버스기사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1, 2심은 모두 '1) 회사의 관리팀장이 원고에게 ‘사표를 쓰라’고 한 것은 원고가 무단 결행 후 자신에게 무례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 화를 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한 표현이고, 이는 사직서의 제출을 종용하는 것일 뿐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며, 이 발언에 대하여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분명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적도 없으므로, 회사의 관리팀장의 위 발언만으로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2) 회사의 관리팀장에게 해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원고에 대한 해고를 승인한 적도 없으며, 회사는 원고에 대하여 서면 해고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복직을 촉구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회사가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버스기사의 주장을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으로서는 회사의 관리팀장이 2020. 2. 11. 10:48 원고에게 버스키를 반납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위, 회사의 관리팀장이 같은 날 17:00경 원고로부터 버스키를 회수하고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라’는 발언을 하는 과정에 회사의 관리상무가 관여한 정도, 회사의 임원진 구성 및 역할에 비추어 회사의 관리상무가 해고에 대해 가지는 권한 및 정도, 회사의 대표이사가 관리팀장에 의하여 주도된 일련의 노무 수령 거부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 혹은 추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심리한 후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함에도, 위 1), 2)와 같은 이유만으로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1) 버스회사 관리팀장은 근로자와 말다툼 하기 전에 '버스키 반납'을 요구하였고 실제로 관리상무와 대동하여 근로자로부터 직접 '버스키를 회수'하였는데, 근로자의 노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평가될 수 있는 점,

2) 위와 같은 상황에서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 것은 우발적 표현이 아니라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 점,

3) 설령 버스회사 관리팀장에게 해고할 권한은 없었더라도, 관리팀장은 관리상무를 대동하여 위와 같은 언행을 하였기 때문에, 적어도 관리상무의 일반적인 지위나 권한에 해고에 관한 조치를 취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은 점,

4) 근로자가 담당하는 통근버스 운행 업무의 특성, 소규모 회사인 버스회사의 임원진 구성과 운전원 수 및 모집 현황 등을 볼 때 근로자의 노무 수령을 확정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회사의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많았던 상황임에도 위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회사 차원의 결단으로 볼 여지가 많은 점,

5) 실제로 그 후 근로자가 3개월이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버스 운행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임에도 근로자에게 아무런 출근 독려도 하지 않다가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 직후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등을 고려하면, 회사의 관리팀장이 2020. 2. 11. 원고에게 노무 수령을 거부하겠다는 언행을 할 당시 이미 회사의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나마 이를 승인하였거나 적어도 추인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

6) 근로자는 자신이 해고를 당한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채, 회사의 관리팀장의 요구에 따라 그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회사의 관리팀장이 한 ‘사표를 쓰라’는 표현이 사직서 제출을 종용한 것에 불과할 뿐 해고의 의미가 아니라거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관계가 존속한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점 등.

즉, 대법원은 묵시적 해고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면밀히 고려하여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특히 이 사건에서는 '회사 측 팀장이나 상무 등 해고 여부 권한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간부가 "사표 쓰라"는 의사표시를 수차례 한 점'에 더해 '"사표 쓰라"는 말을 하기 전 버스기사에게 버스키를 반납하라는 문자를 보낸 점' 및 "실제로 팀장과 상무가 함께 직접 버스키를 버스기사로부터 회수한 점"에 주목하여 회사 측이 근로자에게 "노무 수령 거부의 의사표시"를 표시한 것, 즉 "해고"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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