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은 판사님께서 변론을 분리하였다가 병합하였는데, 이에 관해 간단히 말씀올리고자 합니다.
저는 최근 피고인이 13명인 재판에서 그 중 한 피고인의 변호를 맡고 있습니다.
오늘도 재판을 다녀왔는데, 판사님께서 변론을 분리했다가 병합하신 점에 착안하여, 이에 대해 포스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형사재판의 변론 분리와 병합
가. 형사재판에서의 당사자
민사재판에서 당사자는 원고와 피고인 것에 반하여,
형사재판에서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입니다(이 부분에 대해서 많이들 오해를 하시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수사 및 재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구요).
자력구제를 금한다는 말씀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내가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내 권리를 스스로 구제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같은 피해를 입히거나, 직접 그 피해를 보상받기 위하여 그 사람의 재산을 빼앗는다거나 그 사람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등으로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를 위와 같이 자력구제를 금한다고 표현하는데요,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에서 형벌권을 대신 행사해줍니다(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그렇고, 이는 오래된 사회의 약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고소 등을 통하여 수사를 촉구할 수 있고, 수사결과 재판에 넘겨질 수 있으며, 가해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행위에 걸맞는 책임을 지는 시스템입니다.
나. 피고인의 지위를 박탈한다!? -> 변론을 분리합니다.
문제는, 피고인이 여러명인 경우입니다.
수사를 받는 중에는 혐의를 받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피의자라는 지위에 오르게 되고,
수사 결과 재판에 넘겨지면, 피고인의 지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 피고인이 여러명인 경우가 있어 문제됩니다.
여러 피의자가 동시에 공소제기 되는 경우도 있고, 관련 사건으로 순차적으로 공소제기 되었으나 함께 재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재판이 병합되게 됩니다.
이 경우에, 피고인들 개인의 입장에서는 각자 재판을 받는 입장이어서 독립적이라 할 것이지만, 한 피고인이 다른 피고인의 혐의에 대해 증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재판을 받는 상태에서 한 피고인을 다른 피고인에 대한 증인으로 신문하기 위하여, 잠시 피고인의 지위를 박탈하고, 증인의 지위로 세우는 것입니다.
이를 한 피고인에 대한 변론을 분리한다고 합니다.
변론을 분리하게 되면, 그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해당 피고인은 피고인의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증인에게 인정되는 권리인 증언거부권이라던지, 책임인 선서 후 위증의 위험이라는 것들이 부여되게 되어 매우 유의를 요합니다.
피고인의 지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행위라 하더라도, 증인의 지위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고, 대표적으로 위증죄의 위험이 그렇습니다.
물론, 판사님께서, 이러한 권리, 책임, 위험 등에 대해 잘 설명해 주시지만, 그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또는 무심코 흘려버리게 된다면, 불필요한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다. 피고인의 지위를 다시 인정한다 -> 변론을 병합합니다.
분리한 변론은 병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필요에 따라 분리하였기 때문에, 그 필요가 충족되면 병합되는 것이고, 원래 재판이 병합되었다면 변론은 병합된 것이었기 때문에,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 뿐입니다.
위와 같은 경우 외에도, 여러 피고인들 가운데, 모든 증거에 동의한 피고인들은 다른 피고인들과는 달리 계속 진행되는 재판에서 별달리 할 것이 없으므로, 계속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어쩌면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일 수도 있으므로, 재판부에서 이를 배려하여 변론을 분리하였다가 모든 절차를 종료하고 변론을 병합하거나, 필요에 따라, 분리한 상태에서 분리 선고를 하기도 합니다.
라. 분리와 병합은 판사님의 말 몇마디로!! -
변론을 분리한다고 하여, 대단히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아닙니다.
개념상으로 분리하는 것에 불과한데, 이를테면 변론을 분리하기 전과 후 분리된 피고인이 장소를 옮긴다거나, 다른 시간에 재판에 참석해야 한다던가 하는 등의 물리적인 변화는 없습니다.
그냥, 변론이 분리되었다고 보고, 재판의 효과도 분리 전과 달리 적용되는 것입니다.
2. 형사재판의 변론 분리의 효과
형사재판에서 변론 분리의 효과는 대단합니다.
재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어 빠르게 종결될 수 있습니다.
만약 변론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피고인들을 함께 재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공범관계에 있어 사안을 공통으로 하는 경우라도, 피고인들 개별로 재판을 해야 하고, 공범 중 1인에 대한 재판에서 다른 공범이 증인으로 출석하였다가,
또 다른 공범에 대한 재판에서는 위 피고인이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동시에 2개의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하여야 하거나, 또는 1개의 법정에서 다른 시간대에 재판을 진행하여야 하는 제약이 있게 되는데, 이를 합쳐서 개념상으로만 분리, 병합하는 것이 되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효과가 있습니다.
참으로 신박한 방법입니다.
오늘은 변론 분리와 병합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았는데요,
잘 이해가 가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피고인이 많은 사건은 참 어렵습니다.
수사를 할 당시에도, 공소유지를 담당할 당시에도 피고인들이 많으면 복잡한 것은 물론이고, 여간 품이 많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변호인의 입장이 더 편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의뢰인만 신경 쓰면 되니까요.
모쪼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본 재판 결과도 곧 업무사례로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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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 판사님이 변론을 분리 했다가 병합하셨습니다.](/_next/image?url=https%3A%2F%2Fd2ai3ajp99ywjy.cloudfront.net%2Fassets%2Fimages%2Fpost%2Fguide_title.jpg&w=384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