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은 보험회사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보험약관에 의하여 체결되어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삽입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보험계약자는 보험에 대한 전문지식과 보험약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약관의 내용을 전부 이해한 상태에서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관행과 실정으로, 보험약관에 대해서는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한 입법·행정·사법적 통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때, 사법적 통제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약관의 해석을 통하여 그 유/무효와 적용의 한계를 정하는 사후적·소극적 통제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조규성, 2011. 12. 30.「판례를 통해 본 자동차보험 약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고찰」, 한국보험학회 제90집).
최근 자동차보험계약의 면책약관 해석과 적용이 다투어진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해자는 직장동료들 간의 모임이 끝나고 헤어지려는데, 피해자가 ‘술 한 잔 더하자’며 가해자 차량 보닛 위에 올라타 장난을 했고, 자신도 장난삼아 자동차를 서서히 움직이다가 갑자기 제동하여 피해자를 보닛에서 굴러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사고로 하지부전마비 및 인지기능저하 등 노동능력상실률 44%의 영구장해 및 대소변, 식사 등 일상생활과 사회적 활동에 매일 성인 1인의 8시간 개호가 필요한 중증 의존 상태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회사가 면책약관(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을 이유로 이 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어 보험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자동차보험계약 면책약관 중 "피보험자의 고의로 인한 손해"는 보험회사가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때, 고의는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이를 행하는 심리 상태를 말하고, 확정적 고의는 물론 미필적 고의(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어떠한 결과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을 때, 그 결과가 발생해도 상관없다는 심리)도 포함됩니다.

과거 대법원은, 출발하려는 승용차 보닛 위에 사람이 매달려 있는 상태에서 승용차를 지그재그로 운행하여 도로에 떨어뜨려 상해를 입게 한 경우, 운전자에게 상해 발생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면서,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피해자의 상해에 대하여는 인식/용인하였으나, 피해자의 사망 중대한 결과에 대하여 인식/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 상해가 발생하리라는 점은 인식/용인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영구장해와 중증 의존 상태에 이르는 상해를 입게 되리라는 것까지 인식/용인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아,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는 취지로 2심 법원의 판단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와 같이, 보험계약에 가입할 때 의식하지 못했던 약관 내용이 후에 중요한 쟁점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면책약관의 해석과 적용은 보험금 지급 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보험계약 체결 시 주의를 요하고, 이후 보험회사가 면책약관을 주장하는 경우 소송 등 적극적 방법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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