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사건 - 성관계에 대한 동의 여부 판단에 관한 판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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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사건 - 성관계에 대한 동의 여부 판단에 관한 판례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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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사건 성관계에 대한 동의 여부 판단에 관한 판례 고찰 

강지웅 변호사

1. 들어가며

 

강간, 준강간 등 성폭력범죄는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간음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강간, 준강간으로 고소를 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였다고 주장하는 경우 유, 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피고인이 성관계 후 피해자에게 나랑 하는게 싫었어?’라고 물었고, 피해자가 아니라는 대답을 반복하였다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간음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요


최근 대구고등법원에서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하여 제1심법원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는바(대구고등법원 2022. 8. 25. 선고 2022136 판결), 구체적인 판결내용과 그 이유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기초사실

 

. 피고인과 피해자 A(가명, , 19)의 초등학교의 선배로, 같은 동네에 거주하며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입니다.

 

. 피고인은 2021. 1. 28. 21:38OOOO공원 여자화장실 내 장애인용 화장실 칸에서, 만취하여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피해자를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 1심 법원의 판단 - 무죄

 

1(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 접촉 시도에 대하여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술에 만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 사실 등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는 주취에 따른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인 이른바 블랙아웃(Black-Out)’ 증상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특히 공원화장실 부근에 설치된 CCTV와 피해자의 아파트에 설치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가 혼자서 서 있는 모습, 피고인을 껴안는 모습, 피고인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직접 아파트 현관문 도어락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의 거동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과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 후 화장실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었는데,“혹시 내가 너랑 한 거 싫었어?‘라는 피고인의 물음에 대하여 아니라는 취지로 여러 번 대답하면서 피고인에게 왜 자꾸 여자 친구 있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피고인이 지금 10시 넘어서 너 지금 엄마가 찾는다. 라고 말하자 집 앞에 오빠랑 있다 하면 상관없어라고 이야기하는 등 술에 취해 있기는 하였지만 비교적 정상적으로 자기 의사 표현을 하였다는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 항소심의 판단 유죄

 

검사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는데, 항소심(대구고등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 및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명하는 선고를 하였습니다. 항소심의 구체적인 판단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당시의 기억에 따른 특징적인 상황, 감정 등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의 진술이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에 모순되는 부분을 찾기 어려운 점, 피해자가 이 사건 다음 날 아침 피고인에게 전날 있었던 일을 추구하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자 피고인은 술을 마셔서 그랬다며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피고인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였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낼 이유가 없는 점, 피해자의 신고 경위가 매우 자연스럽고 그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찾을 수 없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별다른 동기를 찾을 수 없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등 금전적인 목적으로 피고인을 고소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성관계에 대한 피해자의 동의 여부

 

항소심은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만 19세에 불과하였고, 이 사건 전에는 피고인과 성관계를 한 적이 없는 점, 피고인이 성행위를 한 이 사건 장소는 피해자가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에 접하여 있는 공원 내의 여자화장실로서, 낯선 사람이 갑자기 출입할 수 있고, 세균이 많아 위생적이지 않으며, 바닥에 앉거나 눕는 등의 행동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성관계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장소라는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성관계 후 피해자와 대화하면서 휴대폰으로 녹음한 내용 중에 피고인이 혹시 내가 너랑 한 것 싫었어?‘라고 질문하자 피해자가 아니라고 대답한 것이 확인되나, 위 대화 당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였고, 피해자가 아니라는 대답 후에 추가적으로 좋았다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으며, 대화 도중에 오늘은 내가 싫어라는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사전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설령 성관계 후 싫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하여 소급하여 사전동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기 전에 피해자로부터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동의를 받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기타 사정

 

나아가 항소심은 피해자는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당시 술에 취하여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 또는 완전히 의식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성적인 행위에 관하여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되고, 이와 달리 당시 의식은 있었고 다만 술이 깬 후에 성관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상태에 있었다고 볼수 없는 점, 피해자의 사전 동의 하에 간음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은 합리성이 없고 모순점이 있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므로 준강간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점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였습니다.

 

4. 검  토(변호인 조력의 필요성)

 

대법원은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74702 판결 참조), 이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2631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하는 등 성폭력 범죄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는데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7709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함으로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한편 피고인의 진술이 합리성이 없고 모순된다고 판단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유죄판결에 대한 강력한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최근 피해사실 전후의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가 심신상실 등이 의심될 정도로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진 경우 혹은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 하에서라면 피고인과 성적 관계를 맺거나 이에 수동적으로나마 동의하리라고 도저히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되는데도, 피해자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피해자가 단순히 알코올 블랙아웃에 해당하여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1. 2. 4. 선고 20189781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함으로서 소위 알코올 블랙아웃인정에 대하여도 매우 엄격한 태도로 전향하였다고 사료됩니다(추후 시간이 허락된다면 알코올 블랙아웃판단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는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이 성관계 후 나랑 하는게 싫었어?’라고 물었고, 피해자가 아니라는 대답을 반복하였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에서 유, 무죄에 대한 판단은 피해자의 일부 대화가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성관계 전후의 구체적인 상황 등을 세밀히 살펴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대구고등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의 흐름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제1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하였습니다. 대법원의 입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판단되는바, 피고인이 강간, 준강간 등 성범죄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경우 본인의 억울한 사정을 주장하여 무죄를 다투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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