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강남 김상윤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해킹당한 게임 계정 구매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최근 리그오브레전드, 롤이죠. 롤 업디 사이트 운영자가 검거되면서 수백 명의 구매자에게 출석하라는 통지가 왔다고 합니다. (업디는 ‘업체 아이디’의 줄임말이며,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캐릭터를 대신 육성하는 업체나 개인이 판매하는 롤 계정을 뜻합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사이트는 자신들의 명의로 된 계정을 판매한다고 했지만, 모두 해킹된 계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피의자로 출석하라고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게임 아이디를 샀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정보통신망법 제48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ㆍ멸실ㆍ변경ㆍ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하 “악성프로그램”이라 한다)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
여기서 제1항은 해킹을, 제2항은 악성프로그램(롤의 경우 헬퍼가 되겠죠)을 규제하고 있는데요.
헬퍼의 경우는 나중에 논의해보고, 이번 사건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이 문제가 됩니다.
내 돈 주고 산 계정인데 문제가 되는걸까요?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이용자의 신뢰 내지 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 자체의 안정성과 그 정보의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위 규정에서 접근권한을 부여하거나 허용되는 범위를 설정하는 주체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라 할 것이므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계정 명의자가 아닌 제3자가 정보통신망에 접속한 경우 그에게 위 접근권한이 있는지 여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부여한 접근권한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라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인데요(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도63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4619 판결 등).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주체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라는 것입니다. 즉, 2009년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만들어 출시한 ‘라이엇게임즈’라는 게임회사에서 접근권한을 부여한 자가 정당한 자라는 것이지요.
라이엇게임즈가 접근권한을 부여한 사람은?
리그오브레전드 서비스약관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1.5 계정이나 로그인 자격증명을 공유하거나 판매할 수 있나요? (아니오.)
귀하가 라이엇게임즈 계정을 생성할 때, 라이엇게임즈는 귀하에게 고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총칭하여 귀하의 “로그인 자격증명”)를 선택하도록 요구합니다. 귀하는 다음에 동의합니다:
귀하는 귀하의 계정 또는 로그인 자격증명을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습니다. 귀하는 타인에게 귀하의 계정 또는 로그인 자격증명을 판매하거나, 양도하거나, 이에 대한 타인의 접속을 허용하거나, 이를 제안할 수 없습니다. 귀하는 귀하의 로그인 자격증명을 기밀로 유지하여야 합니다. 귀하의 계정에 대한 무단 액세스 또는 귀하의 로그인 자격증명의 분실, 도난, 무단 이용, 공개 등의 보안 침해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 라이엇게임즈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즉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귀하는 귀하의 로그인 자격증명을 공유하거나 귀하의 계정이나 로그인 자격증명의 보안 유지에 실패하여 귀하의 계정에 초래되는 손실(가상 콘텐츠의 손실 또는 이용 등 포함)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부담합니다. |
즉, 라이엇게임즈가 접근권한을 부여한 사람은 계정을 생성한 사람이라는 말이죠. 그 외의 사람은 접근 권한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돈을 주고 산 계정이라고 하더라도 라이엇게임즈에서 계정의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 이상 나는 접근권한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게임 아이디 구매했다고 징역?
그러면 접근권한이 없는 사람이 접속(권한이 없으므로 정확하게는 침입이 됩니다)하면 어떻게 될까요? 맞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제71조 제1항 제9호는 ‘제48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나는 구매를 했으니 정당한 접근권한이 있다? 이것은 위 판례의 태도에 정면으로 배치가 되니,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여기서 위법성의 착오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착오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 포스트에서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고, 다만 위법성의 착오는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판례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고,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의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을 정도로 위법성의 착오를 거의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핵심으로 보이고, 이는 개개인의 사정,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계정은 정지됐지만 롤이 하고 싶은 나머지 계정을 3만원 주고 하나 샀을 뿐인데, 범죄 전과자로 남을지도 모르다니... 게임을 너무 재미있게 만든 라이엇게임즈 탓일까요?
이번 사건에 연루된 분들은 이와 같은 법리를 잘 이해하시고 대응하셔야 할 것입니다.
부디 사건이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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