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노인의 재산처분을 둘러싸고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치매부모의 재산을 가로채는 자식이 있는가 하면 치매노인의 의사무능력상태를 이용해 제3자가 자녀들 몰래 재산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치매노인이 살아생전에 부동산 처분과 관련해 문제가 불거졌다면 치매노인 본인 이름의 원인무효 소송이나 취소소송이 가능하고 치매노인이 돌아가신 후 재산이 상속인들의 의견에 반하여 증여가 이루어졌다면 상속인들은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이나 상속회복청구 소송등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치매 노인을 돌보던 간병인이 노인의 가족과 치매 노인의 의사과 관계없이 몰래 혼인신고를 한 뒤 노인 사망 후 재산상속인의 지위에 올랐다면 이는 무효가 가능할까요?
실제로 2016년에 관련 재판이 있어 소개해 드릴까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치매노인과의 혼인 신고시 법적 효력 여부와 참칭상속인의 재산처분 행위를 막기 위한 절차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치매노인 간병하던 간병인 고인 사망 후 50억 상속받은 사연
치매 노인 A씨를 간병해오던 간병인 B씨는 A씨의 사망 후 50억원을 상속받았습니다.
A씨는 1996년부터 독신으로 살았으며 슬하에 자녀는 없었습니다.
2012년 지병이 악화되어 병세가 좋지 않았고 병원 간병인인 B씨에게 '엄마'라고 하는 등 병원에서 초기 치매 상태로 인지 장애가 있다고 판단 받는 등 의사 표시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간병인 B씨는 A씨의 병세가 악화되던 2012년 10월 혼인신고를 하고 2015년 9월 A씨가 사망하자 그의 부동산을 50억원에 매도해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마쳤는데요, A씨의 상속인이었던 조카 C씨는 B씨가 숙부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고인 몰래 혼인 신고를 하고 재산 상속인의 지위를 차지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치매노인과의 혼인신고, 법적으로 유효한가?
우선 조카 C씨가 제기한 소송은 숙부인 A씨와의 혼인 신고는 무효임을 주장하는 혼인무효 소송입니다.
치매노인과의 혼인신고를 법적으로 유효할까요?
간병인 B씨는 A씨가 입원 중이던 당시 구청에 지인 2명을 증인으로 내세워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A씨와의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혼인신고서에 증인으로 기재된 지인은 수사기관에서 "A씨로부터 B씨와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B씨가 A씨와 혼인신고를 하려 하니 증인이 돼 달라고 부탁했고, A씨에게 이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B씨가 이를 제지해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서울가정법원은 당시 소송에서 "혼인신고때 A씨가 혼인의 의미와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혼인을 합의할 의사능력이 흠결돼 있었다"며 "따라서 혼인신고는 당사자 간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고 A씨와 B씨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며 혼인 무효를 선고했습니다.
민법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개정 2005. 3. 31.> 1.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관계(直系姻戚關係)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
즉, 당사자 간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엔 혼인무효 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혼인 당사자 간의 혼인의사의 합치(의견이나 주장이 서로 맞아 일치함)는 ‘혼인 신고서를 작성할 때’는 물론이고 ‘혼인 신고서를 신고할 때’에도 존재함을 요합니다.
치매 노인과의 혼인신고 역시 당사자간 의사합치가 없었다면 무효가 된다는 뜻입니다.

참칭상속인의 재산처분행위는 무효
조카 C씨는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한 혼인무효소송에서 승소한 내용을 바탕으로 B씨는 참칭 상속인에 해당하므로 B씨가 한 재산처분행위는 모두 무효임을 주장하며 상속회복청구소송을 다시 냈습니다.
상속회복청구소송이란 참칭상속인 등으로부터 상속권을 침해 당했을 때, 진정상속권자가 상속회복의 소를 제기하여 상속권의 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여기서 참칭상속인이란 거짓상속인, 허위상속인, 가장상속인이라는 뜻으로 정당한 상속권이 없으면서도 상속인으로 믿게 하는 외관을 갖추고 있거나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자를 말합니다.
이때 상속회복청구권을 가진 진정상속권자는 참칭 상속인이 상속 부동산을 처분해도 그 양수인에게 반환 청구가 가능하기는 하나 제척기간이 지나 버릴 수도 있으므로 처분금지가처분을 할 필요가 있으며, 현금 등의 상속재산을 처분하여 소비해 버릴 수 있으므로 상대방의 재산을 가압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판부는 조카 C씨가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에서 A씨가 치매인 점을 이용해 혼인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혼인신고를 통해 참칭상속인이 되었던만큼 B씨가 가진 재산상속인의 지위는 무효로 봐야 하므로 참칭상속인에 의한 소유권 이전등기는 원인 무효의 등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동상속인 중 한 명이자 각 부동산의 27분의 2에 해당하는 지분 소유권이 있는 조카 C씨는 피고( 즉 B씨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소등기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B씨가 부동산을 넘긴 행위 자체가 무효가 되어 소유권을 이전 받은 회사가 제3자에게 해준 채권최고액 6억원의 근정당설정등기도 효력을 잃게 됐고 조카 C씨는 진정상속권자로써 고인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치매노인의 간병을 요양병원에게 맡기는 예가 늘고 있어 치매노인의 재산을 노리는 제3자가 이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없고 혼자 사는 치매 노인들은 살아생전에는 자신의 재산관리를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관리하다보니 제3자가 호시탐탐 재산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슬하에 자녀가 없는 경우 고인이 사망하게 되면 고인의 형제 자매 혹은 사촌들이 공동 상속인의 지위에 올라가게 되므로 재산 처분과 관련해서는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협의나 약정을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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